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 화나는 일도 많고, 불안한 일도 많고, 그리고 억울한 일도 많다.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하고, 자식문제로 속상해하고,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해한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많은 저명인사들의 주옥같은 명언들이 유행처럼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전파되고 있다. 참으로 필요한 일들이고 의미 있는 행동이다.
스님, 목사님, 신부님과 같은 성직자에서부터 대학교수, 그리고 인기 연예인까지 각기 다른 일들을 하지만 주옥같은 명언들의 기저에는 공통된 점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되고 번뇌하는 지금의 마음 역시 자신의 문제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은 다 ‘내 탓이오’라는 의미다.
세상사 모든 것이 나로부터 출발하고 그래서 자신이 희생하고 욕심을 내리고 마음을 비우면 된다. 물론 백 번 공감하고 그 명언들의 의미를 이해한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을 각자가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듯하다.
우선 자신의 문제로 모든 것을 수용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 만큼의 정신적 수양을 통한 내공을 일반적인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기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경제적인 힘듦에 고통스러워하고,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대하여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고 불안해하는 이러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하고 의미 있는 말들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이나 대안이 나와야 한다.
누군가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는 응당한 처벌이 있어야 하고, 경제적인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와 정부 그리고 행정기관이 해야 할 일들이다.
이러한 정책과 대안 없이 모든 문제들을 개인의 마음에 국한시키는 것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동물원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 서비스 현장도 비슷한 것 같다.
모든 문제의 발생원인을 서비스 담당자에 있다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고객의 큰소리 앞에서는 무조건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 담당자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를 넘어서 욕설과 같은 언어적 폭력을 일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과연 고객으로부터 그러한 경험을 한 서비스 담당자는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겠는가? 물론 규정상 잘못한 것이 있으면 분명 거기에 대한 정중한 사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고객의 일방적인 큰 목소리 앞에서 모든 것이 통용되는 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서비스는 규정에 근거하여 진행돼야 하는 과정이다. 누가 큰소리를 친다고 통용되고 누구는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넘어가는 개인의 감정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서비스 규정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서비스 담당자 개인에게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각 조직의 분명한 서비스 정책(Policy), 그리고 제도(System)가 있어야 한다.
소란을 피우는 고객들에게는 법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분명해야 하고 고객의 불만요소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들이 있어야 한다. 고객이건 서비스 담당자이건 간에 규정을 어긴 사람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서비스 담당자들도 마음 편하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표현을 접한 적이 있다. 또한 그러한 표현을 이야기하는 강사를 본 적도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은 왕이 아니다. 그냥 고객은 고객일 뿐이다. 왜 고객을 왕으로 만들어서 신분사회를 만들었는지 누가 그런 말들을 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마치 왕을 모시는 신하처럼 행동해야 하는지 참 답답하다. 아마도 얄팍한 상술로 고객들을 잠시 착각에 빠트리려고 그런 표현을 사용한 모양이다.
서비스는 직업이다. 직업은 직업일 뿐이지 그것이 신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는 더 이상 서비스 담당자 자신만의 탓이 아니다. ‘내 탓이오’ 서비스가 아닌 정책과 제도에 근거한 ‘투명한 서비스’가 지금 대한민국에는 필요하다.
글 / 손정필
평택대학교 교수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관계심리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