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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남도 단풍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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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엄찬용 편집위원(방배본치과의원장)

 

코로나19로 인해 쉽사리 여행 한 번 가기 힘든 시절이 되어 버렸지만 지난해 가을 주변에 단풍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싶어 아내와 함께 내장산에 다녀왔다. 단풍 보러 매년 교토에 다녀오다가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포기하고 있던 찰나, 동네 단풍들을 보니 단풍여행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7년 전쯤 내장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는 새벽 KTX를 타고 정읍역에 내려 시내버스로 내장산에 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다녀온 터라 이동의 제약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이번에는 자차를 이용해 보고 싶은 곳들을 여기저기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어서 더 만족스럽고, 풍성한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정읍까지 자차를 이용해서 이동한 다음, 정읍 시내에 새로 생긴 호텔에서 숙박 후 다소 쌀쌀하지만 맑고 화창한 아침 일찍 내장산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아직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내장산 진입로에 들어서니 7년 전 혼잡했던 정읍 시내버스 속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고요와 여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내장사 진입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들어가는 길은 시냇가를 따라 조성해 놓았고, 나올 때는 도로를 따라 나오도록 구분해 놓았다. 시냇가 길을 따라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을 사로잡는 곳은 향토자유수호기념비 주위다. 붉다 못해 불타오르는 것만 같은 단풍들이 기념비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너도나도 사진을 찍기 여념이 없었다.

 

 

내장산은 케이블카가 있어서 산위에서 멋진 전경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케이블카는 편도 혹은 왕복으로 발권 가능하며, 시간관계상 왕복으로 발권하고 올라가보았다. 케이블카 정거장에서 이 길이 맞나 싶은 길로 10여분을 내려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다시 정거장으로 돌아갈 때,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이 맞냐”고 물어봤다. 기왕이면 알아보기 쉬운 표지판을 설치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망대 2층에 올라가니 출사 나온 많은 카메라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사진을 찍으며 내장산의 단풍을 감상했다. 우리가 걸어왔던 단풍길은 우화정까지 붉은 띠를 띠고 있다가 우화정을 지나고 나서는 불이 번지듯 단풍이 번져 있었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면 서래봉아래 벽련암도 보인다. 내장사 입구에서 벽련암, 원적암까지 원적골 자연관찰로가 있는데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두어 시간 편안히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내장사는 고창 선운사의 말사로 백제 의자왕 때 벽련암 자리에 처음 세워졌고, 현 내장사에는 영은사로 세워졌다고 한다. 그 이후 여러 번 소실, 재건축을 반복하다가 6.25 때 전소되어 1957년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내장사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우화정(羽化亭)은 정자에 날개가 돋아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정자로 맑은 호수에 단풍과 함께 비치는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다.

 


내장산 단풍의 백미는 우화정부터 매표소까지 이어지는 도로 양쪽에 이어지는 단풍나무 터널들이다. 20~50년 정도 된 단풍나무들로 이어진 터널길로 단풍잎이 작고, 붉은 색이 선명해서 단풍터널길을 지날 때 햇빛에 비치며 나타나는 각양각색 붉은 빛의 향연에 넋을 잃게 만든다.


단풍터널에서 나와 다음 여정인 백양사로 향했다. 내장사에서 백양사까지는 자차로 30분 정도 걸리고, 내장산을 끼고 도는 내장산단풍고개길로 넘어갔다. 내장산단풍고개길은 내장산을 전체적으로 내려다 볼 수 있다. 많은 전설과 이야기를 품은 듯한 산세를 바라보며 내장산을 넘어갈 수 있는 고갯길이다.

 


내장산 단풍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면, 백양사의 단풍은 물에 비치는 은은한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입구에서 백양수변길을 따라가다 보면 출사 나온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그곳이 아름다운 포인트임을 알려준다. 물에 은은하게 단풍이 비치는 모습들을 바라보면 마치 유화로 터치해 놓은 듯한 질감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백양사에서의 백미는 백학봉과 쌍계루, 단풍이 한번에 물에 비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쌍계루 앞 징검다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놓고 기다리다가 바람이 잦아드는 순간 요란한 셔터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사진을 확인하며 나오는 감탄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백암사로 창건되어 고려시대에 정토사로 개칭됐다가 조선선조 이후 백양사로 불리게 됐다. 전설에 따르면 환양선사가 금강경을 설법하였는데 하얀 양이 나타나서 설법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법회가 끝난 뒤 꿈에 흰 양이 나타나 원래 천인이었다가 죄를 지어 짐승이 되었는데 설법을 듣고 다시 천인이 됐단다. 그리고 아침에 나가보니 흰 양 한 마리가 죽어있었고, 그 이후에 백양사(白羊寺)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백양사 단풍은 내장사의 단풍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름답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함 없이 붉은 빛을 내고 있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선운사로 향했다. 백양사에서 선운사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며 고창 선운사도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선운사는 내장사, 백양사와는 다르게 많은 은행나무들이 반겨주었다. 다만 은행나무 잎들이 이미 많이 떨어져 있어 아쉬웠다. 은행나무의 노란 잎 사이에서 빨간 단풍나무들이 노랑 바탕에 빨간 포인트를 준 것 같이 들어앉아 있다.

 

선운사는 예전에 ‘도솔산’이라고 불리던 선운산에 위치하고 있다.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때 검단선사가 창건한 사찰로 정유재란 때 본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타버렸던 것을 광해군 때 대웅전, 만세루, 명부전 등을 건립했고 대웅전은 보물 제290호로 지정돼 있는 고찰이다. 이곳 역시 물에 비친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며 여기저기 단풍들이 붉게 물들어서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하루 만에 내장사부터 시작해 백양사, 선운사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산행 없이 산사만 보다 왔지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단풍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크기에 피곤함을 모르고 다녔다. 화려함이 넘치는 내장사, 쌍계루와 백학봉이 아름다운 백양사, 그리고 고즈넉한 고찰의 선운사 모두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곳이었다. 각자의 사정과 시간, 형편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해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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