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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화성에서 온 원장, 금성에서 온 스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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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과 직원, 벽을 허물고 서로 소통하라



좋은 직장을 구하고 싶은 스탭, 좋은 직원을 구하고 싶은 직장, 좋은 직장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스탭과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은 원장. 서로가 행복한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같은데 왜 어긋나기만 할까. 과연 원장은 화성인이고, 스탭은 금성인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언어와 사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원장과 스탭에게서 발견한 서로의 생각과 입장, 그리고 서로가 이해하지 못한 말과 행동에 숨은 속마음, 서로에게 바라는 기대와 바람 등을 통해 더 나은 직장환경을 만들기 위한 길을 소통에서 풀어본다. 

<편집자주>


흔히들 ‘불통의 시대’라고들 한다. 세대, 지역, 종교, 정치 등의 이유로 사회 곳곳에서 불통이 만연하지만 이러한 불통은 우리가 매일 부딪치고 있는 가족과 직장 환경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저마다 소통을 외치고 있음에도 진짜 소통은 없는 시대. ‘어떻게’ 소통하는 게 정말 소통인지 모르는 시대가 바야흐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막혀있는 벽을 허물고 진짜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서로가 너무 다른 화성원장과 금성스탭의 속마음

치과는 일반 기업과 달리 직장 상사인 원장과 함께 일한다. 따라서 관계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직을 고려하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원장과 스탭 간의 신뢰 관계가 특히 중요하다. 오늘도 많은 원장과 스탭이 일터에서 최고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견해와 잘못된 추측이 종종 그 길을 가로막곤 한다.


A원장은 얼마 전 고민에 빠졌다. 5년 가까이 일하던 치과위생사 B씨가 갑작스레 그만두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B씨는 환자에게는 친절한 원장과 동료들이 정작 서로가 친하지 않아 직장 내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퇴사를 결정했다. 장기간 함께 근무한 능력 있는 직원이 이직을 결정하자 A원장은 구인난에 새로운 스탭을 구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동시에 오랜 기간 근무한 직원의 업무에 차질이 생겨 근심에 빠졌다.


최근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직장상사·동료와의 불화가 가장 높은 이직 요인으로 발표돼 이목이 집중됐다. 대구·경북지역 치과위생사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선락·장지언 씨(수성대 치위생과)의 ‘치과위생사의 조직 내 갈등수준과 직무만족도간의 관련성’에 따르면 스탭의 조직 내 갈등 수준은 5점 중 평균 2.53점이었다. 상사와 직장동료의 무시와 불쾌가 2.60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불신, 간섭, 비협조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직무만족도는 평균 3.13점으로 동료와 상사 만족이 각각 3.57점과 3.27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제일 높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던 보수 만족은 2.51점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소언 대표(덴탈위키)는 “일반적으로 원장들은 치과에 지원하는 스탭들이 연봉을 가장 중요시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스탭들은 연봉보다도 성장 가능성을 본다. 내가 이 치과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를 말이다”고 말했다. 이어 “막연히 구인난을 토로하기보다는 치과마다 인재상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해줄 때 치과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동반자 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력 6년차의 한 치과위생사는 “원장이라는 직함 자체가 주는 무게감을 항상 가지고 있음에도, 의도하지 않는 원장의 한숨, 눈빛 등 비언어적인 행위 자체가 원장과 스탭 사이의 소통을 단절하게 한다”고 말했다.


개원 10년차의 한 치과의사는 “원장실이라는 이 공간이 갇힌 성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스탭도 어렵지만, 스탭이 자주 바뀌다보니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답답한 건 비단 본인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붙잡고 싶은 원장과 떠나고 싶은 스탭의 ‘아슬아슬 썸타기’

양정아 치과위생사(뉴욕모아치과)의 남서울대대학원 치위생학과 석사학위 논문 ‘근거이론에 따른 치과위생사의 장기근속요인’ 에 따르면 2015년까지 치과위생사 면허자 수는 6만6,741명에 육박하는데 반해 2014년 말 기준 치과 병·의원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는 2만7,518명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과위생사의 평균 근속년수는 5.7년으로 간호사의 평균 근속년수인 6.4년, 의료기사의 9.1년보다 근무기간이 훨씬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 따르면 치과 병·의원에서 인력난으로 인한 이직에 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돼 왔다. 그러한 연구들에 의하면 치과위생사들이 자신의 업무를 중요하게 인식할수록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직장에서 그러한 근무환경을 제공한다면 이직의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상사와의 불화가 가장 높은 이직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직무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것으로 나타나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실장급의 한 치과위생사는 “9~10년차 때 실장이 되고나서 동갑인 스탭 팀장이 들어오게 됐다. 업무적으로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힘들어 퇴사한 적이 있었다. 원장이 서열을 정확하게 나눠 준다던가 업무를 배분해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력 16년차인 김효진 실장(뉴욕연세치과)은 연봉을 올리는 대신 주4일 근무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머지 하루 동안에는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쓰면서 치과위생사들을 위한 멘토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원장의 배려와 동료들의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며 “중간관리자로서 스탭들에게 롤모델이 되면서 같이 이끌어갈 수 있는 모습을 원장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원장과 직원의 변’

대부분의 치과는 오랫동안 원장 위주로 구축돼 왔다. 그러다보니 원장들이 조심스럽게 대하는 경우에도 스탭들에겐 그러한 행동이 고의적인 무시로, 또한 결과만을 독려하고 칭찬하는 원장들의 태도가 자신의 노력과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제에 대한 걱정을 표현하거나 유대감을 느끼기 위해 솔직하게 드러낸 스탭의 감정이 부담스러울 수도, 가끔은 원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외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나 남자 원장과 여자 스탭으로 이뤄진 치과라면 더 그렇다.


이럴수록 원장과 스탭은 서로 불화하고 불통하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심한 경우에는 치과를 그만두는 스탭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조직 환경에서도 손해일 수밖에 없다. 많은 치과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이지현 원장(이든치과)은 “직원들이 내 지시를 따르거나 보조업무만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어시스트였다면 지금은 스탭이다. 내가 진료를 시작했다면 스탭이 마무리하지 않나. 같은 일을 하는 과정 중에 역할이 나눠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명희 실장(이든치과)은 “조직에서 장기 근속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조직에 내 의견이 수렴돼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데서 나오는 주인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직장 생활에 내가 존중받는 사람이라는 것과 동시에 직장 생활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관리자로서 원장과 직원들이 좋은 소통만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회의할 때 익명으로 의견을 제출, 좋은 의견이 있으면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일하는 ‘우리’, 소통에서 실마리를 찾다

송종운 원장(강서메트로치과)의 원장실에는 ‘덕분입니다’라고 적힌 캘리그라피가 크게 걸려있다. 송 원장은 “내가 진료함으로써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개원 당시부터 지금까지 시스템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것은 경험있는 스탭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개원 당시 1년 채우고 나가버리는 스탭들을 보며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고 우리 치과로 들어온 스탭들이 모이면서 지금의 치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신뢰를 쌓는 것이다’라는 광고 문구가 있다. 원장, 그리고 스탭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면 싫어할지 조사해 서로가 싫어하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마다 ‘못됨’과 ‘안됨’의 기준은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 조직에서 ‘못됨’의 기준은 무엇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김소언 대표는 아침 차트 미팅부터 바꿔볼 것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어떤 환자가 내원하고 몇 번 치료하는 것에 대한 내용은 소통이 아니라 공지다. 차트 미팅에서도 환자에 대한 공유가 인간적인 면과 정보적인 면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환영 원장(중산연세치과)도 소통의 일환으로 ‘Review’를 강조했다. 대부분의 치과에서 진료 시작 전 ‘Preview’를 한다면 정 원장이 선택한 방법은 ‘리뷰’다. 정 원장은 “불통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면 많은 고민들이 해결된다. 불통이 드러났을 때 대처법을 알아차리는 것이 우선이다”고 제언했다. 정 원장은 개선을 위한 소통책의 방법으로 스탭들과 함께 ‘리뷰’를 진행한다. 오전 진료 후 10분, 오후 진료 후 10분 정도 가지는 이 시간동안 그 전 진료들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어떤 불통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다.


정 원장은 원장과 직원 간 ‘썸’을 타야 한다고 표현했다. 표현 없이 가까워지길 바라면 ‘넌센스’라는 정 원장은 표현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스탭들에게는 ‘눈치, 재치, 염치’를 강조했다. 정 원장은 “원장 입장에서 눈치가 빠르고, 재치 있게 행동하는 소위 ‘센스’있는 스탭이면 좋겠지만 최소한 스스로 노력하는 염치 있는 스탭과 일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소통, 너무나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이기에 정확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은 ‘관계’라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 남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소통의 첫 번째는 관계 구축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화에 임하려는 자세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말 것, 말하는 목표를 잘 이야기하면 공감해줄 것. 서로의 틀 안에서 존중하는 게 대화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한지호 기자 jhhan@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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