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을 진작 알았더라면 삶이 조금 달라졌겠다 싶은 책이 밥 버그, 존 데이비드만의 기버 시리즈(To Go Giver)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인 ‘테이커(Taker)’, 받는 만큼 주는 사람인 ‘매처(Matcher)’,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인 ‘기버(Giver)’다.
아마 대다수 사람은 받는 만큼 주는 ‘매처’일 것이다. 남에게 베풀고 돕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조건 베풀지 않게 된다.
과연 ‘기버’들은 손해만 보고 다른 사람에게 이용만 당하는 사람이냐고 생각한다면 범죄 피해자가 되는 기버들도 상당하지만 놀랍게도 최고의 성공을 거둔 사람 중에는 기버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책 역시 베풀면서 성공한 사람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위대하고 엄청난 성공에 이르는 비밀은 5가지다.
첫 번째는 가치의 법칙이다. 우리는 직장에서 일이든 무엇을 하든, 꼭 급여를 받은 만큼만 일하려는 마음이 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받은 대가보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라고 한다. 당연하면서도 손해를 보는 느낌에 지키기 어려운 항목인 것 같다. 식당에 가더라도 내가 지불한 재화보다 더 훌륭한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을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나의 가치는 내가 받은 대가가 아니고 내가 제공하는 대가라는 말이 가슴에 많이 와닿았다. 나의 진료 가치가 올라가면 그 가치의 대가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보상의 법칙이다. 나의 수입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그 도움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효과적이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치과계를 선도하는 인사들의 선한 영향력이 이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 번째는 영향력의 법칙이다. 당신의 영향력은 타인의 이익을 얼마나 우선시하느냐에 달려있다. 인간관계에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민감하게 캐치하고 마음속으로 거리를 두는 게 당연지사다. “타인의 이익을 진정으로 생각해 줄 때 다른 사람들도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나의 이익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게 된다”라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네 번째는 진실성의 법칙이다. 어떤 비결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은 진실성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모든 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만고의 진리다. 베풂 중에 가장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나의 진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수용의 법칙이다. 효과적으로 ‘주는’ 비결은 마음을 열고 기꺼이 받는 것이다.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을 진심으로 받을 수 있는 사람만이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집이 생기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한다. 나에게 갑자기 잘해주는 사람이 생기면 ‘속셈이 무엇일까?’ 생각을 먼저 하게 되지만 이제는 기꺼이 호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받은 만큼 주는 게 인간관계에서는 인지상정이다. 치과의사인 회원의 권익과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치협은 과연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요즘 치협을 지켜보고 있자면 아쉽게도, 너무 퍼주기만 하는 기버 아니었을까? 회원의 권익을 위해서라면 주는 만큼 받아오는 게 치협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일례로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살펴보았을 때, 치과계는 단체휴진이나 궐기대회에 충분히 동참했다. 하지만 다수의 치과의사가 관심을 가졌던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서는 과연 무엇을 결과로 얻었는지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다른 보건의료단체와 비교했을 때 치협은 회원들을 위해 얻는 것은 없고 너무 퍼주기만 한다는 회원들의 의견이 상당하다는 것도 경청해야 할 때다. 치과계와 회원을 위해 치협은 주는 것보다 이익을 더 많이 챙겨간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