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서 알아본 자율점검제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지표연동자율개선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지표연동자율개선제는 1986년 자율시정통보제를 시작으로 2003년 급여적정성 종합관리제, 2009년 적정급여자율개선제, 종합정보서비스제, 2011년 지표연동관리제, 2014년 지표연동자율개선제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시행돼왔다.
지표연동자율개선제는 의료의 질 향상이 필요하거나 진료비 증가에 영향이 큰 분야에 대해 관련 지표 정보를 요양기관에 제공하여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고자 하는 취지의 제도이다. 관리항목은 2020년 3분기까지 5개 항목(내원일수,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처방률, 주사제처방률, 6품목이상처방비율, 외래처방약품비)이었지만 현재는 2개 항목(75세 미만 6품목 이상 처방률, 75세 이상 5품목 이상 처방률)이 추가되어 총 7개를 운용 중이다.
치과의 경우는 이 가운데 ‘내원일수’ 항목에만 해당이 된다. 관리항목 이름은 내원일수지만 대상기관을 선정할 때는 VI(내원일수지표)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CI(건당진료비고가도지표)와 상위순위도 고려하게 된다.
위 세 조건은 모두 ‘and’ 조건으로 어느 한 조건이라도 해당되지 않으면 지표연동 관리 대상기관으로 선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VI 1.2, CI 0.99인 기관의 경우 CI가 1.0 이상이 되지 않으므로 지표연동 관리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VI가 1.1 이상이고 CI가 1.0 이상이어도 만약 상위 15%에 속하지 않으면 통보대상에서 제외된다.
내원일수지표(VI, Visit Index)는 동일 수진자의 외래 내원일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지표로, 해당기관의 환자구성을 감안했을 때 실제 내원일수가 전국평균 내원일수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 비교하는 빈도지표이다. 그리고 건당진료비고가도지표(CI, Costliness Index)는 한 요양기관의 환자구성을 감안했을 때 실제 진료비가 동일평가군의 전국평균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 나타내는 수치다. 따라서 개별 요양기관에서 진료한 질병군별 실제 발생한 평균건당금액과 동일 평가군의 질병군별 평균건당금액을 대입해 산출하므로, 해당기관의 진료비용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VI와 CI는 평균값을 1로 표시하며 VI 1.2는 건당 내원일수가 전국 평균의 1.2배(평균보다 20% 높음)를 의미한다.
그리고 ‘전체 개설기관 상위 15%’는 급여진료비용 상위 15%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표상위 15%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정우선순위는 ‘내원일수지표>건당진료비고가도지표>전체개설기관’ 상위기관 순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건강보험청구액이 적은 치과여도 지표가 높은 치과는 관리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지표 산출과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자분류체계(Patient Classification System, PCS)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환자분류체계는 상병, 시술, 연령, 중증도 등을 사용해 환자를 임상적 유사성과 자원소모 측면에서 유사한 그룹으로 묶는 분류체계라 할 수 있다.
VI와 CI 모두 상대지표이기 때문에 해당 치과의 진료비용을 전체 평균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환자구성을 보정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보정 과정에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외에 환자분류체계를 이용하게 되는데, 외래환자가 대부분인 치과의원의 경우는 KOPG (Korean Outpatient Group)를 이용해 분류하게 된다.
한 달 동안 한 환자가 여러 번 내원해 각기 다른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경우라도 최종적으로는 KOPG에 따라 한 가지 질병군으로 합산돼 지표가 산출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선순위는 아래의 기준에 따르게 된다.
다소 복잡한 내용이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만약 19세 환자가 같은 달에 3번 내원해 치석제거, 근관치료, 충전치료라는 각기 다른 질병군에 해당하는 진료를 받은 경우, 모두 주요시술그룹(SOPG)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장 진료비가 높은 치석제거가 속한 ‘SL5092 단순 치은 및 치주 시술’ 그룹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치석제거를 위해서는 한번 내원했지만 내원일수에서는 3회 내원한 것으로, 합산금액인 11만1,310원의 진료비로 산출되는 것이다.
최근에 지표연동자율개선제로 안내문을 받은 원장님의 문의 전화가 있었는데 “본인은 근관치료 시 거의 당일발수근충을 하기 때문에 내원횟수가 많지 않음에도 치수치료질병군(SL4002)의 내원일수가 3.4로 확인되어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당일발수근충의 수가가 높기 때문에 해당월에 시행한 다른 치료가 모두 치수치료 질병군으로 합산된 것이다.
간혹 VI를 1.1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가능하면 한 번에 몰아서 진료하도록 권유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위에 설명한 경우처럼 해당월에 동일 환자의 다른 급여진료가 많았다면 해당진료가 속한 질병군의 두 가지 지표 모두 높아지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개선 안내문을 받고 해당 질병군에 속하는 진료를 몰아서 해보아도 지표가 낮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높아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내원일수 항목의 경우 의료인의 진료권 및 환자의 행복추구권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단순히 해당 진료의 내원일수를 줄이기보다는 건수가 많은 질병군 중에서 비중이 높은 주상병 상세지표를 살펴보아야 한다.
내원일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도 부당청구 기관으로 의심받아서도 안 되고, 일률적인 통보횟수를 기준으로 현지조사 대상으로 선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통보를 받은 의료기관 중 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곳은 현지조사 대상기관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율개선 통보를 받으면 반드시 심평원 측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