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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1RM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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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논설위원

Leo Tolstoy의 단편소설 중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작품이 있는데, 아마 내용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악마가 농부의 욕심을 이용해 그를 파멸시키기 위해 ‘하루 동안에 돌아보는 땅을 모두 주겠다’고 제안했고, 농부는 최대한 멀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려고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가 결국 도착하자마자 죽음에 이르렀다는 내용으로, 과도한 욕심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마라톤이 아테네의 승전을 빨리 알리려고 4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서 승전보를 전하고 죽은 병사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연상되는 소설이다.

 

필자는 취미이자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헬스와 달리기를 하고 있다. 무거운 역기를 드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겠나 싶지만, 의외로 역기를 드는 과정이 종종 큰 즐거움을 준다.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리는 운동에서 종종 사용되는 용어 중 Repetition Maximum(RM)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예를 들어 100kg의 역기를 세 번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할 때, ‘나는 100kg가 3RM이야’라고 표현한다. 지난주까지 한 번도 들지 못했던 무거운 역기를 어느 날 갑자기 들어 올렸을 때 상당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바닥에 놓여있는 역기를 들어 올리는 ‘데드리프트’라는 운동이 있는데, 등과 엉덩이, 허벅지 후방의 근육 등을 단련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170kg을 들어본 적도 있지만, 어떤 날에는 160kg도 들지 못한다.

 

근래에는 무거운 중량을 들어보려는 시도가 점점 부담스럽다. 이걸 했다가 혹시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나이가 든 탓인지 너무 힘들다 싶으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가는 듯하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 순발력도 떨어지고 다치면 회복도 늦어지니까, 운동도 강도를 낮춰 ‘적당하게’ 하는 것이 순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하루 동안 얼마나 멀리까지 가볼 수 있는지, 내가 얼마나 무거운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지, 내가 얼마나 빨리 뛸 수 있는지는 한계까지 가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알기가 불가능하다. 한계가 어디인지 모르면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니 말이다.

 

하루하루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문제들도 비슷할 때가 많다. 필자는 환자의 특정한 문제 혹은 사용하는 치료법에 대해 얼마나 많은 객관적 지식을 알고 있을까? 환자가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치료가 종료됐다는 핑계로 혹시 더 나은 치료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지는 않을까?

 

한계까지 가보려 하면 한계에 부딪혀 큰 문제가 생길 위험이 항상 동반하게 된다. 그럼에도 한계까지 가보는 것이 주는 매력, 한계를 뛰어넘을 때의 성취감, 한 발짝 전진했다는 삶의 변화가 사람으로 하여금 한계에 도전해 보려는 마음을 주는 것 같다. 암벽을 맨손으로 등반하거나 고층빌딩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시도하는 것 같은 위험해 보이는 도전뿐 아니라, 이미 충분한 인정과 명예를 가진 분들이 쉬지 않고 더 나은 치료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은 많은 동료들에게 자극과 뿌듯함을 준다.

 

나이가 들면서 절제와 순리를 찾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1RM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자 도전해 보는 모습도 매력적이다. 어디선가에서 각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동료 선후배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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