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그러하겠지만 여행은 준비한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우리집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아내가 주로 해외여행을 맡고 장시간 운전을 잘하는 나는 국내여행을 맡아서 준비를 하곤 했다.
2017년 여름휴가 때 6박 7일간 장장 1,600km를 운전해서 ‘서울 - 진도(팽목항, 운림산방) - 해남(공룡박물관, 대흥사) - 여수(케이블카, 오동도) - 남해(독일마을, 전국 4대 쌈밥집 중 하나인 배가네멸치쌈밥) - 통영(루지체험, 해저터널, 동피랑 마을) - 거제(문재인 대통령 생가, 포로수용소, 크루즈 체험, 외도) - 김해(봉하마을) - 서울’을 기획부터 모든 것을 준비하고 - 심지어 아이스박스 챙기기까지… 그런데 이 아이스박스가 진짜 큰 효자역할을 했다. ^^ - 다녀온 후유증으로 인해 캐나다 여행을 또 준비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아내도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캐나다에는 여러 가지 activity가 있는데 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 정도만 물어보고 한다고 하면 스케줄을 짜고 별로라고 하면 빼면서 준비를 하였다.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약 40일 후 부모님의 쿨한 허락을 받고 추석 긴 연휴를 이용해 6살 막내를 포함 5명 가족이 모두 캐나다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명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떠나는 여행은 기대 반, 염려 반이었다. 물론 아내는 옆에서 여기는 어떻고 저기는 어떻고 공부한 것을 쏟아내느라 바빴지만 별로 준비한 것이 없는 입장에서는 들어도 무슨 소린지 몰라 답답했지만 열심히 준비한 아내를 봐서라도 성실히 듣는 척이라도 하면서 뒤늦게 여기저기 찾아보게 되었다.
밴쿠버에서 4박, Rocky mountains에서 3박이 우리의 일정이었는데 사실 각각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캐나다에 도착은 했다. 이제라도 아내의 계획을 자세히 좀 들어볼까 싶어 이것저것 물어봤다. 이 때 아내의 표정이 어땠을지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상상이 갈 것이다. “이 때까지 말할 때 뭐했냐!! ㅋㅋㅋㅋ 미안~~.”
밴쿠버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Stanley park에서 우연히 촬영한 사진이 아닐까 생각된다. 노부부가 공원에서 여유롭게 점심식사를 즐기는 모습… 도시락을 싸오셨는지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노후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 한바퀴를 돌아야 했기에 - 캐나다에서도 바쁜 사람은 대부분 한국 사람들… - 사진만 담고 떠나기는 했지만 돌아와서도 이 사진을 보면 그 때의 진한 감동이 느껴진다.
묵었던 호텔 인근(지금은 어디서 묵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에서 버스를 타고 약 20분을 달리니 ‘Capilano suspension bridge park’에 도착하였다. 상당히 긴 현수교를 지나면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숲이 나오는데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참 좋은 곳이었다.
사진에서와 같이 긴 다리는 하나였지만 많은 수의 비슷한 현수교가 만들어져 있어서 흔들다리를 건너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웃음이 떠나는 순간이 없을 정도였다. 월정사의 전나무숲 걷기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숲속 걷기를 좋아하는데 캐나다에서 만난 침엽수림은 엄청 높은 나무의 높이도 신기했지만 우선 스케일 때문인지 감탄의 연속이었다. 화가 ‘Emilly Carr’의 작품을 Vancouver Art gallery에서 보고 와서 그런지 왜 그녀가 그런 웅장한 작품을 남겼는지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밴쿠버가 탄생한 곳인 Gastown에서 여러 가지 기념품을 득템한 우리 아이들은 마냥 즐겁게 보냈고 세계에서 단 2대만 남아있다는 증기시계가 울리는 증기음을 5회 이상은 들으며 쇼핑에 정신이 없었다. 증기시계가 서있는 바로 앞에서 즐긴 저녁 만찬은 아마 캐나다에서 즐긴 최고의 사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어 밴쿠버에서 비행기를 타고 Rocky mountains로 이동하였다. 캘거리 공항에 내려 Rocky로 가는 길은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황홀한 경관이었다. 우리의 목적지인 Banff로 가는 길에는 이런 저런 호수가 엄청 많이 있었는데 우리는 Lake Louise와 Lake Moraine 을 계획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그냥 지나치기는 했지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모두 둘러보고 싶을 정도로 Rocky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캐나다 개국 150주년을 기념하여 운좋게 국립공원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 국립공원 free pass card를 신청해서 우편으로 받아서 렌터카에 걸어놓았었다. - 아내의 여행 준비과정에서 정보력이 발휘된 유용한 선물이었다.
글 서두에 있는 호수 사진은 필자가 직접 찍은 Lake Minnewanka인데 개인적으로는 Rocky mountains에서 본 호수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Lake Louise와 Lake Moraine도 물론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하면 바로 볼 수 있었던 반면에 Lake Minnewanka는 크루즈를 타고 약 20~30분 정도 들어가야 그 진면목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는 동안의 신비로움까지 더해졌다. 이렇게 황홀한 호수가 있으리라고는 기대도 별로 안했을 뿐 아니라 웅장함도 Lake Minnewanka가 더 좋아보였다.

물론 모든 호수가 너무 훌륭해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사람에 따라 느끼는 것은 당연히 다를 수 있다. Lake Louise가 유명해진 이유는 일본의 작곡가 유키 구라모토가 바로 이 호수에서 작곡한 곡이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그 황홀한 음악이 왜 이곳에서 작곡될 수 있었는지는 와서 직접 들어보라! 월든에서 데이비드 쏘로우가 쓴 ‘월든’을 읽어보기가 개인적인 버킷리스트인데 다음엔 그것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호수에 너무 취한 나머지 웅장한 산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일부러 빼려고 하지만 중간중간 사진에서 보이는 것이 그 어떠한 설명보다 잘 알려주리라 믿는다. 작년은 마침 캐나다 개국 150주년의 해여서 국립공원 입장이 무료(Banff, Jasper 국립공원 등)였기에 더 알찬 여행이었다. 여행이란 공부한 만큼 보이는 법이지만 적어도 캐나다 Rocky mountains 만큼은 공부를 안해도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일게 되는 훌륭한 경관을 자랑했다. 이러한 느낌이 필자뿐만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