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클라우드 슈밥(Klasu Schwab)이 의장으로 있던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 에서 주창된 용어로,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자동화된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현실과 가상이 연결되고 네트워크를 통해 각 분야간의 융합되는 기술 혁명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사건 중에 하나였던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처럼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1 등을 통한 새로운 융합과 혁신이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 중에 하나인 바이오산업이 세계적으로 크게 부상하고 있는 추세이다. 인간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1990년 약 4조 원의 연구비로 프랑스, 영국, 미국 등 15개국의 참여로 시작되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현재 가치로 7조원 정도의 연구비가 들어간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약 14년 뒤인 2003년에 30억 개의 인간 유전체 염기서열을 완성하였고 이는 유전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현재는 10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유전체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고 몇 년 이내에는 10만원 이하로 가능하게 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미래에 생길 질환 예측과 예방이 가능한 시대가 될 것이며 조만간 모두가 본인의 개인 유전체 분석결과를 가지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개인 맞춤형 정밀 의학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한 분야로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해본다.
아직까지 치의학 분야는 개인 맞춤형 진단과 예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몇 가지 시도들이 있었으며 이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구강질환에 관련되어 있는 유전자의 변이 또는 병원성 미생물의 종류가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예측 검사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유전적 요인들이 임상적 증상으로 발전하기까지 다양한 환경적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 흡연, 당뇨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진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환자 개개인의 유전정보 또는 구강 내 미생물의 유전정보를 이용해 구강질환에 대한 감수성 검사를 시행함으로써 해당 미생물에 효과적인 항균제를 찾아 낼 수 있다.
‘감수성 검사’란 감염을 일으킨 미생물이 어떠한 종류의 항균제에 반응을 하는가를 알아내는 검사로, 발생한 감염을 치료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항균제를 결정하기 위해 시행한다. 이를 통해 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에게 발병 전 구강 예방 관리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구강질환의 대표적인 예로는 치아우식(충치), 치주염, 임플란트 주위염, 구강암 등이 있다. 치아우식은 다수의 유전적 요인과 미생물 감염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치아우식의 40~60%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며, 연구를 통해 충치 감수성 유전자(충치 유발 유전자) 들과 충치에 대한 저항성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이 밝혀졌다. 충치 감수성 유전자2 라고 하는 것은 유전자 안의 충치에 대해 이미 취약해진 상황이나 충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해당 충치 감수성 유전자들을 이용해 환자가 충치 고위험군인지 확인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구강 위생 관리에 더 신경 쓰거나 더 공격적인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2011년 Duke 의과대학이 314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치아우식의 유전적 요인이 환경적 요인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충치균 중 하나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 등의 병원성 미생물이 구강 내에 높은 비율로 존재할 때 치아우식의 감수성(치아 우식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주염, 임플란트 주위염 등도 유전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유전체 연관분석3을 통해서 밝혀지고 있으며 이러한 분석을 통해 각 질병과 연관된 특정한 유전자를 찾을 수 있고 그 유전자의 변이가 치주질환과 강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치주질환에서 보이는 염증과 관련해서는 사이토카인(Cytokine) 유전자의 변이를 검사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사이토카인이란 만성 염증물질로서 세포를 변성시키고 세포 속 유전자에 변이를 유발해서 만성 질환을 만들게 되는 물질이다. 사이토카인 중에 하나인 인터루킨은 종류가 다양한데, 몸 안에 들어온 세균이나 해로운 물질을 면역계가 맞서 싸우도록 자극하는 단백질이다. 그리하여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 유전자들의 발현4량 차이로 만성 치주질환과 급진성 치주질환을 구별하는 방법 또한 제안되었다. 이러한 유전자들의 후성유전학적(Epigenetics) 변화, 예를 들면 흡연, 음식, 미생물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치주염의 위험요소가 되어 치주염이 발생한다는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다.
따라서 현재 상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미래에 다른 유전자 검사와 함께‘치과에서의 스크리닝 툴(Screening Tool)’로서 사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테스팅은 인터루킨 유전자의 변이를 검사한다. 구강 내 병원성 미생물 검사와 항생제 사용을 위한 항생제 민감성 테스트가 시행되고 있으며, 재발 환자나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치아우식을 위한 유전자 검사는 현재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해외에서는 치주염 관련 유전자 변이 검사를 치과에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터루킨 제네틱스(Interleukin Genetics)사에서는 인구의 3분의 1이 인터루킨 유전자 변이로 인한 심한 염증 반응으로 치주염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일러스트라 테스트(ILUSTRA™)를 통해 얼마나 자주 치과 정기 검진을 받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병원성 미생물 분석 서비스의 일환으로 치아우식, 치주염에 모두 사용되고 있으며, 수년 전부터 치과 치료와 함께 병행하여 효과적인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치의학 임상에서 개인 맞춤형 진단과 예측은 좀 더 많은 기술적 진보가 축적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 유전체 및 구강 미생물상의 유전체에 대한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의 딥러닝(Deep Learning) 등으로 개인 맞춤형 진단이 가능한 시대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사항1. 빅데이터 : 기존의 관리방법이나 분석체계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뜻함.
2. 충치 감수성 유전자 : MMP10, MMP14, MMP16, MPPED2, ACTN2 등이 있음.
3. 유전체 연관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 : 질병과 연관된 특정한 유전자를 찾기 위한 분석 방법.
4. 유전자들의 발현 : 유전자에 의해 생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단백질이 형성 되는 과정을 뜻함.
그림 출처 : Interleukin Gene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