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2021년 비급여 진료비용 가격공개’ 관련 전문기자협의회 백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비급여 자료 고의 미제출 기관에 대해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비급여 관리대책의 시행 주체는 엄연히 보건복지부이고, 심평원은 위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과태료 부과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의료인 단체들은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령 제42조(업무의 위탁) 제3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에 따른 비급여진료비용 등과 관련된 보고의 접수와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비급여진료비용 등의 현황에 대한 조사·분석 및 그 결과 공개에 관한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기관을 제1호 법 제28조에 따른 의사회, 치과의사회 또는 한의사회, 제2, 3호에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에 따른 공공기관 혹은 그 설립 목적이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공공기관 및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기관으로 정하고 있다.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인 단체를 심평원 등의 공공기관에 우선하여 법령에 명시하고 있음에도 배제되고, 과태료까지 부과대상이 되고 있는 현 상황에 의료인들은 답답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애시당초 의료계는 정부가 비급여 관리대책을 연말 연초 등 취약한 시점에 시행하는 것을 보고, 실손보험 업계의 적자보전을 위해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적 원칙조차 무시하며 의료계의 손실을 알면서도 강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지속해온 바 있다.
정부는 국민이 비급여 진료비 시세를 미리 알아야만 한다는 권리 측면에서 강조하지만, 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광고 및 주요 질환 검색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수 분 내에 주요 진료비의 시세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정보화되어 있다.
10여 년 이전, 실손보험제도 출범 시 구조적으로 적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료계의 비판을 무시한 보험업계의 판단 착오로 매해 큰 액수의 실손보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기사는 계속 나오지만, 실손보험을 운용하지 않는 주요 보험사는 없고 눈에 띄는 구조조정 또한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막상 실손보험 업계가 적자가 나더라도 보험사의 문제이지 국민의 피해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국가가 나아가야 할 고부가서비스업의 주요 범주 중 하나로 헬스케어 산업을 들며 고용자 숫자와 함께 고용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력 수요를 확대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손보험 업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비 가격 비교를 시행하여 저수가 의료체계로 유도한다는 것은 저수가 박리다매의 기업형 영리병원 구조로 끌고 가겠다는 의미로 보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 19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며, 인건비 등 원가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의료계에 더욱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높은 원가를 가질 수밖에 없는 동네 병의원들의 도산은 심해질 것이고, 동네병원의 수가의 절반 수준으로 광고하지만, 실제 방문하면 두 세배 많은 양의 진료를 행하는 영리병원들은 흥하는 구조가 발생하여 국민의 실질적 손해는 심해질 것이다.
치과의사들이 1,428일간이나 헌법재판소 앞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른 판단을 호소하며, 1인 시위를 한 이유도 이와 같이 1인 소유 다수 병원 구조의 영리적 병원에 의한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서울지부 소송단이 정부의 비급여 관리대책에 따른 저수가 가격 비교에 의한 영리병원 확산에 대해 반대 헌법소원을 제출하고, 1인 시위를 지속하며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이 정신은 비급여 수가 신고 마감일 직전까지 새로 당선된 신임 박태근 협회장이 공약을 어기고 자료제출을 호소하기 직전까지 의료계에서 가장 낮았던 치과계의 신고율(7월 28일 기준 의료계 중 가장 낮았던 44%)이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이 정신을 이어받아 과태료를 불사한 845개의 치과 의료기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