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믹스커피를 타는 일이다. 시판하고 있는 종류가 무척 많지만, 필자는 연아커피를 좋아한다. 예전에 김연아가 선전하여 연아커피라고 불린다. 믹스커피 한잔이 공깃밥 한 개 만큼 칼로리가 있다는 말은 이미 국민 상식이다. 많이 마시는 경우엔 하루에 4~5잔을 마시다 보니 설탕과 프림에 의한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을 걱정해 믹스커피 줄이기를 시도하여 보지만 매번 실패한다. 이번에도 2주간 성공하였지만 역시 또 실패하였다.
담배 끊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믹스커피를 끊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믹스커피 중독도 심리학에 중독 현상에 한 부분으로 들어가야 할 듯하다. 일단 멈추면 금단현상이 나타난다. 계속해서 믹스커피가 심리적으로 유혹을 한다. 처음 마실 때 혀끝에 느껴지는 따스함과 달달함, 그윽한 커피향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준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 끊어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결코 유혹을 견디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뽑은 ‘한국을 빛낸 발명품 10선’에서 9위 첨성대를 제치고 5위를 할 정도 국민의 선호를 받고 있으니 대단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필자가 믹스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물을 먼저 컵에 넣고 다음에 파우더를 넣는 방법이다. 그리고 젓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설탕이 바닥에 가라앉으며 첫맛은 단맛이 거의 없고 끝부분에 가야 단맛이 조금 느껴지고 컵 바닥에 녹아 있는 설탕 모습이 보인다. 설탕을 가장 적게 먹은 방법이다. 두 번째는 컵에 파우더를 먼저 넣고 물을 넣는 방법이다. 그리고 역시 젓지 않는다. 그러면 첫맛이 첫 번째 방법보다는 조금 단맛이 돌고 마실 때마다 당도가 증가된다. 적당한 당도에서 마시는 것을 멈출 수 있어서 좋고 마실 때마다 맛이 달라서 좋다. 이 방법에서 물을 따르는 방법에 따라 설탕이 녹는 정도가 다르다. 물을 빨리 따르면 설탕이 많이 녹고 천천히 따르면 설탕이 적게 녹는다. 바리스타가 로스팅된 커피빈을 분쇄하는 크기에 따라 혹은 물의 온도와 따르는 방법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것과 유사하다.
마음 놓고 믹스커피를 마시면 하루 5~6잔도 마실 기세니 요즘은 오전 한잔과 오후 한잔으로 정했다. 그 사이는 일반 커피에 녹차, 보이차, 허브티, 꽃차, 약용차, 버섯차 등등으로 버텨본다. 어떤 차를 마셔도 역시 믹스커피의 유혹보다 강하지 않다. 보이차의 왕이라는 빙두, 녹차의 최고라는 세작, 3대 명커피라는 불루마운틴이나 코나를 마셔도 역시 믹스커피의 유혹이 더 크다.
역사적으로 믹스커피의 시작은 냉장 우유 보급이 미국 마피아가 처음 시작한 것과 유사한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미국남북전쟁 당시에 군인들에게 술 대신에 로스팅 후 분쇄된 파우더를 보급했는데 납품업자들이 양을 늘리려고 모래를 넣었다. 이에 파우더 대신 원두를 보급하였지만 커피 마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때 처음으로 커피와 연유를 넣고 졸인 것을 군납하고 물을 넣어 먹게 만든 것이 믹스커피의 원조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알지네이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아가 생산지인 동남아를 점령하면서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급하게 만들어진 것과도 유사하다.
전쟁이 치과재료에도 영향을 미쳤듯이 전쟁과 납품비리가 만들어낸 것이 믹스커피란 것 또한 아이러니한 발명품 중에 하나다. 유럽에서 가철식 교정장치가 발달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히틀러가 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당시 교정용 브라켓이 금이었기 때문에 고정식 교정장치를 사용하지 못하여 가철식 장치가 발달한 것도 전쟁과 필요성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오후 진료하며 4~5시 정도가 되면 배도 고파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때쯤 되면 믹스커피 한 잔이 무척 그리워진다. 이때 마시는 커피 한 모금은 피로를 한 방에 해결해주고 마지막 환자까지 볼 수 있는 희망을 준다. 카페인이 뇌를 속이는 것인지 당도가 혈액 속의 글루코스 레벨을 증가시킨 탓인지는 모르지만 믹스커피의 유혹은 하루를 즐겁게 하는 요소 중에 하나다. 다만 어떻게 줄일까는 지속적인 숙제다. 매일 해야 한다는 운동처럼 견뎌내야 할 사소하지만 힘든 일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