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되어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는 시기가 되면 유독 거울을 많이 들여다 보게 된다. 비단 이성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좀 더 멋진 모습 혹은 예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하여 빈번하게 거울과 마주한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얼굴보다 남들의 얼굴을 훨씬 많이 본다. 즉 자신의 표정이나 눈빛과 같은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노출시키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꾸미고 가꾸기 위한 필수조건 중에 하나가 바로 거울이다.
거울은 인간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와 자신을 좀 더 멋진 사람으로 보여주기 위하여 만들어졌을 거라고 짐작된다. 그래서 영어로 ‘mirror’라는 거울의 단어는 그 유래가 ‘mira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고 그 뜻은 ‘보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아마도 자신을 보려고 하는 마음이 거울이라는 뜻에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만약 거울이 없다면 다른 사람의 모습만 보게 되고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거울이라는 것은 자신의 외모만 가꾸는 것이 아니라 거울 속에 비춰진 모습을 통하여 자신의 현재 상태까지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기분이 우울한 상태에서의 모습, 기쁘고 설레는 상태에서의 표정, 혹은 병약한 상태에서의 외모까지도 거울을 통하여 확인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러한 현재 상태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원하는 상태의 모습을 연출하려고 하는 노력을 거울을 통하여 하는 때가 있다. 배우나 가수들은 자신이 연출하고자 하는 모습을 거울을 통하여 부단히 연습한다고 한다.
또한 골프를 배우는 효과적인 방법 중에 하나도 바로 거울을 통한 자신의 모습을 분석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이처럼 거울이란 자신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과 나아가서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가는데 필요하고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담는 거울은 우리의 외모만을 보여줄 뿐 우리 존재에 대한 내면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다. 외모만큼이나 우리 존재에 대한 확인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어떤 가치관과 신념을 가진 존재인지?’, 그리고 ‘살아가는 목적은 무엇인지?’ 등과 같은 존재의 확인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러한 존재의 확인이 없으면 우리는 외부자극에 대한 감정에 휘둘려 행동하게 된다. 운전 중에 자신을 추월한 차에 순간 화가 나서 살인행위와 같은 보복운전을 하는 경우, 진료 중에 의사의 태도가 못마땅하다고 다음날 술에 취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 자신이 낳은 자식의 울음소리가 자는데 방해되고 거슬린다고 학대하는 경우, 이처럼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들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거울은 무엇일까? 그것을 심리학에서는 반영적 자기대상(mirroring self-object)이라고 한다. 이것은 주로 유아시절에 주변의 의미 있는 사람, 즉 엄마와의 관계를 통하여 자신을 확인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이다. 이처럼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인정을 받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 경우에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지만 의미 있는 사람으로부터 긍정적 인정을 박탈당한 경우에는 내적 자신감과 능력감을 발달시키는데 장애를 겪게 되고 충동행동과 같은 이상행동이 나타난다. 비록 어린 시절에 엄마하고의 관계 속에서 반영적 자기대상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더라도 성장하면서 가까운 사람에게서 인정받고 이해 받으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따스한 인정이 그들의 내적 모습을 확인하고 성장시키는 거울역할을 한다. 그래서 사회가 건강해 지기 위해서는 사람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정에서 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자신의 이기적이고 감정적인 마음에서 자녀를 인정하려고 하다 보니 일관성 있는 사랑을 주지 못한다.
또한 학교에서도 교사가 학생에게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도 인정과 이해보다는 질투와 시기 그리고 경쟁으로 대하게 된다. 직장에서는 오직 생존이라는 경쟁의 틀에서 지내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전반에 팽배해진 이상행동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처럼 느껴져서 안타깝다.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주변의 거울들이 모두 깨어진 것 같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마음의 거울이 되어줄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는 필요하다. 계절이 다시 시작하는 봄날 서로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거울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글_ 손정필 교수(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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