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정’자가 바를 정(正)인지, 뜻 정(情)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치에는 문외한인 사람도, 국회의원들이 싸움질을 하든, 정부가 사기극을 벌이든 제아무리 난리 블루스를 친들 도무지 관심이 없던 사람도, 적어도 이 때 만큼은 정치 문제로 열을 올리기 마련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니다. 5년에 단 하루,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날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펼쳐질 5년이라는 시간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또 내가 그 5년을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지가 단 하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대통령 그까짓 것, 누가 되든 다 마찬가지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 사실 살다 보면 대통령이 박씨든 문씨든, 혹은 안씨든 김씨든, 나와는 하등 관계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그러나 아예 속세를 떠나 산 속에서 살아가는 도인이 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간다면(혹여 이민을 가더라도 한국의 외교정책과 대외활동, 이민정책에 따라 내 삶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절대로, 무관하게는 살아갈 수 없다.
다행인 것은 우리 치과계가 적어도 아무나 대통령으로 맞이할 생각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각 후보의 보건의료 정책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반대로 일선의 ‘전문가’로서 후보자들에게 관련 정책을 제안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치과계도 조금씩 열기가 달아오르는 모양이다. 아마도 이제껏 당할 만큼 당했고, 겪을 만큼 겪었으니 이제는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경험 섞인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리라.
대선이 다가올수록 치과계 역시 ‘핫’해질 전망이다. 전망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솔직한 심정으로 ‘쿨’해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남들이 다 ‘핫’해질 때 나도 덩달아 ‘핫’해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고수의 모습이 아니다. ‘핫’한 상황에 누구보다 ‘쿨’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자가 아닐까.
우리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은 후보들이 내놓는 현재의 공약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그들이 공공연하게 떠드는 공약들이 실현되고 그들이 물러나게 될 5년 후, 10년 후에 과연 어떠한 결과, 어떠한 미래가 초래될 것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한다. 열띤 토론을 펼치며 앞다퉈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핫’한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그리고 10년쯤 뒤를 내다보며, 그들이 내놓는 정책이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할 필요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처럼 ‘핫’한 고민을 거친 ‘쿨’한 선택이야말로 진정 ‘후회 없는 선택’일 것이다.
물론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지만, 다시 말해 ‘핫’한 실행가와 ‘쿨’한 이론가들이 어련히 나서서 잘 풀어나가겠느냐마는, 그래도 마음 한 켠에 불안과 초조가 도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개원 이래 최악”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지독히도 힘들고 고단했던 지난 5년을 겪어낸 개원의로서의 노파심이니, 당부하건대 정치에 있어서만큼은 고민은 ‘핫’하게, 선택은 ‘쿨’하게 하는 치과계가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