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0년 만에 엉뚱한 상황이 또 발생했다. 분만 시 산모들에 대한 마취가 다시 문제가 되었다. 2004년 11월 무통분만 시술받은 한 여성이 심평원에 진료비확인제도를 통해서 일부 금액을 환불받았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무통분만을 받은 엄마들이 모두 진료비 확인 신청을 하게 되었다.
무통분만은 100분의 100 본인부담항목으로, 수기료가 2만2,560원인데 문제는 여기에 마취과 전문의 초빙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시 통상적인 초빙료가 10~15만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금액은 말이 안 되는 상황으로, 추가적으로 징수한 마취과의사 초빙료가 전부 환불요청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무통분만사태는 공중파 9시 뉴스에서 “무통분만, 환불받으셔야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의사들이 바가지를 씌운 것처럼 방송되면서 급박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잘못된 제도의 부당성으로 인해서 의료계가 이기주의로 매도되고, 환자는 보험이라는데 전액을 부담하고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결국 산부인과에서는 시술포기를 선언하고 분만을 앞둔 산모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탁상행정으로 나타난 이 제도는 결국 100분의 100 행위들을 재분류하고 완전히 삭제하게 된다.
20년의 시간이 흐른 뒤,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정책이 발표됐다. 표면적 이유는 급여치료에 비급여를 끼워 파는 행위를 줄여서 불필요한 의료쇼핑을 막고 필수의료적 불공정 보상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보험회사의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일 타당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에서 갑자기 엉뚱한 상황이 발생한다. 제왕절개로 분만할 때 통증을 줄여주는 국소마취시술인 ‘페인버스터’가 갑자기 혼합진료 금지에 해당된 것이다.
페인버스터는 ‘수술부위로의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Continuous wound infiltration, CWI)’이 정식명칭으로, 2011년 비급여로 등재되고 2016년부터 80% 선별급여항목으로 운영돼왔다. 그리고 이번에 비급여로 분류하고 혼합진료 금지 대상으로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함께 쓰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예고안을 예고했다가 산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선별급여이므로 전체금액의 80%를 내고 있는데, 단순히 비급여로 변경된다고 4~5만원의 늘어난 부담이 문제가 아니라 사용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페인버스터에 대해 ‘병행 사용 비권고’ 판정을 내리면서 발생했다. 당시 연구원은 “무통 주사와 페인버스터를 같이 사용해도 무통 주사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과 통증 완화 차이가 크지 않고, 페인버스터에 무통 주사보다 마취제가 6배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병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90% 선별급여로는 페인버스터만 단독으로 사용이 가능한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비급여로 적용하는 경우에는 혼합진료에 해당되므로 병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문제에서 반발이 심한 것이다.
수술 후 나타나는 통증은 너무도 많은 요소에 의해 통증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이를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거기에 주관적인 요소, 환자의 통증역치, 불안과 두려움 등 각기 다른 환경에 의해 통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분명한 것은 통증반응이 크게 오는 것이 술 후 치유에 영향을 주며, 최근 의료환경은 술 후 고통이 없는 빠른 회복을 목표로 하기에 이런 통증조절시스템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도수치료나 다른 행위의 사보험을 위한 비급여를 막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엉뚱한 상황으로 나타나서 출산을 앞둔 산모들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의료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임시방편적 땜질인지, 깊이 고민한 정책인지 엉뚱하게 터지는 상황을 보면 깊은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