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2 (금)

  • 구름많음동두천 5.6℃
  • 흐림강릉 3.3℃
  • 구름많음서울 6.9℃
  • 맑음대전 9.8℃
  • 구름조금대구 6.9℃
  • 울산 5.5℃
  • 맑음광주 11.1℃
  • 구름조금부산 10.3℃
  • 맑음고창 8.9℃
  • 흐림제주 12.7℃
  • 구름많음강화 3.8℃
  • 맑음보은 6.9℃
  • 맑음금산 9.3℃
  • 맑음강진군 11.3℃
  • 흐림경주시 5.4℃
  • 구름조금거제 9.4℃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7

URL복사

요구와 욕구 사이

사는 게 참 팍팍하다는 이야기들을 여기저기서 부쩍 많이 듣는다. 특정계층이나 국한된 직업이 아니라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이런 푸념들을 들을 때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만 정말 요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많이 지치고 힘들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사는 게 힘들 때 사람들의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말 중에 하나가 ‘이민이라도 갈까?’하는 말이다.


최근에 새로운 공부를 핑계로 방학을 이용하여 캐나다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잠깐의 여행이 아니라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부터 카센터, 마트, 미용원 등을 이용하게 되었다. 특이한 점은 거기서 일하는 한인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고학력자이고 괜찮은 직장에서 근무 하였던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고학력자에다가 좋은 직장의 경력을 가지고 한국에서는 꺼리는 일들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면 여기서는 이런 일들이 돈벌이가 꽤 된다고 유추하였다.


그러나 정작 실상을 물어보니 돈벌이는커녕 식당 일에, 가게 일에 얽매여서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음은 편하다고 하니 이해가 될 듯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보다 더 힘든 일을 힘들게 하면서 그렇다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고생이 마음 편하다고 하는 걸까? 환경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공기 좋고 환경 좋은 곳이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들과 기대할 수도 없는 돈벌이지만 이민을 가서는 모든 것을 감수하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일들을 해낸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비록 한국에서 터부시 하는 일들을 여기서는 어느 누구도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일은 그냥 일 그 자체일 뿐이다.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존중을 받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는 요구(Requirement)와 욕구(Need)가 있다. 요구란 필요에 의해서 서로 주고받는 행위과정인 것이다. 물건이 필요하거나 맛난 음식을 먹고 싶거나 좋은 차를 타고 싶거나 그리고 아픈 곳을 치료받고 싶거나 이 모든 것들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요구들이다. 요구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므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수준에서 충족이 되고 상호간에 원활히 주고받으려면 명백한 규정과 규칙이 있어야 한다. 만약 명백한 규정과 규칙이 없이 개인의 요구만을 강조한다면 사회혼란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싶다면 정해진 규정과 규칙을 따라야 한다. 당연히 물건을 사고 싶은 요구가 있으면 대금을 지불하는 것처럼 요구에는 규정과 규칙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정도를 지나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규정과 규칙이 정해놓은 그 이상의 요구를 하는 경우도 문제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요구에 대한 돈을 지불하였으니 마치 자신을 상전처럼 대접해 달라고 하는 태도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얼마 전에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이 옥상에서 투신한 적이 있었다. 또한 아파트 경비를 하던 분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적이 있었다.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받았으면 극단적인 행동을 하였을까? 그 분들도 집에서는 존경 받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남편과 아내였을 텐데….


병원에서도 어이없고 예의 없는 환자들을 대할 때가 있을 것이다. 물론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주민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요구에 상응하는 대가, 규정과 규칙을 지켰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라는 것은 요구를 위한 규정이나 규칙만이 전부가 아니다. 바로 사람에게는 욕구라는 것이 있다. 욕구란 다른 사람에게 존중 받고 이해 받고 싶은 마음이다. 한국에서는 터부시하는 일들을 이민 가서는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는 힘들지만 마음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바로 존중 받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지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 때문이 아니라 존중 받지 못하는 존재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하기에 꺼려지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 삶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사회가 성장하려면 요구가 다양해져야 하지만 사회가 성숙해지려면 욕구가 상호충족 되어져야 한다. 미성숙 된 어린아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정신이 쏠려있지만 성숙된 사람은 손잡이를 밀고 들어서서 뒤따라오는 사람까지 배려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다양한 요구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욕구충족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아름다운 가을! 병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부터라도 서로의 욕구충족이 가을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어 갔으면 한다.


글 / 손정필

평택대학교 교수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