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사(人事萬事)’라고 할 때 인사는 사람을 채용하고 배치하는 것을, 만사는 만 가지의 일, 다시 말해 모든 일을 말한다. 그래서 자고로 ‘인사가 만사다’라고 하면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한다는 의미다.
대학자인 율곡 이이는 현명한 신하의 세 가지 유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도덕이 몸에 배어 백성을 편하게 하며 정도를 행하는 ‘대신’, 둘째, 나라를 걱정하면서 자기를 돌보지 않고 정성을 다하여 백성을 보호하고 국가를 편하게 하는 ‘충신’, 셋째, 항상 자기 직분과 능력을 생각하여 그릇 크기는 경국에 미치지 못해도 재능이 하나의 관직은 능히 맡을만한 ‘간신’으로 정의한 바 있다.
지난 4월 29일 제72차 치협 대의원총회가 개최됐고, 5월 1일 치협 제33대 박태근 집행부의 임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정작 3만 회원을 위해 일해야 할 치협 임원의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물론 적재적소에 유능한 임원을 선임함에 있어 신중한 자세는 좋다. 하지만 선거 때 논공행상을 따져 알력 다툼과 같은 내부 갈등으로 인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번 대의원총회에서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따른 총파업을 결의하고 대통령 거부권 촉구를 건의하는 엄중한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선출직 회장단이 모든 회무를 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작 회원을 위해 책임지고 일할 임원이 현재까지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은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멀리해야 할 세 가지 유형의 관리로 권세를 믿고 멋대로 조종해서 자기 명리만 쫓는 자,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 일삼는 자, 100가지 계교로 교묘히 사익을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자를 경계했다.
인사권을 가진 자가 원칙에 따라 인재의 재능을 고려해 신바람 나게 일하도록 하는 것은 지도력의 척도다. 그런데 인사권자가 원칙을 무시하고 공신들을 향해 선심성 인사를 남발하게 되면 당연히 인사의 원칙은 무너지게 된다.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인사가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사회 다방면에서 뼈저리게 겪고 있는지 모른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은 많은 제자와 자신의 호를 딴 성호학파를 형성함으로써 후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성호 이익의 저서 ‘성호사설’은 조선 실학을 대표하는 고전으로 성호 이익은 간쟁론을 참 쉽게 논한다. ‘듣지 못하는 사람은 귀머거리고 보지 못하는 사람은 소경인데, 귀머거리나 소경이야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선천적인 것이지만, 보여줘도 보지 못하고 들려줘도 듣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귀머거리이자 소경이 된다’고 평했다.
또 “사람은 아첨을 좋아하고 곧은 말을 싫어하며, 곧은 말을 하면 반드시 불리해지고 아첨은 이익이 따른다. 곧은 말이 용납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첨하는 말로 죄를 받았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니, 사람들이 누가 자기의 이익을 저버리고 위험한 데로 나아가기를 바라겠는가. 이렇기 때문에 간언하는 일이 어렵다”고 성호 이익은 설명한다.
성호를 계승한 다산 정약용은 사람을 제대로 고르는 방법을 “아첨을 잘하는 사람은 충성스럽지 못하고, 간쟁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귀로 듣기에 달콤한 말을 잘하는 사람을 쓰지 말고, 쓴소리 잘하고 잘못을 비판할 줄 아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주변의 훌륭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소통이 제대로 되어야 훌륭한 인재를 천거 받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인사에 있어서 먼저 사람과 인격이 된 사람, 그리고 그 사람 삶의 여정에서 윤리적·사회적 삶을 살아온 사람, 정말 실력 있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원칙에 따라 등용하고 일을 맡기는 일은 지도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조만간 발표될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3대 집행부의 인선이 어느 때보다 궁금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