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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병원선 타는 공중보건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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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빈 치과공보의

 

공중보건의사는 치과대학 졸업자의 대부분이 택하는 군 복무 대체방식이다. 2018년도에는 약 150명의 치과 공중보건의가 선발됐고, 전국 각지로 배치되기 때문에 수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앞으로 3년간 지낼 자리인 만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하지만 너무 인기지역을 고르게 되면 원치 않는 곳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배치되는 자리는 대부분 보건소와 보건지소지만 좀 독특한 자리들도 있고, 누군가는 그 자리에 가게 된다. 필자는 충남 병원선에 최종적으로 배치됐다. 최근에 병원선이란 드라마도 생겨 아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공중보건의 지역선택 전까지 그런 자리가 있는 줄 몰랐다.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픽션이 아니었냐는 사람도 있다. 병원선은 실제로 전국에 총 5척이 있다. 충청남도에서는 의료취약지역인 6개 시•군 28개 유인도를 매월 방문해 도서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 충남 병원선에 오게 된 스토리

선호지역인 경기도는 배치정원이 너무 적어 더 많은 충남에 지원했다. 전반적으로 교통도 좋고 오지도 적은 지역이다. 도배치를 결정하는 추첨의 경쟁률은 3:1. 운 좋게 당첨돼 충남에 배치됐다. 충남도청에서 최종 지역을 고르기 전까지 충남지역 내의 선택지를 고민해 우선순위를 만들어 갔다. 병원선은 총 9개의 우선순위 중 4번째였다. 추첨순위 4번을 뽑은 필자는 우연찮게도 우선순위 1, 2, 3을 앞사람들이 족집게처럼 뽑아가는 바람에 병원선을 선택하게 됐다.

 

병원선은 충청남도에서는 유일하게 도간 이동, 도내 이동이 모두 가능한 자리다. 또 경기도 도간 이동 시 선택순서에서 상위권에 위치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에도 일반적으로 보건소나 보건지소 숫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병원선에 관한 생활은 거의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하고 나서도 잘한 선택인가 고민되기도 했지만,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것을 해본다는 신기함도 있었기 때문에 나쁘진 않았다. 처음 병원선을 뽑고 나서 그날 바로 병원선 출근 위치 및 관사를 확인하러 갔다. 병원선을 선택한 3명의 공보의는 배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 병원선 배치 후

앞으로 1년간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첫 출근 날 출항하는 동안에 선장실에서 선장님과 얘기를 하는데, 뒤에 걸려있던 달력이 계속 좌우로 기우뚱거렸던 게 기억난다. 많이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1년간 배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실감났다. 부모님은 걱정이 되셨는지 그냥 보건소를 가는 게 좋지 않았냐고 하셨다. 하지만 필자가 지금껏 생활해본 바로는 매우 안전한 것 같다. 아주 멀리 나가는 배도 아니고, 풍랑주의보와 같은 일기예보가 뜨면 출항일정을 바꾼다.

 

 

매일 다른 섬을 가다 보니 각 섬의 모습을 찍고 싶어졌다. 그래서 미러리스 카메라도 사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처음에는 풍경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대부분 찍고 나면 이런 그림이었다.
광각렌즈로 찍으면 모든 섬이 거의 이렇게 찍힌다. 그래서 망원렌즈도 사게 됐다. 줌을 당겨서 찍으니 좀 더 섬의 모습도 보이고 찍는 게 재미 있어졌다. 배 안에 있다 보면 멋진 풍경을 발견할 때가 많다. 장기출항 때 바다 한가운데 정박하고 자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석양이 지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육지에서는 색깔 있는 건물도 있고 불빛도 있다. 하지만 원래 색이 없는 물과 공기만 있는 바다에서 보는 석양은 하늘과 바다 전부 다 붉은색으로 그 색감에 압도된다.

 

# 장기출항
병원선은 한 달에 한 번씩 2박3일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출항한다. 가까운 섬은 하루 만에 왔다 갈 수 있지만, 멀리 있는 섬들은 하루 만에 오갈 수 없기 때문에 장기간 출항해 순차적으로 돌게 된다. 2014년에 다큐3일에서 충남병원선을 촬영한 적이 있다. 제목이 ‘치유도 위로리 501호 - 충남 병원선 72시간’이었는데 영상을 보고 이제 막 병원선에 배치된 필자에게도 3박4일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평소에 배를 매일 탄다고 해도 저녁에는 일상생활을 하기 때문에 괜찮은데 계속 배에 있는 것은 쉽지 않다. 밤에는 시간이 더 천천히 가는듯한 느낌이다. 배에 계속 있다가 답답하면 갑판으로 나간다. 조심할 점으로는 밤에 혼자 나갔다가 바다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주변에 불빛이 없어 아무것도 안보이고 정말 깜깜하다. 통로 벽이 높아서 그냥 걸어가다 빠질 일은 없지만, 시커먼 바다를 보다 보면 어느새 난간을 잡고 가게 된다.

 

# 격렬비열도

 

이름이 특이한 이 섬은 독특해서 잊을 수 없는 섬이다. 충남의 가장 서쪽 끝에 위치한 영해기점이라서 육지에서 멀고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장기출항을 나갈 때만 방문하는 섬이다. 동격렬비도, 서격렬비도, 북격렬비도 총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격렬비도의 등대에 사는 단 2명의 등대지기를 위해서 병원선이 가는데 동산 크기의 섬에 정말 2명만 산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궁금해서 여쭤보니 사람 만나는 일이 없어 누가 오면 마냥 반갑다고 했다. 정말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곳이다.

 

‘격렬’이라는 이름의 진돗개도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산악지형과 야생의 수풀을 헤치고 다녀서 그런지 털이 철수세미 같이 강력했다. 가끔 외부에서 사람이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목줄도 안하고 자유롭게 섬을 다녀서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 섬에는 토끼가 많이 살고 있는데 ‘격렬’이가 토끼를 발견하면 쫓아간다고 했다. 하지만 토끼가 빠르기도 하고 굴로 들어가버려서 잡지는 못한다고 했다. 최근에 토끼들이 전염병에 걸려서 90% 정도가 죽어버렸다고 했다. 신대륙을 발견하던 시절 원주민들이 전염병에 걸려 죽게 된 상황 같았다. 초여름에 갔을 때는 섬에 노란 꽃들이 많이 펴 경치가 좋았다. 병원선 공중보건의가 아니면 영해 끝부분인 이곳에 살면서 한 번이라도 와볼 일이 있었을까 싶었다. 최근에는 꽃이 다 져서 그냥 돌섬이 됐다.

 

 

중요한 건 그 해 거의 같이 살게 되는 의과, 한의과 공중보건의와 잘 지내는 것이다. 한배를 탄다는 말이 있듯이 폐쇄적인 공간에 오랜 시간 같이 있게 되고, 같은 관사에서 3명이 같이 1년간 살게 된다. 다행히 셋 다 모두 동갑이어서 금방 친해졌고, 덕분에 심심하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보통 저녁밥도 같이 먹고 운동도 같이 한다. 주말에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퇴근 이후에 해안가로 낚시를 하러 다니기도 했다.



# 병원선 공중보건의의 삶
수영실력이나 좋은 체격 이런 것보다 병원선을 타기 위해서는 멀미가 없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멀미를 한다 해도 힘들 뿐이지 못할 것은 없다. 배치되고 난 첫날 받은 질문 중에 하나도 배멀미를 하는지였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집이 섬이어서 배를 많이 탔었는데 그때는 배멀미가 없었다. 그래서 배멀미는 전혀 안한다고 생각했지만, 병원선을 타고 배멀미가 있는 줄 알게 됐다. 병원선은 같은 항구에 정박하는 다른 배들과 비교하면 작은 배는 아니다. 규모는 150톤에 38m 길이고, 2개의 엔진으로 총 4,000마력을 내는데 주변에 다른 배가 지나가면 그 물결로 인해 약간 흔들린다. 그래서 배 안에 있어도 옆에 다른 배가 지나갔는지 알 수 있다.

 

놀러갈 때 아니면 보통 바다를 볼 일도 거의 없어서 배를 타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다. 지금은 익숙해지고 관심이 많아졌다. 게임 닉네임을 지을 때도 pirate, matroos, seaman 같은 단어를 넣기도 한다. 배를 타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이미지와 비슷해지려고 만화에서만 보던 해적처럼 수염을 기른 적도 있었다.

 

배에는 총 18명이 탑승하는데 각과 공중보건의 및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직 9명과 선박직 9명이 타게 된다. 주방장은 요리를 정말 잘한다. 병원선을 고르기 전에 들은 병원선 장점 중에서도 밥이 맛있다라는 얘기가 있었다. 병원선에 매달 식비를 내고 아침과 점심을 먹는데 아침을 준다는 것도 정말 좋다. 아침밥을 이렇게 잘 챙겨먹는 공보의는 병원선이 유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아침밥을 먹기 위해 일반 보건소보다 출근이 빠르다.

 

# 환자들이 병원선 오는 방법

 

처음 병원선에 왔을 때는 병원선을 섬의 항구에 완전히 붙여서 정박하고 환자들이 배로 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병원선은 섬 가까이만 가서 닻을 내리고 정박한다. 그리고 병원선 뒤쪽에 작은 모터보트가 있는데, 이 보트를 내려서 섬과 배를 왕복하며 환자들을 실어나른다.

 

모터보트에서 배로 옮겨 타고 내릴 때 배가 흔들려 다소 위험하다. 보트가 본선의 측면에 밀착하게 로프로 당기고 낮은 보트에서 높은 본선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손도 잡아주는데 이 과정이 특히 위험하기 때문에 동행하는 선박직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병원선에 오다가 다치는 난감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준다. 초반에 부주의하게 타다가 살짝 스쳤다고 생각한 부위가 나중에는 멍들어 있었는데, 타고 내릴 때 체중이 실리다 보니 조금만 부딪혀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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