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를 둘러싼 황당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개원의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의 A원장은 오랜만에 치른 면접에서 만난 스탭의 첫 마디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전 치과를 지난달에 그만 둬서 아직 실업급여를 받고 있으니, 그 기간 동안은 다른 지인의 면허로 취업서류를 대체하면 안되겠느냐”는 것이었다. 실업급여도 월급도 정상적으로 받고 싶은 욕심에서 내건 조건이었다. A원장은 “그런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요즘 다른 치과들은 80~90%가 다 들어주는데 원장님만 유독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전에 근무했던 치과들을 상세히 기재한 이력서를 제출하면서도 그 치과 내부의 문제, 원장의 개인사까지도 거침없이 얘기하는 태도를 보였다.
A원장은 면접을 본 후 상당한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결국 원칙을 지키는 원장은 조건이 나쁜 치과가 되는 상황이다”면서 “더욱이 이전 치과의 이름과 내부 문제까지도 거침없이 내뱉는 것은 또 다른 협박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실업급여를 둘러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업급여는 자발적인 퇴사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들을 위한 제도이고, 이를 어겼을 시 법적인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인난에 허덕이는 치과계에서 대부분의 스탭들이 실업급여를 당연하게 여기고 수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마찰은 간혹 내부고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년전 서울의 B원장은 직원이 퇴사 후 고용노동부에 고발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의 C원장은 “구인난에 시달리다보니 조금씩 요구를 들어줘온 것이 관행처럼 돼버렸고, 이것이 이제는 불법적인 요소를 더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직원 퇴사 시에는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반드시 사직서를 받아둔다는 또 다른 원장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구직활동을 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러다보니 개원가에서는 이력서는 들어왔는데 면접 볼 사람은 없는 악순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치과 스스로 원칙을 지키고 직원들에게도 원칙이 바로 서도록 해야 더 큰 고용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실업급여 부정수급의 경우 직원뿐 아니라 원장도 처벌받을 수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프로그램에서 혜택이 제한될 수도 있다. 부정수급이 적발될 경우 수급액을 반환해야 하며 부정금액의 2배까지 과징금이 징수될 수 있다. 또한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2회 이상 적발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하의 벌금도 가능한 만큼 관심이 필요하다.
치과계만 국한된 이야기도, 모든 진료스탭에 일반화된 이야기도 아니겠지만, 상호 인식개선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이상복) 구인구직특별위원회 또한 이처럼 개선돼야 할 구인구직의 문제에 대한 홍보자료를 제작, 배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