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백악산), 낙산, 남산(목멱산),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500여년 조선 도읍지인 한양의 도성 둘레를 걸으며, 그 안에 깃든 역사와 문화, 생태를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트래킹 코스인 “서울 한양도성길 18.6km”
1392년 개성에서 조선을 개국한 태조는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기 위하여 궁궐과 종묘를 먼 저 지은 후, 태조 5년 1, 2월과 8, 9월 두 번에 걸쳐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능선을 따라 성곽을 축성하였는데 평지는 토성, 산지는 석성으로 지었다. 성곽에는 사대문(四大門)과 사소문(四小門)을 두었는데 동쪽 흥인지문, 서쪽 돈의문, 남쪽 숭례문, 북쪽 숙정문의 사대문과 북동쪽 혜화문, 남동쪽 광희문, 남서쪽 소의문, 북서쪽 창의문의 사소문을 만들어 성안과 밖을 연결하였다.
세종 4년 도성 수축 공사 때 흙으로 쌓은 구간을 석성으로 고쳐 쌓았으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을 거치면서 성곽이 크게 부서져서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숙종 때 성곽을 대대적으로 보수하였다. 그밖에도 시대를 거쳐 오면서 부분적으로 개수하였는데 현재 남아있는 성곽은 대체로 태조, 세종, 숙종, 순조 시대의 것이다. 축성 이후 개축하고 보수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조선시대 성벽 축조 기술의 변천과 발전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한양도성은 근대화 과정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옛 모습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는데, 해방 이후에도 도로•주택•공공건물 등을 지으면서 성벽이 훼손되는 일이 되풀이 되었다. 한양도성의 중건은 1968년 1.21 사태 직후 숙정문 주변에서부터 시작되었고, 1974년부터 전 구간으로 확장되었다. 현재는 전체 구간의 70%인 총 12.8km(2014년 기준)의 구간이 남아있거나 중건되었으며, 숙정문•광희문•혜화문을 중건하였지만 도심 개발로 인하여 광희문과 혜화문은 부득이하게 원래 자리가 아닌 곳에 세워지게 되었다.
현재 한양도성은 백악, 낙산, 흥인지문, 남산, 숭례문, 인왕산 등 6개의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 백악구간은 성곽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고, 서울의 강북 전경뿐만 아니라 광진, 잠실까지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풍광이 아름다워 사람들의 많이 찾는 곳인데, 사실은 1968년 1.21사태 이후 폐쇄되었다가 2007년에야 탐방로가 오픈된 곳이다. 하지만 현재도 창의문 안내소부터 숙정문 안내소, 말바위 안내소 구간까지의 탐방을 위해서는 신분증을 검사하니 꼭 지참해야 한다.
부암동 자하문 터널 위 중턱에 위치한 창의문부터 성곽길 산행을 시작할 수 있으나, 시작하자마자 북악산 능선을 30분 이상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힘든 구간이라 개인적으로는 혜화문 쪽에서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가는 코스를 선호한다. 그런데 혜화문부터 경신고등학교까지의 구간은 혜화문의 위치도 원래 위치가 아니고 성곽도 훼손이 심하다. 또한 주택가 담장 밑 축대로 쓰이거나 군데군데 끊어지길 반복하므로, 서울과학고등학교 후문부터 산행을 추천한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1111, 2112, 성북03 버스로 환승하여 성북초등학교 앞에 내려 길을 건너면 서울과학고등학교 후문 부근의 성곽 길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와룡공원까지는 완만한 경사길이라 쉬이 산행할 수 있으며 말바위 안내소까지만 가더라도 서울 성곽 길의 묘미와 서울시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혹시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거나 어린아이를 동반하여 산행이 힘든 경우에는 말바위 안내소에서 삼청공원 쪽으로 내려와 인근의 북촌 한옥마을을 관광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줄 것이다.
말바위 검문소에서 신원확인을 한 후 10여분을 걸어가면 한양도성 4대문 중 하나인 숙정문을 볼 수 있다. 숙정문은 한양도성의 북대문으로 남대문인 숭례문(예를 숭상한다)과 대비하여 ‘엄하게 다스린다’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청운대를 지나 성곽길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속칭 1•21사태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1968년 1월 21일 31명의 북한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할 목적으로 침투하였다가 군경과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는데 이때의 총탄 자국이 있는 소나무이다. 여기서도 또 한 번 분단의 현장을 볼 수 있는데 요즘의 남북 화해 무드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도성 중 가장 높은 곳인 백악마루에 서면 경복궁과 세종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창의문까지는 계속 내리막길 계단을 내려오게 되는데 창의 문 안내소에 도달하여 방문증을 반환하면 한양도 성 북악 구간의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창의문은 서 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북소문(北小門)으로 ‘옳은 것을 드러나게 하다’는 뜻이 있다. 서울의 사소문 중 유일하게 영조시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보물 1881호로 지정되었다.
한양도성 성곽길 중 북악 구간은 무리되지 않는 적당한 산행이 가능하고, 산행의 시작과 끝부분인 부 암동과 성북동에는 서울미술관과 석파정, 윤동주 문학관, 간송미술관, 길상사 등 가볼 만한 곳이 많고 각종 블로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한 맛집 또한 많으니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하는 멋진 당 일치기 여행코스로 손색이 없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