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고 환자의 개인정보를 거래하는 정황이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이뤄지는 각종 할인 이벤트가 그 수단이며, 이벤트에 응모하고자 하는 환자들이 자신의 성명과 휴대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DB업체’라 일컬어지는 대행업체가 그 정보를 취합해 해당 치과에 판매하는 식이다. 게다가 이 DB업체를 이용하는 상당수의 의료기관이 사무장치과일 확률이 높다는 증언도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SNS에서 이뤄지는 환자 모집 이벤트는 지금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치과에서 직접 환자의 정보를 취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상은 이를 대행해주는 DB업체가 존재하며, 한 명의 개인정보당 일정 금액을 받고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 입력이 SNS상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SNS에서는 할인내용을 비롯한 이벤트에 대한 정보만을 홍보한다. 단 광고 하단에 이벤트 신청을 위한 별도의 링크를 두고 있는데, 이를 클릭하면 개인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별도의 창으로 연결된다. 다른 창으로 연결되는 것은 환자 개인정보 취득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치과에서 직접 하지 못하고 DB업체 같은 대행업체가 생겨난 것으로 분석된다.
진행방식은 이렇다. 환자의 개인정보를 원하는 치과에서 DB업체에 의뢰를 하면, DB업체에서는 환자의 이름을 입력할 수 있는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어주고, 그 페이지에 해당하는 링크주소를 알려준다. 그럼 해당 치과에서는 그 링크를 받아, △50만원대 임플란트 △50% 할인 교정치료 등의 이벤트 내용과 함께 SNS에 광고를 하는 방식이다.
결제 또한 독특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돈을 입금하면 그에 상응하는 코인이 쌓이는데, 구입한 환자의 개인정보만큼 코인이 차감되는 방식이다. 최소 입금단위는 300만원으로, 치료에 따라 환자의 개인정보 가격도 다르다. 임플란트 이벤트의 경우 환자 한 명당 5만원, 교정은 2만원이다. 즉 300만원을 입금하고, 교정환자의 개인정보 10건을 구입하면 20만원이 차감되는 셈이다.
기본적인 거래 단가가 매우 높다보니, DB업체와 거래하는 치과의 개인정보 구입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취재원은 “DB업체와 거래하는 대부분의 치과는 사무장치과라고 보면 된다. 이 중 강남에 위치한 한 사무장치과의 경우 많게는 한 달에 9,000만원까지 환자 개인정보를 구입하기도 했다. 평균적으로 매달 4,000만원에서 6,000만원 정도를 환자DB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치과는 모든 환자를 이런 방식으로 유치한다. 오다가다 들리는 환자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 개인정보 구입에 소요되는 금액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명 중 3~4명만 유치에 성공해도 구입비용을 만회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의 정확도가 거의 100%에 가깝고, 치과치료에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남긴 환자들인 만큼 유치 가능성도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사무장치과의 전화상담실장 한 명이 올리는 한 달 매출이 1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전화상담실장의 경우 대부분 기본급 없이 인센티브제로 월급이 책정되며, 한 달에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경우 전화상담실장의 몫은 500만원선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가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고자 할 때는 정보주체자, 즉 환자로 하여금 제3자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또한 동의를 받을 때는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이용 목적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등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특히 지난해 말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취득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판매할 경우, 이 사실을 정보주체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DB업체가 제공하고 있는 개인정보 동의서에 ‘제3자 제공’이라는 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정보를 판매한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이러한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사무장치과의 환자 유치 목적으로 환자의 개인정보가 매매되고 있다는 정황은 치과계에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