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은 추가로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경기지표들과 유동성 리스크에 대해 다뤄보겠다.
2024년 미국증시 조정가능성 - 경기지표 분석
2024년 미국증시의 조정을 가리키는 경기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PMI,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 지수, 영구 실업률, 컨테이너 운임지수 등이 모두 경기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실업률은 현재 과거 대비 얼마나 낮은가 보다 최저점에서 반등하는 추세로 전환되는지가 경기침체 전망에 중요하다. 과거 경기침체는 실업률이 최저에서 머물다가 반등하며 치솟을 때마다 일어났다. 현재 실업률이 최저치에 머물다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실업률의 상승폭이 커지며 반등하는 구간이 이어지면 곧이어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
장단기 금리역전(미국 장기채와 단기채의 수익률이 역전되는 현상)은 곧이어 경기침체가 올 수 있음을 알려 주는 강력한 신호다. 장단기 금리차(예를 들어, 미국채 10년물 금리 - 2년물 금리)가 음수가 되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고 하며 역전 이후 일정기간 후에 경기침체가 일어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장단기 금리차가 음수가 됐다가 저점에서 반등해 다시 0 이상으로 올라오고 나서 경기침체가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하게 줄어들며 정상화를 앞두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가 머지않았음을 암시한다.
미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크게 인상한 다음에 금리고점에서 금리인하 사이클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장단기 금리차이가 역전됐던 경우 경기침체(경착륙)가 오지 않은 적이 없다는 역사적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24년 3월 - 미국 은행위기 1주년이 되는 날
지난 칼럼에서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2024년 3월 전후로 금리사이클 상으로 미국 증시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2024년 3월은 미국 은행위기(SVB 파산 및 뱅크런)가 일어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위 그래프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상의 역레포(RRP) 계좌 잔고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현금이 부족하면 미국채를 담보로 연준에게 돈을 빌릴 수 있다. 이를 레포(Repo)거래 라고 한다. 반면, 역레포(RRP) 거래는 국채를 담보로 연준이 금융기관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정부채 MMF가 역레포 거래를 활용한다. 쉽게 말해 미국 금융기관이 연준에게 빌려준 돈의 양이라고 보면 된다.
2020년 이전에는 연준의 RRP 잔고가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막대한 유동성이 시중에 풀리자 은행들은 남아도는 막대한 유동성을 연준에 맡겨놓으며 2021년 역레포 잔고가 사상 최대로 올라갔다. 이는 또한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의 흔적이기도 하다(연준이 상업은행의 국채와 MBS를 매입해 지급준비금을 늘려주었기 때문).
그러다 2023년 3월 은행위기 이후로 은행들이 유동성이 부족해졌다. 자산이 얼마나 많은지, 영업이익이 흑자가 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은행의 보유 자산 대비 지급준비금이 충분치 않으면 뱅크런으로 은행이 파산하게 됐다(SVB 실리콘밸리뱅크가 그렇게 파산했다). 은행들은 지급준비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됐고, 점점 더 연준에 맡겨둔 유동성을 다시 찾아가게 됐다. RRP 잔고가 감소된 만큼 은행들의 유동성이 보충됐던 것이다.
2023년 3월 이후 급속도로 내려가고 있는 RRP 잔고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24년 3월 겨에 ‘0’으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RRP 잔고가 제로에 가까워지는 3월 이후 은행들의 유동성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은행위기를 막은 BTFP 의 만기는 1년
2024년 3월은 지난 2023년 3월 은행위기 이후 1주년이 되는 시기다. 지난 은행위기 때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유동성 고갈과 지급준비금 부족이 이어지는 뱅크런으로 인해 연쇄 파산이 예상되자, 미국정부, 대통령, 연준의장까지 발 빠르게 대처하며 은행위기를 봉합했다.
당시 여러 가지 변칙적인 지원책들이 등장했는데, 뱅크런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예금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예금자보호 한도 무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실제 은행들이 지급준비금이 고갈되는 것을 막기 위해 BTFP(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 Bank Term Funding Program)를 고안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보유 중인 장기 미국채의 미실현 손실이 지급준비금 부족으로 인한 자산매각에 따른 확정 손실로 이어지면서 파산하게 됐는데, 비슷한 문제들을 여러 은행들이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연준은 은행들이 보유한 미국채를 연준에게 맡기면 은행들이 미국채를 손해보며 매도하지 않아도 일정 이자를 지급하고 원금을 지급 해주는 새로운 제도(BTFP)를 만들었다.
은행들은 유동성이 부족해도 BTFP를 활용해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지 않아도 지급준비금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파산하지 않았다. 근데 BTFP의 만기가 1년이고 만기가 끝나는 시간이 이번 3월 이후부터다. 연준이 재연장을 해줄 가능성이 높지만,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만기 전후로 어느 정도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
위 그래프에 대형은행(파란색)의 총자산 대비 지급준비금은 2023년 3월 은행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총 자산 대비 은행이 얼마나 지급준비금을 보유했는지는 뱅크런을 예상할 수 있는 척도이고 2023년 3월 널리 활용된 지표다. 아무리 자산이 많은 은행이라도 고객들이 한순간에 예금을 다 인출해 지급준비금이 바닥나면 뱅크런이 일어나 실리콘밸리뱅크처럼 빠르게 파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래프의 수치가 높을수록 뱅크런에 잘 대비돼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급준비금을 잘 확보하고 있는 대형은행에 비해 소형은행(갈색-붉은색)은 2023년 3월 BTFP로 긴급하게 수혈된 지급준비금으로 간신히 파산을 모면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고갈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충격적인 것은 소형은행 지급준비금에서 BTFP로 빌린 돈을 빼면 지급준비금(초록색)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2024년 3월 BTFP의 연장 없이는 미국의 대다수 소형은행들이 뱅크런에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의미로, 2023년 은행위기를 재현할 수 있는 큰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최근 RP 금리가 튀어 오르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지난 금리사이클에서도 RP금리 발작 이후 연준은 양적긴축을 멈춘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다음 시간에 이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