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됐던 일이 벌어졌다. 통합치의학과 경과조치를 위한 임상실습교육이 신청접수를 개시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마감됐다. 임상실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치과병원협회(회장 허성주·이하 치병협)는 지난 3일 오후 1시, 통합치의학과 전문의자격시험 인증을 위한 임상실습교육 접수를 오픈했다. 오픈과 동시에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임상실습교육 신청은 1분 만에 모두 마감됐다. 신청이 너무 허무하게 마감되자 치병협 사무국은 관련 문의전화로 한 때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임상실습교육 조기 마감은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로 현재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경과조치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미수련자는 2,700여명에 달하지만, 이번에 개설된 임상실습교육의 정원은 고작 219명이었다. 치병협이 공지한 임상실습교육 일정을 살펴보면, 지난 7일 연세대치과병원(50명)을 시작으로 △8일 강동경희대치과병원(15명)/울산대병원(30명) △9일 강동경희대치과병원(15명) △12일 연세대치과병원(15명) △15일 강동경희대치과병원(15명) △19일 연세대치과병원(15명) △20일 이대목동병원(4명) △27일 연세대치과병원(30명) △29일 강동경희대치과병원(15명) △30일 강동경희대치과병원(15명) 등으로, 4곳의 수련기관에서 총 11번의 임상실습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전부였다.
임상실습교육 시간도 8시간을 배정한 이대목동병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4시간에 불과했고, 지방은 울산대병원 한 곳뿐이다. 경과조치 교육 300시간 중 10%에 해당하는 30시간을 임상실습교육으로 채워야 하는 미수련자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에 가까스로 임상실습교육 신청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수련기관이 대폭 늘지 않는 한 다음달에도 이번과 같은 신청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치병협 역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치병협 관계자는 “9월 오픈한 임상실습교육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접수를 시작한 것은 다른 수련기관의 동참을 이끌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며 “다음달에는 이번보다 더 많은 수련기관이 임상실습교육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상실습교육의 실시여부는 각 수련기관의 재량인 만큼, 참여를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다음달 얼마의 임상실습교육이 개설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현재 치병협 차원에서 수련기관을 대상으로 임상실습교육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수련기관 참여저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폐해
이번 임상실습교육 신청 대란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국에 있는 50개의 수련기관에서 2,700여명의 미수련자를 대상으로 각각 30시간에 달하는 임상실습교육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 더군다나 전국 50개의 수련기관이 모두 임상실습교육에 참여하기는 커녕 9월에는 단 4개 기관에 불과했다.
특히 임상실습교육으로 △핸즈온 연수회 △증례발표 및 세미나 △임상진료참관 등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수용가능인원에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고, 교육을 진행한다고 수련기관 입장에서는 별다른 메리트도 없는 게 현실이다. 최대 수용인원 50명, 참여 수련기관 4곳에 불과한 9월 임상실습교육 일정이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30시간 채울 수 있을까? 우려 확산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수련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 6월에 시행되는 통합치의학과 전문의자격시험까지 30시간의 임상실습교육을 채울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한 미수련자는 “내년 6월 통합치의학과 전문의자격시험이 예정돼 있는데, 그 안에 30시간에 달하는 임상실습교육을 차질 없이 이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시험을 치러야 하는 미수련자들 입장에서는 시험 2~3개월 전에는 300시간 이수를 완료하고 시험준비를 해야 할 텐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부, 차질 없는 임상실습교육 촉구키로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이상복·이하 서울지부)는 지난 4일 정기이사회를 개최하고 이번 임상실습 신청 대란을 예견된 참사로 규정했다. 실제로 서울지부는 수련기관이 매우 부족하다는 현실을 감안, 임상실습교육을 0~10%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서울지부는 이번 임상실습 신청대란으로 수많은 미수련자들이 적지 않은 우려를 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이들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관련기관의 공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통합치의학과 전문의시험이 치러지는 내년 6월을 기점으로, 미수련자들이 차질 없이 임상실습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장기 교육플랜 마련 등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