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서 자전거를 탄지가 15년이 되어가지만 본격적으로 자전거 동호회를 구성하고 규칙적으로 자전거 라이딩을 한지는 11년이 됐다. 15년 전 처음 생활자전거를 15만원에 구입하여 자전거에 대한 상식과 도로교통법도 모르고 탈 때를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지금은 자전거 라이딩이 생활화 됐고, 자전거는 필자의 건강도우미 겸 우직한 친구가 됐다. 처음 자전거 탈 때는 복장도, 계획도 없이 그저 페달만 밟으면 간다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때 동호회 팀으로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필자를 어떻게 봤을까를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다. 자전거 예절을 몰라 젊은이들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배우고 타라는 창피한 충고까지 들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고 출발할 때 아무데서나 출발하다가 호된 주의도 받았고, 또 달리다가 좌회전할 때 급좌회전을 하다가 뒤에서 오는 라이더와 부딪칠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팀이 창단되고, 자전거 예절이나, 도로교통법을 숙지한 후부터는 지나가는 라이더들로부터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흔들어주는 인사를 받게 됐다.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과체중도, 15kg이나 줄어서, 탄탄한 근육질의 몸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또 노화로 인한 무릎관절염과 신장결석, 지방간 등도 없어졌다. 몸은 가볍고 기분은 상쾌한 건강상태를 갖게 됐고, 옛 친구들과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도 빠르고 가뿐하게 오를 때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우리가 혼자 산책을 할 때 제일 괴로운 것은 대화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전거는 혼자 라이딩을 하더라도 말없고 우직한 친구가 돼 항상 옆에 있고 나를 태우고 이야기의 모티브가 돼 준다. 먼 거리 어디서라도 그곳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필자는 자전거를 친구라고 부른다. 항상 같이 가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나를 기쁘게 해주기 때문이다.
강을 따라, 산길 따라, 시골길을 따라 가면 봄에는 각종 꽃들이 피어 낭만을 자극하고, 여름에는 춤추며 뒹구는 강물, 시냇물, 숲속의 매미소리, 산새소리들이 필자를 즐겁게 해준다.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잎이 망막을 수놓고 겨울에는 칼바람 맞으며 달리는 해안도로에 부서지는 파도가 도시생활에 찌든 필자의 꽉 막힌 가슴을 시원히 뚫어주기 때문이다. 빈 들판에 나는 두루미 무리를 보면 시간을 잊게 하고, 세월을 초월하게 해준다. 바로 자전거는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필자에게 선사한다.
사실 필자는 처음에 생활자전거로 혼자 자전거 운동을 하려 했었다. 그러나 자전거 무게가 20㎏에 가깝게 나가고 느리기 때문에 산길을 가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장거리는 아예 생각조차 못했다. 자전거팀 바이콜릭스(bikeholics:자전거에 미친 사람들)를 창단하고 나서부터 자전거는 타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의 멋이고, 아름다움을 창출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6년 필자의 자동차를 팔아 없애고 그 돈으로 필자의 꿈이었던 자전거를 구입했다.
그전 2개월 동안 자전거 제원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 프레임의 종류, 용도에 맞는 휠에 대한 연구, 제동시스템, 변속시스템 등 공부할 것이 많았다. 그 결과, 앞뒤에 쇽옵서버가 달린 이른바 풀샥자전거, 캐논테일 중에 가장 프리미엄급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900만원이었다. 강남 대치동에 있는 자전거샵에 연락을 하니, 조립에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오전에 조립을 부탁하고 퇴근 후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자전거샵 문을 들어서자 젊은이들이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필자의 눈에 보이는 자전거는 그야말로 그 자태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반들거리는 검은색과 은색의 두랄루민 차체에 은색의 마빅 휠셋에 맥시스타이어 최고급 XTR과 스램O의 변속시스템, 마구라 제동시스템, 각종 부속품이 최상급 재질이다.
그런데 깜짝 놀란 것은, 앞바퀴를 지탱해주는 포크(샥옵서버)가 한 개밖에 없다. 외팔이! 레프티 서스펜션샥이다. 기이하게 생겨 자꾸만 눈이 갔다. 이상하게 보고 있으니까 자전거 정비사가 “이상하죠?”라고 묻는다. “왜 이렇게…” 말을 잇지 못하자 “이 시스템이 이 회사가 자랑하는 자존심이죠”라고 말한다. 전투기 앞바퀴도 외팔이 지지대라고 한다. 이것은 코너링을 원활하게 해준다고 한다. 필자 몸과 피팅을 하고 안장높이를 맞춘 뒤 한번 주변을 둘러보라 한다.
필자는 이 자전거로 인도를 100m 달려보았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페달링과 속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일요일, 필자는 미리 사둔 자전거 복장으로 한강변으로 나갔다. 응봉동에서 영동교를 건너 용인구성까지 탄천을 왕복하는 70㎞에 도전하였다. 교차하는 멋진 복장을 한 라이더들이 손을 들어 인사한다. 그들이 대하는 태도가 생활자전거 탈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이 자전거로 3박4일 제주도 해변일주를 하게 됐다. 친구들도 제주도 라이딩을 위해 무츠라는 프리미엄급 자전거로 교체하였다. 최고급 자전거들이 제주해안 240㎞을 달린다. 속도가 빨라 100㎞를 가도 7시간이면 갈 수 있었다.
몇 년 후 출퇴근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접이식 8kg대 20단 미니벨로를 다시 구입해 출퇴근길만 타기로 했다. 출근 하는 중,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비가 올 때 전철을 타기 위해서였다. 전철에서는 풀사이즈 자전거 승차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만 허용되므로 평일에 갑자기 전철을 탈 때는 길이가 140㎝가 채 되지 않는 미니벨로가 안성맞춤이다. 이제 출퇴근길에도 같이하는 자전거도 있어 항상 자전거와 친구하며 달린다. 11년이란 세월은 길기도 하다. 그동안, 자전거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고, 자전거 종류도 많아졌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스피드 쾌감을 느끼기 위해 타이어 폭이 1인치도 채 되지 않는 싸이클을 타고 한강변을 질주한다. 젊은이의 적성에 딱 맞는 자전거다. 시속 30㎞의 쾌속으로 달리니 그로 인해 자전거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싸이클은 험한 길을 갈 수가 없다. 오직 포장도로 위주로 타니 변화가 없어 싫증나기가 쉽다. 짜릿한 속도의 쾌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실증나기 마련이다.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 MTB는 다양한 코스를 달리기에 그 즐거움은 오래가게 되어있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의 일요일은 각자 라이딩을 위해 동호회 라이딩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자전거는 2주일만 타지 않아도 몸이 무겁고 감각이 무뎌진다. 자전거 라이더는 쉬지 말고 라이딩을 해야 건강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동호회 활동이 없는 한 달에 한 번의 일요일, 필자는 응봉에서 의정부 왕복 딱 50㎞를 체력훈련을 하는 기회로 삼고 달리고 있다. 오늘도 강변벤치에 앉아있으면 사회 다양한 계층의 라이더들과 자전거와 인생에 대해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주마등처럼 내 곁을 스치는 자연을 벗 삼아 하늘 보면 흰구름도 말없이 곁에 머물고, 산속을 달리면 다람쥐가 달려 나와 친구하자는 자연 속에서 그렇게 자전거와 함께 달린다.
노을 진 강변에서 어느 노인이 부는 색소폰소리는 석양에 반사된 금빛물결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