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최근 미국에서 연구지원금 축소로 학자들이 미국을 떠나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인다. 새로 출발한 미국 연방정부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연구비를 대폭삭감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이 빠르게 세계적 강대국으로 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유능한 인재 이동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 세계 석학들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며 미국으로 모여들었다. 미국의 부흥에 외국 지식인들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다. 과학뿐 아니라 철학, 인문학 등 모든 분야의 최고 석학들이 미국으로 이동하였고 학문적 업적을 미국에서 이루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발전한 미국에서 학자들이 연구비 감소로 인하여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정작 미국 정부는 방관하는 것을 넘어 푸대접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신들이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는지를 잊어버린 듯하다. 그동안 미국이 강할 수 있었던 것은 광범위한 학문적 투자에 있었다. 그런 미국이 비용을 이유로 그들을 쫓아내고 있다. 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이 퇴보될 것을 암시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인재가 모이면 흥하고 인재가 떠나면 망한다고 하였다. 2300년 전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에서 관직에 있는 진나라 출신이 아닌 모든 외지인들은 떠나라고 명령하였다. 이것이 유명한 통일 전 진시황의 축객령(逐客令)이다. 이 사건으로 법가로 유명한 한비자는 투옥되었다가 자살하게 된다. 이때 진나라 통일에 지대한 역할을 한 재상 이사도 쫓겨날 처지가 되자, 진시황에게 외국인을 쫓아내면 안 된다는 상소를 올렸다. 이것이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문장으로 손꼽히는 간축객서(諫逐客書)다. 이사는 나라의 부흥과 부국강병에 유능한 외국 출신들이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과 통일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 인재가 절대로 필요함을 설명하였다.
진시황은 이사의 견해에 공감하고 축객령을 취소하였다. 만약 축객령을 취소하지 않았다면 진나라의 부국강병도 없었고 통일도 없었다. 미국에서 학자의 연구비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축객령과 같다. 인재가 떠나면 국력이 서서히 약화되는 것은 역사를 통해 무수히 보아왔다. 역사는 반복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축객령이 철회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재상 이사와 같은 현명한 조언자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그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귀와 머리가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현대판 축객령은 진행되고 뛰어난 인재들은 자의든 타의든 지속적으로 미국을 떠난다. 언젠가 축객령이 얼마나 한심한 결정이었는지 깨닫고 되돌리고자 할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이미 핵심 인재들은 다 떠났기 때문이다. 핵심 인재일수록 부르는 곳이 많아서 더 빨리 떠난다. 결국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다시 되돌리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다. 이것이 역사고,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또 역사는 권력을 잡은 사람들의 행적이다. 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역사를 만든다. 최근 트럼프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로 마음먹은 모양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호관세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과연 트럼프는 미국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그의 생각은 단순하다. 관세를 올리고 달러 가치를 하락시켜서 미국 제품의 판매력을 증가시키면 미국 제조업이 살아난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예전에도 의도적으로 일본과 독일을 상대로 프라자 합의을 통하여 달러 가치를 반으로 낮춘 전력이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은 버블경제가 발생하였고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
미국은 방법은 다르지만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예전과 다른 것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을 키운 것이다. 대규모의 연방정부 인원 감축과 연구비 지원 중단 등 극단적인 방법을 통한 빈 카운터를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서류상 효과는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떠나버린 인재로 인한 손해는 추정 불가할 것이다.
역사는 지금 미국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