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치과의사는 치아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턱관절, 저작근과 치아로 구성된 악구강계를 치료한다[그림1].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를 통해 분석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여 치료를 시행하여야 장기간의 좋은 치료성과를 보장할 수 있다.
본인의 치과에는 악구강계를 평가하기 위해서 다양한 디지털 진단장비들을 보유하고 있고, 또한 저작계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활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 미국 Myotronics사의 K7 evaluation system이라는 진단장비는 하악운동분석, 근전도분석과 턱관절음을 분석할 수 있다[그림2]. 이 장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장비들처럼 먼저 심평원에 장비등록을 해야 된다. 장비등록을 마치면 측두하악장애 진단 중 하악운동궤적검사와 관절음도검사를 보험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두부 근전도검사는 보험청구 프로그램에서 빠져있다. 그래서 근전도검사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의과에서 시행하고 있는 F6114라는 코드를 사용하여 청구를 하게 된다.
본인뿐 아니라 대다수 치과의사는 보험청구를 소홀히 여겨, 새로운 코드를 생성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틀니나 임플란트 보험이 되고 나서 최근에서야 보험청구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르는 것을 배워가며 하나하나 코드를 만들어 두부 근전도 보험청구를 시행하였으나, 청구금액이 모두 삭감되었다. 그 이유는 “장비현황 신고 없이 산정된 근전도검사두부(F6114)는 심사조정되었습니다”라는 심사결과 통보서로 왔다. 즉 등록된 장비가 없으니 다시 장비를 등록하고 청구하라는 것이었다. 하악운동기록장치, 근전도 측정장치 및 턱관절음도측정장치인 K7 evaulation system(Myotronics Inc., Seattle, WA, USA)을 저자는 논문을 쓰기 위해 K6i라는 이전 모델부터 사용을 하였다. 장비를 등록했는데, 장비가 없다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장비등록부서 담당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많은 서류와 환자임상사진들을 첨부하여 보냈고, K7이란 장비에 근전도까지 검사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구매하였다는 설명과 함께 오래 전에 발행된 거래명세서를 같이 첨부하였다. 다행히 거래명세서를 찾아서 첨부할 수가 있었다. 심사는 한 달에 한 번 있어 다른 보험청구도 미룬 채 심사가 끝나고 나서야 밀린 보험청구를 할 수 있었다. 다행히 두부 근전도 보험청구액이 삭감없이 모두 입금이 되었다. 보험 청구하여 비용을 받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1년 후에 다시 발생되었다. 또 다시 두부 근전도 보험청구가 전액 삭감이 되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여태까지 문제없이 인정되던 보험청구금액이 전액 삭감되었다.
심평원에 문의한 결과 담당자가 바뀌어서 잘못 지급된 금액(?)을 심사하여 삭감한 것이라고 한다. 그럼 작년에 심사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참 절차가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항의도 해 보았지만, 재심사신청을 하라고만 하였다. 그래서 진료 시 찍은 근전도 진료사진과 데이터, 그리고 진료차트를 복사해 재심사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재심사청구도 기각이 되었다.
결정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근전도검사-두부)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인정함을 알려드립니다. 신경전도 검사는 신경근병증의 임상증상이 있고 신경학적 검사 상 병변이 확인된 부위에 실시하여야 하며, 양측검사가 필요한 질환이 많지 않으므로 편측 병변의 비교 관찰을 위해 실시한 양측검사는 인정하지 아니함. 다만, 동 검사를 반드시 양측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대하여는 사례별로 인정함(고시 2007-92호) (2007.11.1 시행).”
황당한 결정내용이었다. 필자는 분류번호(나-611), 코드(F6114)인 근전도검사를 시행하고 청구하였으나, 결정내용은 분류번호(나-621), 코드(F6126)인 신경전도검사에 관한 내용이었다[그림3]. 그래서 다시 심평원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말하고 이유를 설명하고 잘못된 결정내용이라고 말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중 황당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심사를 한 위원분이 의사일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치과의사 상근심사위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위원님께서 턱관절치료의 시작은 약물치료로 해야 되는데 하지 않아서 기각을 했다”라고 하였다. 진단 목적의 근전도검사를 잘못된 적용으로 기각을 해놓고, 치료 시 약물치료를 하지 않아 기각을 했다니…
그리고 심평원 직원에게 “종합병원에서도 청구하지 않는 근전도검사를 왜 개인치과의원에서 청구를 하느냐?”는 황당한 말까지 들으면서 우리 치과의사들이 보험청구에 더욱 관심을 갖고, 정부조직에도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참여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환자 개개인의 근전도 사용 관련 소견서를 작성하고,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위원회에 심사를 받기 위한 서류를 다시 만들어 보냈고, 다행히 턱관절치료를 하시는 여러 위원분들께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이의신청을 통해 보험청구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일개 개인 치과의원을 하고 있는 평범한 치과의사다. 이번 일로 힘있는 사람의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게는 커다란 고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또한 다시 한 번 우리 치과계의 보험파이를 키울 수 있는 항목들을 개발하여 3~4%밖에 되지 않는 치과계 보험청구액을 키워야 함은 물론이고 정부조직에 치과의사들이 적극 참여하여 치과의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