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우리는 코로나 정국으로 경영과 방역 등 신경 쓸 일은 많아지고, 환자 수 감소로 경영은 악화되었다. 최근 어느 때보다도 진료환경은 급변하고, 설상가상 이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발 빠르게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와 내역보고 지침에 대한 행정예고를 하였다. 각 의료단체들의 항의와 협상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9월 29일 비급여 진료비는 국민에게 공개되었다.
의료인들은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의료시장의 혼탁, 의료 쇼핑, 최저가 경쟁 등으로 저질 진료의 양산을 얘기하지만, 이미 각종 소셜미디어, 방송, 신문을 통해 의료 시장의 왜곡은 일어나고 있었다. 이젠 정부가 공식적으로 비급여 진료비까지 안내하니, 그동안 음지에서 시장을 교란시켰던 자들이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활동할 일만 남은 듯하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통제할 수 없는 비급여 항목의 가격과 동향을 파악하여, 이들을 점차적으로 보장성 보험으로 포함시키고자 하는 공단의 포석으로 보인다.
8월 30일 대한치의학회 주관으로 ‘치과 보장성 확대 성과 분석 및 중장기 계획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실시간 중계되었다. 영상 조회 수가 1,600회인 걸 보니 관심이 높은 사안임에 틀림이 없다. 의료소비자인 국민, 공급자인 치과의사, 조정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통적인 3자 구도를 보면, 국민은 많은 보장을 요구하고, 공급자는 질 저하 없이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하기를 바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한정된 재정으로 이 둘 사이에서 조정하고 절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발표된 중장기 정책을 보니 국민과 치과의사가 한 방향으로 사이좋게 달리고 있어 고삐를 쥐고 있는 공단이 오히려 여유로워 보인다. 우리나라 의료는 일정 부분 감독과 통제 하에 있긴 하지만, 전문가의 위치를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에 시청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번 공청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와 계획은 향후 치과 보장성 보험 강화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유심히 봐야 한다는 생각에 몇 가지 의견을 보탠다.
첫째,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치과 보장성 확대를 언급할 때, 꼭 의과와 비교를 한다. 의과 보장률만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치과 진료의 특수성을 모르고 하는 얘기이다. 치과는 진단보다는 치료 중심의 과로, 환자 당 진료시간이 길고, 치과의사가 직접 시술해야 하는 영역이 대부분이다. 의과는 검사 항목이 많고 의사 이외에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보조인력의 영역이 치과보다 많다. 치과 보장률을 올리라는 얘기는 저수가 현실에서 치과의사가 손해보며 진료를 하라는 얘기와 같다. 치과도 치료중심의 항목에 대한 급여 전환을 서두르지 말고 검사, 예방과 교육 항목의 급여화를 우선 고려하고 이 항목에 보조인력이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의료인들간에 보장성 확대에 대한 반응과 의견이 다양하다. 혹여 환영하거나 수용하게 되는 방향으로 틀어져서 잘못 정해진 제도를 선택한다면 이후에 되돌리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훗날 우리의 후배들에게 질타를 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마지막으로 지난 4년간 보편적 보장성 강화를 시행하는 동안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의 만족도는 어떠한지, 그리고 환자와 의료인 사이 불신의 골은 얕아졌는지, 지금 우리가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