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0 (금)

  • 구름많음동두천 0.9℃
  • 구름많음강릉 5.0℃
  • 구름많음서울 3.1℃
  • 구름많음대전 2.9℃
  • 흐림대구 6.3℃
  • 구름조금울산 5.6℃
  • 구름조금광주 5.1℃
  • 구름많음부산 7.4℃
  • 흐림고창 4.2℃
  • 구름많음제주 8.3℃
  • 구름많음강화 1.2℃
  • 구름많음보은 1.6℃
  • 구름많음금산 2.7℃
  • 구름많음강진군 4.9℃
  • 구름많음경주시 5.4℃
  • 구름많음거제 7.4℃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상자 밖으로 나오라

URL복사

박창진 논설위원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듯이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뜻이다.

 

이는 맹자(孟子) 이루(離婁)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한 말이다.

 

즉, 처지나 경우를 바꾼다 해도 하는 것이 서로 같다는 말이다. 2000여 년 전 맹자가 한 이야기가 아직도 우리 곁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은 그가 훌륭한 학자였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세상사람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의사들에게는 늘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하며, 사장들에게는 늘 부하직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하고, 직원들에게는 고객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서로의 입장이 실제로 바뀌는 경우가 생긴다면 생각만으로 입장을 바꿔보는 것은 거의 무의미한 일이 될 정도로 그 차이는 클 것이다.

 

백인이 흑인분장을 하고 실제 흑인으로서의 삶을 경험한 이야기를 적은 ‘Black Like me’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역지사지가 실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반증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쩌면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역지사지의 첫 번째는 소통(communication)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를 이해함으로써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의 80% 가까이가 18초 이내에 환자의 말을 가로막는다고 한다.

 

병원에 온 이유조차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과연 우리는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 것일까? 진정한 의사의 첫 걸음은 환자와의 소통에서 시작되며 이것이 바로 역자사지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소위 환자가 좋아하는 의사일 것이다.

 

역지사지의 두 번째는 배려(Consideration)이다. 배려는 상대를 이해하고 또 존중할 때 가능하다. 우리에게는 매일 하는 반복적인 일이고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지만, 환자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이고 처음 겪는 상황이다.

 

그러한 환자의 마음과 의문점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줄 때 우리는 진정한 의료인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이라도 내가 환자에게 얼마나 많은(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하찮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보자.

 

역지사지의 마지막은 공정(Fair)이다. 최근 들어 한 식당에서 임산부를 종업원이 폭행했다든가, 음식점에서 한 손님이 아이의 얼굴에 뜨거운 국물을 쏟았다든가 하는 식의 마녀사냥 기사들이 한동안 인터넷을 달구었다.

 

사실 확인 후에는 진실을 그와 달랐지만 이와 같이 한 쪽의 이야기만을 듣고 다른 쪽을 매도하는 불공정한 일들은 우리 곁에서 언제나 일어난다.

 

불법네트워크 치과에 관련된 수많은 논란 속에서 가해진 수많은 칼날들 중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져 있었던 치과의사 후배들을 향했던 배려 없는 칼날들이 부디 그들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해본다.

 

이렇게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일은 상자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상자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며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밤중에 애가 울어도 일어나지 않는 아내를 보며 배려심이 없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며, 정작 자신은 힘들게 진료하고 온 사람이고 또 내일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상자 안의 사람이다.

 

치과계를 바꾸기 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네트워크치과에 대한 비난이나 동료치과의사에 대한 질책과 같이 상대에 대한 변화의 촉구가 아닌 나 스스로의 변화와 나 스스로의 선택이 아닐까?

 

상자 안에서 밖을 향해 손가락질 하지 말고 나부터 상자 밖으로 나가자.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신고가 랠리와 이후 조정에 대비하기 | 자산배분으로 읽는 2025년 미국 증시 S&P500 전망

최근 미국 증시가 신고가 랠리를 시작할 조짐을 보이며, 많은 투자자들이 앞으로의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필자는 본지 기고를 통해 2024년 12월 자산배분 비중 전략을 다루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을 A ~ B ~ C 구간으로 구분하고, 각 국면에 따른 자산별 매수매도 전략을 소개해 왔다. 금리 사이클에 따른 자산배분 매매 전략은 장기적 관점에서 사이클의 큰 흐름과 방향성에 집중하고, 단기적 관점에서 대중 심리 지표나 프랙탈 분석 등을 활용해 매매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자산배분은 단순히 한두 종목이나 특정 자산시장에 올인하는 게 아니라, 금리고점(A) 시기에 저점에 있는 금, 달러, 미국채 등을 위험자산 헤지(hedge)를 위해 편입을 시작하고, B ~ C 사이 위험자산인 미국 증시나 비트코인이 고점에 접근하게 되면 C 전에 비중을 축소하는 식으로 사이클 투자를 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2023년 8월 금리고점(A) 전후로 달러와 금, 비트코인을 저가에 편입했고 B~C 구간 랠리 초반에 들어서 있는 현재 성공적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 미국 금리가 고점일 때 저평가된 안전자산(달러, 금)을 미리 확보하고, B 이후 위험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