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번째 연재에서는 ‘어르신 환자는 머리보다 가슴으로’라는 주제를 다뤘다. 노인 환자를 응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이해를 넘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라건데 환자에게 ‘감정에만 호소하라는 것인가?’라고 오해는 하지 말길. 환자를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감쌀 수 있는 자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상태와 환경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고, 의사소통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노인 환자상담에서는 ‘반복’과 ‘메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기 마련이다. 충분한 감정이입으로 노인환자와 소통이 이뤄지고, 상담 또한 치료를 결심하는 결정 단계에 이르게 됐을 때,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노인 환자의 큰 특징인 ‘딴 소리’를 한다는 것.
온갖 상담 툴을 동원해 수차례에 걸쳐 보여주고, 직접 만지게 하며 설명을 해도,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어떤 스탭은 “원장님 녹음기 하나 사주세요”라며 농담아닌 농담으로 답답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노인 환자에게는 특히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의 말을 이해 못했다면 다시 설명하면 그만이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재해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최근에 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어르신에게 “집에 가셔서 냉찜질 하세요”라고 권해드렸다. 이 직원은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일상적으로 권하는 관리방법이어서 별 생각없이 말로만 설명했다. 하지만 이 노인 환자는 수술 부위를 부드럽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뜨거운 찜질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고집으로 웬만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는 노인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냉찜질을 하는 방법과 도구를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했다면 이런 사소한 오류를 방지했을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사소한 것들도 노인환자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모든 어르신 환자들이 소통이 어렵고 힘든 건 아니다. 80세에 가까운 어떤 환자는 그 연세에 예약을 하면서 “문자 보내 주나요?”라고 물어 보며 정기적인 체크와 관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성년자 치료뿐만 아니라 어르신 환자를 상담할 때는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하도록 권하고 있지만, 대부분 환자의 진료시간에 자식이나 그 밖에 가족이 동반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급여 임플란트나 보험틀니 신청 동의서를 작성 할 때 임플란트는 생애 2개의 치아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과 보험틀니는 7년 동안 한번 할 수 있고, 틀니 장착 후 3개월 동안 6번의 조정을 기본진료비로 받을 수 있다는 등 복잡하면서 환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제한 사안을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서명을 받아 보관해야 한다.
이런 경우 감정 설득이 아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치료비 부분은 추후에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메모도 하고, 줄도 쳐가며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보호자가 동반하지 않은 경우 반드시 보호자에게 전화로 다시 한 번 설명하고, 상담 내용과 치료비 지불방법 등을 미리 알리고, 결정할 수 있도록 반드시 기록해 환자에게 복사본까지 챙겨줘야 추후에 불미스런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치료가 복잡하고, 길어질 것이 예상되면, 우선순위를 정해 치료과정을 설명하는 게 환자로 하여금 이해를 조금 더 잘 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어르신 환자의 경우 생활 패턴을 꼼꼼히 체크하고, 이에 적절한 시간에 예약을 잡고, 반드시 따로 메모해 줘야 한다. 환자수첩을 활용하면 더욱 좋겠다.
모든 환자를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노인 환자에게는 치료 중간중간 어떤 치료를 하는지, 왜 지금 기다려야 하는지, 다음에 어떤 치료를 하는지 조금 더 신경 써서 수시로 설명을 해주는 게 좋다. 환자가 조바심을 느끼기 전에 이를 해소해 준다면, 치료에 대한 만족도까지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꼼꼼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수차례에 걸쳐 설명을 하고, 서명을 받아 치료를 시작해도 가끔 다른 말씀을 하는 노인 환자가 있다. 틀니치료 시 상담을 시작하면서부터 “얼마간 통증이 있으니 꼭 재내원에서 조정을 받야야 한다”고 반복해서 설명했지만, 한참 후에 치과에 내원해 “아파서 그동안 끼지 않았다”며 컴플레인을 거는 환자가 적지않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치과는 동네치과이기도 하지만 보험틀니가 시행되기 전부터 노인 환자의 내원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어떤 날에는 대기실이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로 가득 찰 때도 있다. 그 만큼 노인 환자를 응대하는 게 몸에 뱄다고 해야 할까.
치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상식적인 일이 환자, 특히 어르신들에게는 용어 자체가 어렵고 낯설기 마련이다. 항상 이 점을 염두 해두고 상담에 임한다. 반복 설명과 철저한 메모, 조금은 귀찮겠지만, 그런 귀찮은 일이라도 소홀하지 않는 게 센스 있는 환자 응대이지 않을까?
글/ 김숙현 매니저(뉴욕모아치과 총괄매니저/덴탈위키 대표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