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전영선 기자 ys@sda.or.kr] 전문의약품을 처방 없이 구입해 복용한 치과의사에게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라며 서명을 요구한 보건소 공무원들의 행위는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10월 24일 치과의사 A씨가 보건소 직원 2명을 상대로 낸 진정사건에서 “피진정인들의 진정인에 대한 방어권 및 양심의 자유 침해가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해당 보건소 소속 시장에게 특별사법경찰관 수사와 행정조사원 행정조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하는 조사관행을 개선하도록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또 변호인 등 전문가 조력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도 함께 내렸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2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6차례에 걸쳐 30개짜리 탈모예방 전문의약품 24박스를 구입해 자가 복용했다. A씨는 자신의 행위는 진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 진료기록부 기록은 하지 않았다.
보건소 공무원들은 2020년 10월 A씨가 운영하는 치과에 방문하겠다고 전화로 알렸으나, A씨가 “변호사를 동석시켜도 되느냐”고 묻자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후 공무원들은 방문 예정 당일 치과를 찾아가 A씨에게 범죄를 자백하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며 서명을 거부했고, 공무원들은 A씨를 의료법 또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탈모약 복용은 업무상 의료행위가 아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A씨가 공무원들을 상대로 진정을 넣었다.
공무원들은 “의료법·약사법 위반행위에 대한 확인서 요구는 범죄수사가 아니고 행정처분을 위한 행정조사이므로, 형사상 불리한 진술 거부권이나 변호인에게 조력받을 권리를 진정인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피진정인들이 진정인에게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한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할 때 행정조사인지 범죄수사인지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불분명한 태도를 보인 것은 진정인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피진정인들은 진정인에게 의료지도원증과 조사명령서도 보여주지 않았고, 조사내용도 진정인에게 법 위반을 자인케 하려는 내용이었다”면서 “절차적으로나 실체적 내용을 보더라도 행정조사로 볼 수 없고 형사상 불리한 진술 강요 내지는 양심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