수능만점자였던 의대생이 데이트 폭력을 넘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최근 데이트폭력이 급증했다. 3일에 1명꼴로 데이트 사망이 발생한다고 한다.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은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다. 통상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친절하게 잘해주다가 서로 간에 트러블이 생기는 날부터 조그만 폭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점점 강도가 증가하며, 항상 ‘폭력→사과→애걸→맹세→협박’이란 동일한 패턴을 반복한다.
심리학적으로 데이트폭력 원인은 간단하다. 집착이다. 어려서 사랑하거나 신뢰했던 사람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멀어졌거나, 심리적으로 버림받았다고 느꼈거나,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한 경우에 집착이 심해진다. 이들은 헤어짐을 이별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림받음으로 인식한다. 버림받는다는 인식은 단지 상상만으로도 절망에 빠지고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인기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배우의 마지막 대사인 “내 것이 아니면 남의 것도 될 수 없다”가 집착 심리의 전형적인 말이다. 심리적으로 그는 경계성 성격장애에 속한다. 이들은 과거에 버림받은 경험에 대한 반발심리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완벽한 인간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이성 간에 멋진 로망을 꿈꾸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강한 그리움을 발달시킨다. 그러다 드라마에서처럼 자신이 얻지 못하면 극단적 파괴를 선택하기도 한다.
발달 심리학에서 아동은 18세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육체적, 정서적, 인지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을 한다고 설명한다.
유아기와 어린이기를 지나 아동기(7~10세)에는 학교 교육과 함께 인지적 발달을 이룬다. 인지적 발달이란 뇌에서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 판단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케이크는 맛있다는 것과 함께 그 케이크를 행복한 생일 파티에 먹었다면 심리적인 각인 효과도 같이 생긴다. 케이크를 보면 물리적인 단맛과 함께 심리적으로는 행복감을 기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인지적 발달이다. 이 시기에 정상적으로 사랑을 받는 방법이나 표현하는 방법 등을 경험하지 못하면 잘못된 인지적 오류를 형성하거나 아예 인지를 못하게 될 수 있다.
이후 청소년기(12~18세)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 형성과 사회적인 책임에 대한 이해가 강화되고 심리적인 프레임이 완성되는 시기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은 강하게 프레임이 완성되어 심리적 충격에 잘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반면 외롭게 자란 사람은 프레임이 약하게 완성되기 때문에 외부적 충격에 무너지기 쉽다. 반사회적 행동을 하거나 범죄적 행동을 하는 것은 심리적 프레임이 약하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다. 버림받을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과 이 두려움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약한 심리적 프레임을 지닌 자들이 데이트폭력 가해자가 된다.
그런데 유독 최근 10년간 데이트폭력이 급증하고 흉폭화된 것을 보면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최근 아이들은 아동기 이전에 일찍부터 엄마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 교권이 몰락하고 학교 교육이 무너지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울 인지적 발달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정체성을 만들어야 하는 청소년기에는 입시 위주 교육 아래에서 정상적인 정체성과 사회적 책임감을 형성하지 못하였다. 청소년들은 심리적 고립 상태에서 심리적 프레임이 약하게 형성되었고 미완성 상태로 생리적 성인기에 진입되었다. 파괴된 교육환경은 심리적 미성숙 성인을 무한 방출하였다. 미성숙한 심리상태에서 생리적 성인이 된 그들은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에 진출하였다.
데이트폭력 의대생도 ‘눈물의 여왕’의 악당처럼 미성숙한 정체성과 약한 심리적 프레임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이 역시 개인적 일탈을 넘어 무너진 학교 교육의 부작용이 만들어낸 일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사회 곳곳에서 무너진 교육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교육이 살아나야 우리 사회에 인간다운 삶과 행복이란 꿈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