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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이태원 참사로 본 우리 사회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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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태 논설위원

지난달 마지막 주말의 밤은 매우 잔인했다. 이태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는 전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매시간 들려오는 뉴스는 고통의 연속이었고, 칼로 가슴을 베이는 듯한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300명이 넘는 사상자, 무엇이 잘못된 걸까?

 

사고 직후 정부는 지난 5일까지 추모 기간을 지정, 정쟁을 자제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자고 했다. 한편에서는 사고의 원인부터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군중 관리) 시스템의 부재, 다수의 신고전화에도 이를 방치한 문제 등을 찾고 있다. 물론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책은 반드시 찾아야 한다.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 또한 책임여부를 철저히 따져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늘로 간 이들이 다시 돌아오진 않겠지만, 8년 전에도 10대들이 대형참사를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되풀이되는 이런 대형 사고는 분명 정부와 정치인들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우리 의료인들의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마련했는지 함께 검토해 보고 부족할 경우 적극적인 개입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자책도 해 본다.

 

이태원과 유사한 국내 압사사고 사례를 보면 △1959년 부산 공설운동장 시민 위안잔치에서 67명 압사 △1960년 서울역 계단 압사사고로 31명 사망·49명 부상 △1980년 부산 용호국민학교에서 1,000여명의 학생들이 계단에서 넘어지며 5명 사망·18명 부상 △1992년 ‘뉴키즈 온 더 블록’ 공연 도중 고교생 1명 사망·50여명 실신 △1996년 대구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에서 학생 2명 압사 △2001년 가수 클릭B 사무실 앞에서 10대 팬들이 몰려 1명 압사 △2005년 상주 MBC가요콘서트 압사사고로 11명 사망·70명 부상 그리고 이번 이태원 참사로 158명 사망·196명 부상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 1990년 이후 30여년간 1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재난사고로는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로 292명 사망, 70명 실종, 1995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로 101명 사망 202명 부상,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502명 사망 937명 중경상 6명 실종, 1997년 괌에서 대한항공 추락사고로 225명 사망,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로 192명 사망, 148명 부상, 2014년 세월호 참사로 299명 사망, 5명 실종 등이 있다.

 

대략 3~4년에 한번씩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대형사고로 생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은 이럴 때마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정치권은 각 사건을 상호 공격의 재료로 삼아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 했다. 여야 모두의 잘못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느 정권이든 대형사고가 없던 적은 없기 때문에 여야 모두 국민 앞에서는 죄인이므로, 모두 조용히 자숙하길 바란다.

 

이태원 참사가 세계 압사사건 중 10위를 차지했다. 앞서 국내서 압사사고가 발생한 바 있고, 해외에서도 스포츠 경기나 종교행사 중 일어난 압사사고를 목격해왔다면, 정부는 이를 분석해 재난방지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 놨어야 했다. 수백명의 자국민 희생이 있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희생자가 생긴 후에야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라는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세밀한 재난방지 시스템을 만들기 바란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재난은 자연재난과 달라 촘촘한 안전망을 마련하면 재난 제로까지 도전할 수 있다. 물론 대책 마련 시 의료계와도 연계할 필요가 있다. 재난 사고의 최종 결정지는 응급의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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