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근진성은 만리포로 가는 32번 도로에서 태안해안길로 가면 볼 수 있다. 이 길은 소원길로 태안해변 제2코스이며, 소근진 포구에서 방근제를 지나 다시 북쪽의 의항항(개미목항), 태배전망대를 거처 구름포, 의항해수욕장, 산속 망산 고개를 지나 백리, 천리, 만리포까지 가는 22㎞의 해변길이다.
소근진성 부근 해변은 아주 작은 돌들이 깔려있는 해변으로 갯벌을 형성하며, 바지락의 산지이다. 소근진 해변에서 소근 포구 가는 길에 메소포타미아 역사 유물관이 있었다. 소원로 해변 길은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이다. 우리가 해변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인공적 건물이나 인공적 해변을 보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정한 아름다움은 때 묻지 않은 진실한 자연 그대로의 진솔함이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그 속에 살아가는 자연생명들, 소박한 어촌의 사람 사는 냄새가 우리를 아름다움의 영역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존 키츠는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노래에서 “아름다움이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움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조용하고 그윽한 해변에서 한참을 멍하니 자연이 내뿜는 미(美)에 빠져 소근진성 가는 길을 잊고 있었다.
신비스런 아름다움에서 깨어나 해안도로 좌측 마을길로 들어섰다. 마을 언덕 위 숲이 우거진 곳에 소근진성이 있었다. 성벽은 무너져 을씨년스러우나, 이 작은 성은 그동안의 역사를 우리에게 말해주는 듯 소리 없이 서있었다. 무너진 성을 바라보며 그동안 수많은 침략에 의연히 외적을 막아낸 성의 굳건함에 머리가 숙여졌다. 성을 내려와 2차선 해안도로로 방근제 제방길을 따라 바다와 간척지 사이를 달린다. 이제는 서쪽으로 이곳 간척지는 태안특산 자염(煮鹽)을 생산하는 곳이다. 500여 년 전 명맥이 끊겼던 자염이 이곳에서 부활한 것이다.
황토길을 따라 방근제를 지난다. 해변에는 서너 척의 조그만 고깃배와 외로운 작은 포구가 서정을 더해주고, 송의로를 따라 마을길을 달리면 방근제 멀리 의항항(개미목항)이 아스라이 보이는 갯벌에는 작은 고깃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낙네의 굴 따는 모습이 자연 속에 스며 들어간다.
이제 북으로 방향을 잡으니, 의항항 가는 길 송의로다. 방조제를 지나 송의로를 따라 북으로 가, 개미목 같은 반도를 가로질러 가면 의항항이다. 우리는 완전히 북쪽 끝까지 돌기로 했다. 자전거 타기에 험한 길이 있을지라도 자전거를 끌어서라도 가기로 했다. 의항해변마을은 지리적으로 이곳이 개미목처럼 좁은 곳이라 개미목 마을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이제 신두리 부터 10㎞를 왔으니 12㎞만 가면 만리포다. 의항리 방조제를 지나 염전지대를 가로지르니 의항항이다. 지나왔던 신두리해변은 바다건너인데도 바로 코앞에 있었다. 의항항은 많은 고깃배가 조업을 마치고 항구에 정박해있었다. 만대항보다 작지만 조업이 활발한 항구인 것 같다.
의항항 해변길을 따라 북으로 달리니 의항항 북쪽 끝에 작은 부두가 있고 산길을 넘으니 넓게 펼쳐진 신너루 해수욕장이 우리를 맞는다. 신너루 해변은 잔잔하고 맑은 호젓한 해변이었다. 바다에는 굴양식장이 가득하고, 간조 때면 독살로 고기를 잡는다고 한다. 독살은 해변에 모래 둑을 쌓아 만조 때 밀려든 물고기가 간조 때 둑을 넘지 못해 갇히게 되는 것을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신너루 해변 끝에는 숲으로 나있는 길과 해안데크가 있는데 그곳을 넘으면 태배해안이 있다고 한다. 신너루 해변은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없어 자연그대로이며 사구와 해송이 무성한 아름다운 건강한 해변이었다. 정말 태안은 눈이 닿는 곳 모두가 비경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아쉬움을 달래고 라이딩을 접는다. 길이 험해 라이딩 하기에 위험하기 때문이다. 태배해변은 자그마하고 고운 모래와 옥빛 바다를 품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산길로 조금 오르면 태배전망대가 있다. 아담한 2층으로 꾸며져 있다고 한다. 트레킹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코스가 될 것이다.
태배전망대 가는 길 개목마을 산속에는 중국 시성인 이태백이 이곳의 빼어난 풍광에 빠져 머물렀다는 전설이 있다. 이태백상과 시가 적힌 조형물이 있다고 한다. 그 시를 읊어보면 先生何日去, 後輩探景還, 三月鵑花笑, 椿風滿雲山 (선생은 어느 날 다녀갔는지, 문하생이 절경을 찾아 돌아보니, 삼월 진달래꽃 활짝 웃고, 봄바람은 온 산에 가득하네) 태배 전망대를 시간이 모자라 찾지 못하는 아쉬움은 너무나 컸다. 우리는 신너루 해변에서 다시 의항해변으로 밴을 이용하여 가기로 했다. 다시 개미목 마을을 가로질러 의항해변으로 와서 자전거를 내렸다. 여기서 구름포 해변은 산길이라 여간 힘들지 않겠지만 비경에 이끌려 이러한 것은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소원초등의항분교에서 북으로 1㎞ 남짓, 산악 라이딩을 하면 구름포가 나온다. 해변과 산악이 함께 어우러져 반복되는 이런 경관은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절경이다. 해송이 우거진 산악도로를 자전거로 달린다는 것 하나만으로 가슴이 벅차고 흥분된다.
군데군데 해송사이로 보이는 해변의 풍경은 다 보여주지도 않고 조금씩 보여주며 애를 타게 하는데, 산새들은 무엇이 좋아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가? 나무계단의 구름포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해안풍경은 내가 수채화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마저 느낀다. 우리는 언덕에 올라 조망만하고 의항항으로 돌아왔다. 신나는 산악 라이딩이었다.
산악 라이딩의 묘미는 단조로운 포장도로와 달리 거친 산길과 숲속의 아름다운 경치, 싱그러운 공기, 산새들과 함께 하며 해변을 조망하는 감동과 다운힐에서의 즐거움이다. 우리는 의항해변에서 카보로딩과 수분을 보충하고 백리포, 산길인 망산고개에 도전한다. 경사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무척 힘든 라이딩이 되겠지만 해안절경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리라 믿고 페달을 밟는다. 의항해변을 나와 10%경사의 송의로를 따라 오른다.
멀리 오른쪽에 망산고개를 오르는 비포장 임도가 보인다. 망산고개는 소원면 의항리 수망산(140m)에 위치하고 소원면 의항리와 원북면 신두리 사이의 넓은 만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한다. 신두리 사구와 황촌리 해변의 그림 같은 모습이 펼쳐져 소원길 바라길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우리 대원들은 오르는 고통 과 절경의 조망을 기대하며 힘차게 망산고개를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