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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모든 것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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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논설위원

모든 것은 메시지다. 정책과 같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적인 영역은 특히 그러하다. 국가 정상들의 회담에서는 넥타이 색깔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마당에 작은 제스처나 의전의 사소한 디테일도 알고 보면 사소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가장 주목한 것은 정부의 창구 역할을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끝까지 담당하였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는 2020년에 코로나 시절에 신설되어 제1차관이 복지를, 제2차관이 보건을 담당하고 있다. 제2차관이 보건을 담당하니, 그중 한 직종의 정원을 조정할 따름인 사안에는 제2차관이 담당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정부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공무원 사회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의전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메시지다. 사안의 중요도를 격하시키고 상대방의 급을 정해버리는 메시지 말이다.

 

제2차관의 실언과 부적절한 처신으로 대화의 파트너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의사회의 요청에도 바뀌지 않았다. 이 증원 이슈가 정치적으로 계속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제2차관을 고집하며 유지했다. 최근 의료계 이슈 중에 제일 심하게 터지면서 국민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임에도 제2차관이 사안을 담당한다면, 장관은 대체 어느 정도 사안이 되어야 출동하는 걸까? 이번 의대 증원 이슈의 제일 뼈아픈 지점은 장관이나 총리가 담당이 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시간을 끌거나 무응답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평생 함께해온 순욱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순욱에게 보낸 빈 찬합이 대표적이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이에게 무응답으로 지속하는 것도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사정이 있어서 지연되는 것이든,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서 장기화되는 것이든 속 사정을 알 길 없이 결정권자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이에게는 고스란히 메시지로 전달된다. ‘안 해줄 건가 보다, 관심 없나 보다, 완곡한 거절인가 보다’라고.

 

치과 쪽에도 그런 사안 하나가 떠오른다. 전문의 도입으로 한창 시끄럽던 몇 년 전, 통합치의학과 전문의도 경과조치를 통해 300시간의 교육 이수로 시험을 봐서 취득할 수 있었다. 여러 입장이 대립하면서 복잡했지만, 어찌 됐든 지난 이야기니까 그렇다 치고, 지금 졸업하며 나오고 있는 후배들의 입장에서는 통치 전문의가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선배들은 경과조치로 전문의를 취득해놓고 졸업하는 후배들이 해보려니 통치 수련기관이 너무 적다. 통치 전문의가 시작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졸업생 수를 고려할 때 통치 정원은 애초에 너무 적고 더 늘지 못하게 막아놓은 인상이다. 의과의 전례를 보아도 경과조치까지 동원해서 도입한 과는 필요에 의해 도입된 만큼 잘 자리 잡도록 여러 대학에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통치의 경우 경과조치는 성대하였으나 이후로는 잠잠하다.

 

후배들 입장에서는 300시간 경과조치로 통치 전문의를 단 선배들이 수두룩한데 최소한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도록 치과대학마다 통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왜 이렇게 수련기관이 적은가 싶다. 경과조치로 취득한 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상적으로 배출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통치 자체가 자리 잡고 선순환으로 넘어가야 하지 않나 싶은데, 왜 이렇게 수련기관이 적은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통치 전문의의 경과조치는 전문의 제도 도입 반발에 대한 무마용으로 활용되었을 뿐이다? 경과조치도 다 끝났겠다, 통치는 잠시 이용했을 뿐 정원을 늘릴 생각은 없으니 기존의 전통 있는 과 수련을 받으라는 것인가? 통치 전문의를 나눠 갖는 전문의 타이틀 파티는 진즉 끝났으니 혹독한 개원가에서 늦게 태어난 게 죄인 후배들은 전문의 타이틀 하나 없이 힘들게 시작해보자꾸나? 개원선물로 후배들에게 빈 찬합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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