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과잉진료 걱정되세요?”, “양심적인 치과 견적, 지금부터 비교해보세요” 얼핏 보면 환자들에게 과잉진료를 예방해 주기 위한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문구는 치과 진료비 비교 견적 사이트 대문에 걸려 있는 문구다.
단순 가격비교 넘어, 진단정보 수집 위법성 살펴야
최근 서울의 한 개원의는 인터넷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둘러보다 치과 진료비 비교 사이트 게시물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저 최근 만연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를 비교하는 단순 가격비교 사이트라고 생각했지만, ‘치◯’ 사이트는 여느 진료비 비교 사이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투명한 치과 견적 비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치◯’ 사이트의 대문 페이지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기존 진단에 대해 ‘2개의 양심 견적’을 무료로 비교받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세요”라는 문구가 바로 그것.
기존에 진단받은 것을 어떻게 비교해서 새로 견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인지, 그 방법은 사이트에 자세히 설명돼 있는데, 핵심은 이용자가 치과를 방문해 진단을 받고, 엑스레이나 파노라마, 구강카메라 이미지 파일을 치과로부터 받아 치◯ 사이트에 업로드하면, 2개 치과로부터 견적을 내준다는 것이다. 치◯ 사이트에는 환자가 비교 견적을 받아 볼 수 있는 과정, 특히 자신의 진단정보를 치과에 요구하는 방법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먼저 ‘집 근처 치과 방문하기’를 권하면서, 이때 치과에 DSLR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사전에 문의하라는 코멘트도 달고 있다. 치과에 가면 평소처럼 검사와 상담을 받되, 구강 내 5분할 사진 촬영을 요청하고, 파노라마 사진 등과 함께 치과에서 촬영한 자료를 이메일로 요청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받은 자료를 치◯ 사이트에 올리면, 2개 치과의 진료비 견적서를 제시한다는 것. 이 사이트에는 ‘실제 견적 비교 예시’와 이용자 후기를 게시하고 있는데, 적게는 28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진료비를 아꼈다는 이용자들의 후기가 달려있다.
이 사이트를 접한 서울의 모 원장은 “하다하다 못해 이제는 환자의 진단정보까지 수집해 비교 견적까지 내준다니 정말 황당했다”며 “처음에는 그저 어이가 없었는데, 자칫하면 환자나 치과 모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서울지부 측에 제보했다”고 전했다.

서울지부, 문제 심각성 인지 행정당국 민원 제기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강현구·이하 서울지부) 법제부는 환자진단정보를 수집해 진료비 견적을 비교하는 치◯ 사이트의 행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계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지부 법제부는 치◯ 사이트가 제공하고 있는 견적 비교 행위에 대해 △의료광고 미심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불법 원격진료 △불법 환자 유인 및 알선 등 위법성에 대한 행정당국의 판단을 묻는 민원을 제기했다.
먼저 의료광고미심의 부분과 관련해 치◯ 사이트는 의료기관이 아닌 제3자 플랫폼으로, 환자의 구강 내 사진, 파노라마, 엑스레이 등을 직접 제출받는 구조는 의료기관이 아닌 자가 진료 관련 정보를 수집·중개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의료기관 소개 및 연결을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경우 플랫폼 중개업체로서의 규제를 받을 수 있고,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의료법 제57조1항에 위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환자의 엑스레이 및 파노라마 사진은 건강에 관한 정보(민감정보)로 분류되는데, 치◯ 사이트는 동의서 수집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나 절차가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민감정보는 명시적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없으며, 동의서를 받아도 정당한 목적과 최소 범위 내에서만 수집이 가능한데, 의료기관이 아닌 주체가 수집하는 경우 처리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치◯ 사이트는 “자료를 DSLR로 잘 찍어서 보내세요”, “촬영 자료를 전달받으면 다음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등의 문구로 환자에게 진단정보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환자에게 의학적 판단이나 상담이 가능한 것처럼 오인시킬 수 있는 요지가 있다. 특히 치◯ 사이트가 이 자료를 플랫폼에서 분석하거나, 특정 병원에 연결·추천한다면 이는 사실상 원격진료 중개 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데, 이는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조항에도 위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 유인 및 알선 가능성도 농후하다. 서울지부 법제부는 “의료기관이 아닌 플랫폼이 환자 정보 수집 후 의료기관에 전달하거나, 진료 유도를 하고 있어, 의료법상 환자유인행위 및 알선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면서 치◯ 사이트와 관련한 위법성 여부 그리고 적절한 조치를 행정당국에 요청할 방침이다.
서울지부 서두교 법제이사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이후 가격 비교 사이트가 범람하고 있고, 가격만을 놓고 비교해 치과에 대한 왜곡된 정보로 환자들의 피해도 늘고 있어 많은 우려가 되고 있다”며 “여기에 환자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 견적을 비교해 주는 플랫폼까지 등장해 개원가는 황당함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자칫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이 같은 행태에 대해 행정당국의 명확한 판단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