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서설이 내렸다. 흰 눈에 덮인 세상을 보면서 SF 영화처럼 한순간에 손발이 다 얼도록 눈사람을 만들며 뛰어놀던 어린 시절 동심 세계로 들어갔다. 새해 첫 글은 서설처럼 덕담으로 시작하고 싶다.
세계적인 작가 브라질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수필집 ‘흐르는 강물처럼’에 실린 유명한 “연필 같은 사람”을 소개한다. 할머니는 사랑하는 손주에게 연필을 주며 장성하여 어른이 되면 연필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평범한 연필 같은 사람이 되라는 말에 손주가 의아해하는 모습에 할머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연필은 다섯 가지 특징이 있다. 어른이 되어 큰일을 하게 되었을 때 연필을 쥐고 이끄는 손 같은 존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첫 번째 교훈은 겸손이다. 그는 첫 번째로 연필을 쥐고 있는 손을 이야기했다. 연필이 손에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에 자만하지 않고 겸손해진다. 살다 보면 우연으로 인해 살아가는 길이 바뀌는 것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우연의 시작인 것을 보면 첫 번째 교훈이 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두 번째는 가끔은 쓰던 것을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가 있다. 당장은 아프고 힘들어도 심을 더 예리하게 쓸 수 있으니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교훈은 인내다. 연필심은 사용할수록 반드시 뭉툭해지기 때문에 새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깎아야 한다. 무쇠가 좋은 검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망치질과 담금질을 견뎌야 하듯이 모든 일에는 노력과 아픔과 고통이 따름을 견디고 극복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달려있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옳은 길로 가도록 이끌어준다.” 세 번째 교훈은 실수를 바로잡는 용기다. 인간이기에 당연히 실수를 한다. 실수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간적’이다. 결국 누구나 실수는 한다. 다만 반복하는 사람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늘 실수를 반성하게 된다. 다만 바로잡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난해 유명한 배우가 잠깐의 실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생을 달리하는 선택을 한 것이 심하게 아쉽고 안타까웠다.
“네 번째는 연필은 바깥의 나무보다 안에 있는 심이 더 중요하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네 번째 교훈은 연필심과 같은 건강한 마음이다. 연필은 심만 있어도 안 되고 나무만 있어도 안 된다. 반드시 나무와 심이 모두 있어야 한다. 사람은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마음이 있어야 함과 같다. 겉은 보이지만 마음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늘 자신의 마음의 상태를 보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마음이 무너지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는 연필은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 살면서 행하는 모든 행동과 일이 흔적을 남기는 것을 명심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다섯 번째는 연필이 지나간 흔적이다. 연필의 목적은 흔적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그 흔적이 오래 남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해보기를 권했다. 현대철학자 한나 아랜트는 악의 평범성을 말했다. 악이란 단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고 했다. 자신의 행적이 영원히 남는 시대가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디지털 박제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작가는 자신이 행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것을 권하고 상식과 양심에 맞는 행동을 할 것을 요구했다. 자신에게는 양심을 따르고 타인에게는 배려는 하는 것이 다섯 번째다.
이렇게 할머니는 손주에게 연필과 같은 삶을 살 것을 당부했다. 아마도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진정으로 인류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교훈이었기에 울림으로 느껴진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파울로 코엘료가 가르쳐준 지혜의 연필이 모두에게 새해 선물이 되어 삶에 굵고 진한 글씨체를 남기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