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31일, 광주 동구의 한 치과에서 원장 A씨(37·여)가 환자 B씨(41)가 휘두른 흉기에 복부 등을 찔려 근처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다. A씨는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이 치과 환자인 B씨는 A씨의 치료에 불만을 가지고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지난달 23일에는 경상북도 고령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A씨(37)는 환자 B씨(86)가 갑자기 휘두른 칼에 복부를 찔려 근처 병원으로 이송, 응급 수술을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당시 상황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고혈압 때문에 의사 A씨로부터 진료를 받던 중 혈압조절을 위해 A씨가 다른 약으로 바꿀 것을 권했지만, 이를 거부하다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B씨는 의도적으로 흉기를 갖고 접근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인폭행방지법’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폭행사건이 발생하자 현실적인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상북도의사회(회장 김재왕)는 지난달 26일 성명서를 내고 의료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도 없고, 안전한 진료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상북도의사회는 “존엄한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의료인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은 피해 당사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진료 기능의 마비에 따른 내원 환자의 피해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국민 건강권의 훼손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안이므로 그 어떤 논리로도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처벌 못지않게 예방이 중요한 만큼 어떤 일이 있어도 진료 중인 의료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고, 안전한 진료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국민적 합의와 의식 전환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정책위원회(위원장 심현구)가 실시한 ‘진료실 폭행, 협박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도 치과의사 10명 중 7명이 환자, 보호자 등으로부터 폭행·협박 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의료인폭행방지법’에 따르면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하거나 협박을 가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계에서는 ‘의료인폭행방지법’ 외에도 스스로 진료실 내 폭행 사건을 막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의료인 스스로가 보호할 수 있는 안전 매뉴얼이 필요함과 동시에 의료인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메디컬 외에도 치과계에서도 빈번한 일인 만큼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의료진의 권리 찾기가 다급한 실정이다.
한지호 기자 jhhan@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