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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참 치졸하고 옹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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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편집인

7월 15일 전국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사직서가 최종 수리되었다. 앞서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에게 15일까지 사직 또는 복귀를 결정할 것을 최후 통첩하였고,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거나 응답이 없으면 자동으로 사직 처리하라는 정부 방침을 그대로 따랐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이전에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리더니 이번에는 ‘사직서 수리 명령’을 내린다며, 사직서 수리에 관여 말고 전공의와 병원에 대한 위헌적 명령과 조치를 즉시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미 2월에 개인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직장을 떠난 근로자인 전공의들에게 왜 굳이 7월 15일자로 사직서를 다시 내라고 최후통첩하였을까?

 

여기에는 정부의 치졸하고 옹졸한 의도가 숨어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논의 없이 2월 발표 당일에 2,000명 증원을 통보해 버린 정부는 파업하는 의료계를 상대로 업무개시 명령, 진료 유지 명령, 명령을 어길 때는 의사 면허정지, 의협 총파업 시 의협 해체 등 다양한 준비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파업이 아니라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사직서를 낸 전공의에게는 수련병원 병원장에게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더해 법적으로 계약 만료된 전공의까지 수련병원에 면허를 계속 묶어두고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해두었다.

 

전공의는 각 병원과 근로계약을 한 근로자인데 그만두거나 계약 만료된 근로자의 사직서 수리를 안 해준 것이다. 헌법상 강제 노역 금지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국제노동기구에 긴급 개입을 요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해야 업무개시 명령, 진료 유지 명령이 가능하고, 사직이 아닌 파업 상태를 만들어 두어야 의사 면허 정지를 내린다고 겁박할 수 있고, 나아가 대학병원의 적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월 말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재계약을 안 하거나, 2월 말에 계약 만료된 전공의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면허 정지나 손해 배상 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7월 11일 전공의 사직률은 전체 수련병원 211곳에서 0.66%(1만506명 중 69명)에 불과했다. 아직 99% 이상의 전공의가 사직 처리가 안 되고 파업 중인 근로자라는 게 정부 발표다. 하지만 이제 15일을 기점으로 99% 이상의 전공의는 사직 처리가 될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에게 사직서 수리 명령을 해줄 테니 7월 15일로 사직서를 다시 쓰라고 했다. 그래야 3월부터 7월까지 파업한 근로자이니 면허 정지와 막대한 대학병원 적자에 대해 손해 배상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로자인 전공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2월에 사직서를 쓰고 그만두거나 계약이 만료된 상태인데 굳이 면허 정지와 손해 배상의 위험성을 감수해가며 사직서를 다시 써야 할까? 상식적으로 3월에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쓰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막대한 재정 투입과 대학병원의 적자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는 져야 할 것이다. 그 책임이 힘없고 외압에 의해 자신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전공의에게 돌아가서는 안 된다.

 

전공의는 사직 시점을 2월로 해야 ‘퇴직 직전 3개월 하루 평균 임금’에 비례해 책정되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사직서가 제출된 2월 이후 내려진 업무개시 명령 등의 효력을 두고 법적으로 다툴 근거도 마련된다. 반면 사직이 7월부로 인정되면 퇴직금은 0원이다.

 

이에 앞서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2월 29일자 사직서 수리에 합의했지만, 정부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버티면서 사직의 법적 효력이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 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퇴직금도 줄 수 없다며 힘없는 전공의를 압박하는 것이다.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3월부터 7월까지 다른 병원에서 일할 수도 없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린 전공의들은 손해 배상을 받기는커녕 퇴직금도 못 받고 이제 퇴직금 반환을 위한 법정 투쟁까지 나서야 할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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