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사이 미국 前 대통령 트럼프가 유세 도중 피격됐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비밀경호국의 경호 실패가 부각되거나 민주당과 공화당 양진영에서 극단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여론은 트럼프에게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트럼프는 피격 직후 경호원과 일어서며 주먹을 불끈 쥐며 ‘fight! fight! fight!’라고 용기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됐다. 베팅사이트 폴리마켓 기준으로 민주당의 현직 대통령 바이든의 당선확률은 15%에 그친 반면, 공화당의 전직 대통령 트럼프의 당선확률은 사건 직후 10% 넘게 상승하며 71%까지 상승했다.
대선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인지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후보교체론이 나오던 와중에, 이제는 바이든을 떠나 민주당의 어떤 후보가 나와도 트럼프가 결국 승리할 거라는 의견이 대세로 굳혀져 가고 있다.
7월 15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고 나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39세의 JD 벤스를 젊은 부통령 후보로 내세웠고,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JD 벤스는 친 트럼프 성향으로 트럼프를 꼭 빼닮았다고 평가 받는 인물이다. 반독점법 등 빅테크 규제에 관심이 많고, 친암호화폐 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와 JD 벤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반대하고 있고, 중국에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동맹국에게 방위비를 더 부담시키고 무역과 이주의 장벽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트럼프의 재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역학관계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기존 자산시장을 이끌어온 내러티브 역시 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세론 이후 자산시장의 내러티브 변화
기존에 자산시장의 주된 내러티브는 ‘바이든 재집권을 위해 재무부와 연준이 대선 직전까지 경기부양을 정책적으로 도울 것이다’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해 질수록 현 바이든 정권 임기 내에서 정책적으로 무리수를 두지 않고 최소한의 부양조치만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후사를 도모해야한다. 경기침체가 대선 전에 닥치게 되면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한 책임이 집중되게 되므로 불리하다. 부양책으로 경제위기를 대선 이후로 미룰 수 있다면, 공화당 집권 이후에 경기침체가 오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경기부양에 무리수를 둘 경우 ‘선거용’이라고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공격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현 정권인 민주당 입장에서 대선 승리 확률이 낮아질수록 공격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명분이 약해지게 된다. 즉, 대선 전에 경제위기가 오는 것만 피하면 된다.
반면, 공화당 입장에서는 넘겨받은 경제의 시한폭탄을 조기에 터뜨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집권 초기에 터진 사건들은 전 정권인 바이든 탓으로 돌리기 유리하다. 이를 조합하면 경기침체가 대선 이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막상 경제위기가 닥치면 당선된 트럼프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정상화한 후 자신의 치적으로 삼을 것이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보호주의, 고립주의 정책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정권 탓’이라고 프레임을 만들면서 트럼프의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같은 고금리와 강달러 정책을 다시 들고 나올 수 있다. 다시 한 번 미국 우선주의 ‘Make America Great Again!’이 울려 퍼지는 것이다.
미국의 부채위기와 트럼프식 해결 방법
첫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7월 17일 현재 Fed Watch 기준으로 9월 첫 금리 인하 확률은 93%에 이른다. 최근 연준 인사와 파월 연준 의장의 말을 종합하면, 너무 이르지도 않고 늦지도 않게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는 예방적 금리 인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시장도 이에 반응해 미국채 금리는 하락 안정화되고 있다.
사실 미국 정부는 누구보다도 금리 인하를 필요로 한다. 위 차트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에 대한 연간 이자지급액을 나타낸다. 2024년에는 1조1,4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국방비의 1년 예산 8,860억 달러(1,200조원)를 넘어서는 수치다. 무엇보다 이자지급액의 증가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미국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하기 전인 2022년 보다 두 배 늘었는데, 이는 순수하게 금리인상으로 증가한 이자지급액만을 계산한 수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미국 연방정부의 연간 이자지급액은 4,500억 달러에 불과했다. 올해 GDP 대비 순이자 비용을 보면 1980년대 최고치인 3.2%를 훌쩍 뛰어 넘는다. 2차 세계 대전 동안에도 GDP 대비 순이자 비용이 GDP 대비 1.8%에 불과했는데 지금이 두 배 가까이 높다. 따라서 이자비용 감소를 위해서도 미국 정부는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하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연준이 7월 FOMC에서 금리 인하 언급 후 9월 FOMC에서 첫 번째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7월 17일 트럼프 대선 후보는 연준이 대선일인 11월 전에 금리 인하를 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동시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도 2026년까지 모두 마치게 해주겠다고 말했는데, 과거 당선 직후 즉시 연준 의장을 해임할 것이라 공언했던 것과 대비된다. 당선이 확실해 질수록 트럼프는 연준의 의사 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올해까지 기소와 벌금 등 정치활동을 견제 받아왔고, 대선을 위한 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비트코이너들과 암호화폐 업계의 도움으로 암호화폐를 통한 선거자금 확보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암호화폐 친화적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등 친 비트코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2024년 7월 27일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열리는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 참석하는데, 2021년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선언한 바로 그 자리다. 피습 사건 이후로도 참석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고, 부통령 후보로 지목한 JD 벤스 역시 친 암호화페 인사에 속한다.
트럼프가 비트코인 진영에서 미국의 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비트코인의 역할을 자문 받고 있을 정도로 비트코인은 이제 정치적 이슈까지 도달하게 됐다. 트럼프의 생존 확인 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자산도 비트코인이다. 앞으로 트럼프가 정권을 잡은 후 비트코인의 역할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이상으로 올해 내내 자산 시장의 주된 내러티브였던 ‘바이든 재선을 위한 미국 재무부와 연준의 3분기 이후 경기부양’이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올라갈수록 어떤 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간략히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