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6 (화)

  • 흐림동두천 1.7℃
  • 흐림강릉 6.7℃
  • 박무서울 3.5℃
  • 흐림대전 3.0℃
  • 구름많음대구 0.6℃
  • 맑음울산 1.9℃
  • 구름많음광주 3.7℃
  • 맑음부산 6.1℃
  • 흐림고창 3.1℃
  • 구름조금제주 10.0℃
  • 흐림강화 3.1℃
  • 흐림보은 0.4℃
  • 흐림금산 1.5℃
  • 구름조금강진군 2.0℃
  • 맑음경주시 -1.2℃
  • 맑음거제 2.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즐거운 치과생활

소록도의 아름다운 치과의사

URL복사

오동찬 치과의사(국립소록도병원)



감사함을 알게 하는 제2의 가족 
고흥반도의 서남쪽 끝 녹동항 앞바다, 이 앞에 면적 4.42km²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 소록도가 있다. 섬의 모양이 작은 사슴과 닮아 소록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는 이 아름다운 섬이 갇힌 장소의 대표가 된 것은 일제 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을 소록도에 모아 격리하기 시작하면서다. 예쁜 이름과는 달리 한센병 환자의 애환이 깃든 사연 많은 섬, 이곳은 이제 더 이상 편견의 장소가 아닌 아름답고 행복한 섬이다. 

소록도에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국립소록도병원 내 4개 병동에, 그 외 분들은 7개 마을에 거주하고 계신다. 그 마을 중 하나인 구북리에 살고 계시는 정 모 아저씨가 진료하러 오셨다. “어이 오 부장! 오늘 날씨도 꿀꿀한데 오전 진료 끝나면 짬뽕이나 먹으러 가세~~” 난 주저 없이 “네! 그러면 조금만 기다리세요. 11시까지 진료하고 식사하시러 가시죠” 대답을 하고 열심히 오전 진료를 한다. 8시 30분부터 진료가 시작되고 주민들은 보통 10시 30분부터 점심을 드신다. 오전 진료를 서둘러 마치고 정 모 아저씨와 다른 마을에 사시는 홍 모 아저씨 이렇게 셋은 내 차를 이용해 금산 쪽으로 짬뽕을 먹으러 출발한다. 지금은 녹동 육지와 소록도 사이에 다리가 놓여진데다가(2009년-소록대 교), 소록도와 거금도로 불리는 금산까지도 다리가 이어져 있다. 정 모 아저씨께서 금산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짬뽕을 먹고 싶다고 하셔서 그곳으로 향한다. 물론 식사비는 정 모 아저씨께서 내기로 하시고... 김영란법 때문에 걱정은 되지만(?) 과거에는 내가 밥값을 다 내었으니 이제 살림이 넉넉해진 우리 주민들이 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난 우리 주민들이 사주는 것을 잘 먹는다. 그리고 나에게 식사를 사주신 분들도 마을로 돌아가시면 “오늘 오 부장하고 같이 밥 먹었어”라고 자랑도 하신다. 


 

소록도를 나와 거금대교를 운전하면서 난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기뻤다. 뭐 점심 한 끼 먹는데 이렇게 감사하고 기쁘고, 행복하다는 말을 하냐고 의문을 갖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난 이게 감사하고 기쁘다. 우리 주민들과 이렇게 자유롭게 중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어서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우리 식구들과 식사를 위해 섬 밖으로 나가면 소록도에서 왔다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대한민국 사람인데 식당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미용실, 심지어 병원에서조차도... 

우리 주민들은 과거에 한센병에 감염되었지만 지금은 다 치유되었다. 한센병 치료약이 1950년에 들어와 1980년대 전 지역으로 투약되면서 80년대 후반부터 한센병 신환자가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다 완쾌판정을 받아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대한민국은 한센병 치료국으로 인정한 상태다. 왜 다른 질환들은 차별과 편견이 별로 없는데 우리 한센인들은 이러한 차별과 편견이 치료가 다 된 지금까지도 따라다니는지 모르겠다. 


한센병은 장구한 역사를 가진 만성 전염성 면역질환으로 그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인류 문명과 때를 같이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구, 외적 증상 및 한센병에 대한 편견과 그릇된 인식으로 인해 천형의 질환으로 소위 문등병으로 불리어왔고, 불치의 유전병으로 오인됨으로써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 한센병은 저항력이 없거나 약한 체질, 즉, 감수성 체질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균이 침입하여 감염되는 질환으로 약 3~7년의 잠복기를 거쳐 임상적으로 발병하게 되며, 나균이 1차적으로 말초신경을 침범하고, 2차적으로 피부와 때로는 기타 조직 특히 눈, 상기도점막, 근육, 골 및 고환 등을 침범하는 질환이지만 한센병을 일으키는 나균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배양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결핵과 마찬가지로 법정 3군 전염병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생후 2~3개월 안에 결핵예방접종제인 BCG를 맞게 되면 예방학적, 보건학적으로 잘 발달된 나라에서는 한센병 예방이 약 99%정도일 만큼 선진국에서는 사라지는 병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은 이제 한센병 신환자가 없다고 해도 될 것 같다. 마찬 가지로 소록도에 계시는 어르신들도 이제 완치상태이고 다만, 조기치료가 늦어져 장애만 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록도에 대한 편견이 걷히면서 요즘은 식당에 가면 잘 대해 주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일반적 식사시간 보다 이른 11시 정도에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렇게 점심식사를 약속하면 12시까지는 진료를 못하지만, 양해를 구하고 11시에 간다.다른 주민들도 대부분 이해해주신다. 본인들도 나랑 같이 밖에서 식사를 하시기 때문이다. 

어느새 소록도는 제 2의 고향이 되어 버렸다. 24년이란 세월이 나를 이 분들과 한 식구로 만들어 버린 것 같다. 1994년 4월 23일, 군의관 훈련을 마치고 첫 부임지가 이 곳 소록도. 같이이 곳에 온 일곱분의 의과 전문의들 마음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소록도가 첫 부임지인 것이 정말 기뻤다. 드디어 그 분과(?)의 약속이 조금씩 이루어진 것에 대한 감사함이랄까? 첫 번째 환자분을 대했을 때 그 기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감이 밀려왔 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센병 후유증으로 손가락이 불편하고 안면기형으로 아랫입술이 처져 있었으며, 교합도 잘 맞지 않아 술자가 지금까지 치료해왔던 분들과 다르고 상태도 좋지 않았다. 없는 실력이지만 한 분 한 분 진료도 하고 얼굴과 입안에 농양(abscess)이 있는 분들은 I&D 시행하고, 입안에 낭종(cyst)을 가지고 계신 분은 낭종 적출술을 시행하였으며, 입과 얼굴에 구강암이 있는 환자들은 수술도 했다. 소록도에서 치료가 어려운 분들은 인근 대학병 원에 의뢰를 하였지만 거절도 당했다. 아랫입술이 처져 있어 식사도 곤란하고, 침도 흘리던 분들이 하순 재건술을 통해 얼굴도 예뻐지시고(?) 식사 때 밥과 침을 흘릴 일이 줄어들어 식사 시간도 줄여주었다. 특히 윤 모 할아버지 같은 경우 아래턱에 구강암이 발생하여 매일 5~7번씩 병동에 올라가 치료를 해주면서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내다 보니 한 해 한 해가 가버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진료를 받으신 분들이나 마을에서 만난 분들은 대개 “고생하시겠네요!” 라는 말이 전부였다. 난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진정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는데 단지 “고생하시겠네요”라니? 이 말이 난 듣기 싫었다. 왜 다른 말도 많은데 꼭 이런 말만 하실까 궁금해 물어 보았더니 정주면 1년 후에 떠나버려 상처만 남기 때문에 그렇단다. 진료와 수술이 끝나면 매일 스쿠터(50cc 미만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을 감찰(?)하러 다녔다. 또한 본인이 손이 제일 좋았으므로(?) 가가호호 방문하여 이분들이 어려워하시는 파리 퇴치에 혁혁한 공도 세웠다. 처음에는 경계의 눈빛으로 맞이하셨지만 조금씩 그 경계를 풀어주셨다. 어느 날인가 남생리 정 모 할아버지와 조 모 할머니께서 방안의 짐을 옮겨 달라고 하시기에 옮겨드린 후 그분들께서 고생하셨다고 맛있는 밥상을 내놓으셨다. 사실 밥통은 쪼끔(?) 오래되었으며 그 속에 들어 있는 밥은 노랗다 못해.... 반찬은 김치와 된장, 밭에서 막 따온 고추, 그리고 초대하지 않는 손님 파리(그 당시 이곳에는 가축들을 많이 키워 파리들이 정말 많았음, 아시는 분들은 다 알거라 생각됨), 정말 먹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 때 ‘나오는 것이 더럽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배를 거쳐 아래로 다 나온다’ 는 말씀이 생각나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새마을 황 모 아저씨께서 진료실에 오셔 “어~ 오 선상! 어제 남생리에서 밥 먹었다매? 오늘 우리 집에도 와서 할멈이랑 같이 먹새” 이렇게 해서 이 마을, 저 마을 식사 초대와 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팥죽으로 저녁 걱정을 덜게 되었고, 이후로는 “수고하시겠네요!” 라는 말대신 “어! 오 선상 왔어? 고생이 많지~” 라는 정겨운 말로 바뀌었다. 물론 지금도 언제든지 식사 초대를 받으면 즐겁게 간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종종 삼겹살 파티도 열어 초대를 하신다. 손들이 불편하셔서 나에게 고기 굽기를 시키기 위해서(?) 초대하신 게 아닐까 생각도 해 보지만 정말 맛있다. 우린 이렇게 산다. 가정적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불러서 한 시간 이상 하소연도 하시고.... 

난 이게 정말 고맙다. 내가 뭔데, 그러나 이 분 들을 위해 딱히 해 드릴 것이 없다. 다만 들어 주고, 기도만 할 뿐이다. 이럴 땐 정말 마음이 아프다. 인간사 다 똑같은데 왜 우리 소록도 가족들에게 이러한 고통이 찾아올까? 가끔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이분들은 오직 천국을 바라보면서 사시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씀들 하신다. 이런 분들을 보고 지내는 나도 행복하다. 진료 중간 중간에 커피 마시자며 말씀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오늘은 녹동에 나가 회 사온다고 저녁에 같이 먹자는 장 모 아저씨. 퇴근 시간 후에 병동에 계신 두 명의 애인들(박 모, 유 모 아주머니)과의 커피타임, 병원일이 힘들 때 찾아가면 언제나 아들 대하듯이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마을 어르신들. 또한 진료실과 마을 순회할 때 고구마, 감자, 양파, 상추 심으셔서 잘 되었다고 먹어보라고 주시는 우리의 식구들.... 비록 김영란법 때문에 약간은 고민되지만 그래도 자식에게 가져다주는 것이기 때문에 잘 받는다(처벌받지는 않겠지요?). 

이런 게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가끔 싸움도 하면서 지낸다. 싸움을 하고 하루가 지나 면 또 다시 웃으면서 지내는 난 어느 순간 소록도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우리 소록도 가 족들이 있어 행복하고, 또한, 항상 나와 가족들을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 

가끔 딸들이 “아빠는 소록도 어르신들과 사는 것이 행복하실지 몰라도, 이젠 우리에게도 신경을 좀 써주세요”라고 투정도 부린다. 가만 생각해보면 난 내가 좋아서 이곳에서 살고 시간나면 해외 한센인 마을과 빈민촌에 가 진료하고 오지만,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요즘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철이 들어가나?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