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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문화와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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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30)

어제 아침에 관리실 스피커 소리에 눈을 떴다. 아파트에 단전·단수가 발생해 조치 중이니 승강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방송이었다.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화장실 욕조에 단수 대비용으로 받아놓은 물도 없었다. 단전으로 인터넷이 안 되고 TV도 끊겼다. 작동되는 것은 오로지 스마트폰 하나뿐인데 그나마 배터리가 50%였다.

 

단전이 되니 그동안 누리던 문화생활이 모두 차단되었다. 마치 지리산 꼭대기에 위치한 절에서 느끼던 일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단수는 더 큰 문제였다. 화장실 물을 내릴 수 없고 머리를 감을 수가 없었다. 먹고 남은 식기들이 주방에 쌓이고 빨래를 할 수도 없었다.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을 알 때가 문명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택배가 도착했으나 승강기가 작동되지 않아서 1층 문 앞에 놓고 간다는 문자를 받았다. 택배 상자를 찾기 위해서 18층에서 1층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왔다. 결국 외출시간 전까지 해결되지 않았고 머리도 감지 못한 채 옷만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사우나를 들린 후에 출근했다. 오후 늦게 해결되었다고 한다. 비록 짧은 오전 동안이었으나 단전·단수의 불편은 상상 이상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일이었다. 70년대에 단전·단수는 일상이었다. 단전을 대비해 집에는 양초가 비치되어 있었고, 단수를 위해 항상 큰 고무대야에 물이 담겨 있었다. 보일러가 공급되기 시작한 80년대 이전에는 머리를 감으려면 물을 데워야 했다. 과거를 경험한 필자가 이 정도 불편하다면 70년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은 더욱 참담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단수가 아니어도 상수도 수압이 약해서 저지대 사람들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에는 고지대에서 물이 안 나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커다란 고무대야에는 물이 항상 가득해야 했고 빨래는 남들이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밤에 해야 했다. 경험해보지 못했으면 모를 일이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누리던 문화와 문명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경험이었다.

 

요즘 환율이 1,430원을 넘나들고 있다. 무언가 막연한 불안감이 온다. 1997년 IMF를 경험한 필자에게 환율은 늘 신경이 쓰이는 트라우마다. 유학 마지막 연차 때 갑자기 IMF가 터졌다. 환율이 두 배가 되면서 송금을 받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필자가 타던 차를 팔아서 역으로 한국에 송금했다. 나라가 한순간에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했다. 유학하던 당시 일본은 버블이 터지고 몇 년 지난 상태였다. 뉴스는 늘 버블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부동산은 1/10로 폭락했고 20억원 하던 골프회원권은 2,000만원에도 팔리지 않았다. 도로는 버블시절에 사들인 차로 80% 이상이 벤츠와 BMW였으나 공원에는 양복 입은 실업자들로 북적였다. 지금 우리나라 도로에 나가면 외제차가 넘쳐난다. 자영업자는 망했거나 망해가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들린다. 경제는 최악이고 외교 문제도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모든 것이 포함된 수치가 환율이다.

 

환율 1,430원은 한국 경제가 매우 안 좋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서울 부동산 가격이 또 올랐다고 한다. 인체에서 모든 장기가 나쁜데 한 장기만 좋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잘못되었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부동산이 폭탄 돌리기이며 터질 것이라 말했다. 결코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부동산을 산 경험이 없는 30~40대는 사고, 경험 많은 60~70대는 팔고 있다. 이제 정점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아침에 단전·단수가 되듯이, 환율이 두 배가 되듯이, 그렇게 일본에 버블이 터졌고 부동산이 1/10로 폭락했다. 인간 욕심은 비슷한 선택을 하고 비슷한 길을 내기 때문이다.

 

욕심의 길에 ‘우연’이 닿으면 한순간이 된다. 어제 단전·단수는 오래된 시설이 노화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다만 단전과 단수가 동시에 발생한 것이 우연이었다. 그 우연이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세상 모든 일은 그렇다. 축적되면 그 한순간이 반드시 오는 것이 이치다. 종교인이라면 신의 뜻이라 말할지도 모르는 ‘우연’ 또한 알 수 없는 세상에 상존하는 변수다. 욕심엔 대가가 있는 것을 간과하는 이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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