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구름조금동두천 22.3℃
  • 구름조금강릉 27.7℃
  • 구름조금서울 23.7℃
  • 구름많음대전 23.5℃
  • 맑음대구 25.6℃
  • 구름조금울산 25.5℃
  • 구름많음광주 23.0℃
  • 구름조금부산 22.2℃
  • 구름조금고창 ℃
  • 구름많음제주 24.2℃
  • 구름많음강화 20.9℃
  • 구름조금보은 23.8℃
  • 구름많음금산 24.9℃
  • 구름많음강진군 24.1℃
  • 구름조금경주시 26.6℃
  • 구름조금거제 22.3℃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참을 수 없는 글의 가벼움

URL복사

권영희 논설위원

아주 오래전 우리의 존재가 어떻게 하면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울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철학적 함축뿐만 아니라 거친 역사의 풍랑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과 그 와중에도 살아가려는 의지의 무거움이 중첩되어 나타나 ‘참을 수 없는 책의 무거움’이라고 자평하고 싶다.

 

또한 나의 행복이 다른 이의 불행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그 객관적 불행이 과연 주관적 불행과 일치하는 것인지 우리 삶의 복합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훌륭한 책이었다. 오늘 이 책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 이유는 이 책에 빗대어 “참을 수 없는 글의 가벼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글을 쓰고 알리는 게 너무도 쉬워졌다. SNS가 발달하기 전 글을 쓰고 발표한다는 일은 종이 매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회도 적고 그 글을 읽는 사람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글이 인쇄되면 더 이상 수정이 불가하기에 인쇄 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은 더 신중하게 글을 쓰게 된다. 그러나 SNS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여러 매체를 통해 글을 쓰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며, 쉽게 고쳐 쓰기가 가능하니 글을 쓸 때 진중함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글을 많은 사람이 다 함께 읽을 수 있으니 글에 대한 접근성도 아주 쉬워졌다.

 

글을 쓰고 읽고 비평하는 것이 예전에는 소수의 권한이고 권력이었다면 이제는 그 권한과 권력이 모두에게 나누어졌다는 점에서 SNS의 발달은  글쓰기의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더하여 무겁고 쓰기 어려웠던 글쓰기가 아주 가벼운 일이 된 것이다. 누구나 여러 매체를 통해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그 의견에 답글로 옹호와 반박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다보니 글을 쓴다는 무게감에 무감해지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다시 글쓰기가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무심코 남긴 글과 멘트가 이제는 잊히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따라다니며 자신을 옭아맬 수도 있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한다. 외모도 생각도. 예전에는 절대적으로 옳았다고 믿었던 생각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틀렸다고 비난했던 생각이 납득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의 생각이 세월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할 것이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연령에 따라 중요한 일이 다를 것이고 그 연령이기에 할 수 있는 고민과 생각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에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그 글을 쓰기 전에, 그 말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상황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내 글이 명료하고 냉철하되 누군가를 필요 없이 찌르는 창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검증을 하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어떤 면에서는 견딜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으로 다가오듯 글쓰기의 표면적 가벼움은 더할 나위 없는 시간적, 시대적 무거움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 누군가가 쓴 글이 현재의 그 사람을 공격하는 사태를 보며 글을 쓴다는 일이 얼마나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는다. 나 또한 이 글을 쓰며 되묻는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로부터 자유로운가? 현재의 나의 글이 미래의 나를 규정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참을 수 없이 가볍고 쉬워진 글쓰기가 얼마나 무거울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며 최소한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속박하지 않도록 더욱더 무거운 마음으로 글과 말을 하리라 다짐한다.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데이트폭력의 심리
수능만점자였던 의대생이 데이트 폭력을 넘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최근 데이트폭력이 급증했다. 3일에 1명꼴로 데이트 사망이 발생한다고 한다.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은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다. 통상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친절하게 잘해주다가 서로 간에 트러블이 생기는 날부터 조그만 폭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점점 강도가 증가하며, 항상 ‘폭력→사과→애걸→맹세→협박’이란 동일한 패턴을 반복한다. 심리학적으로 데이트폭력 원인은 간단하다. 집착이다. 어려서 사랑하거나 신뢰했던 사람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멀어졌거나, 심리적으로 버림받았다고 느꼈거나,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한 경우에 집착이 심해진다. 이들은 헤어짐을 이별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림받음으로 인식한다. 버림받는다는 인식은 단지 상상만으로도 절망에 빠지고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인기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배우의 마지막 대사인 “내 것이 아니면 남의 것도 될 수 없다”가 집착 심리의 전형적인 말이다. 심리적으로 그는 경계성 성격장애에 속한다. 이들은 과거에 버림받은 경험에 대한 반발심리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

재테크

더보기

2024년 미국배당 투자에 대한 생각 feat.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부채위기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배당 투자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최근 1~2년 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배당투자 인기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와 JEPI(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의 최근 수익률이 S&P500 지수 대비 저조했다는 사실을 알아봤다.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의 cash flow(현금흐름)를 기반으로 한 미국 배당투자가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화폐가치 절하 때문이다. 전 세계 명목화폐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마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 있는 지금 현금흐름의 가치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투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시간에는 최근 금융 환경의 변화가 배당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뤄 보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제 부양책과 연준의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한 통화정책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은 기준금리 사이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고금리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위기 해소(소련 붕괴와 미중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