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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새로운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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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51)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최근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면서 미국 T사의 자동차가 많이 보인다. 회사 로고를 볼 때마다 디스토피아 소설로 유명한 허슬러의 ‘멋진 신세계’가 생각난다.

 

소설에서 공장제 대량 생산을 고안한 헨리 포드를 신적 존재로 생각한다.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한 서기를 사용하지 않고 포드자동차 모델 T가 생산된 해를 기준으로 한 연호를 사용한다. 상징으로 ‘T’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에서 윗부분을 제거한 것으로 신보다 물질문명이 우월함을 의미한다. 공장에서 아이를 유전학적으로 필요에 따라 신분에 맞춰 맞춤 제작한다. 지위나 신분이 결정되고 평생직장으로 실직 위험도 없고, 결혼이 없으니 책임질 사람도 없고 모든 섹스는 자유롭다. 국가가 소마라는 마약을 배급하여 우울과 불만을 차단하여 늘 행복 속에 살게 한다. 국가가 안정과 행복을 최대한 제공하는 ‘멋진 신세계’라 하였다. 필자가 T사 로고를 볼 때마다 허슬러가 생각한 세상이 도래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 종교도 존재하고 가정도 존재하고 있다. 공장에서 아기를 만들어 내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시험관 시술은 이미 시행되고 유전자 조작 아기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자가DNA진단키트를 장난삼아 사용했다가 딸이 친부가 아닌 것을 알게 된 사연이 뉴스 보도되었다. 인공수정 시술한 병원 실수로 정자가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이라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갈 수 있었던 일이 보편화 된 과학기술로 알게 되었고 개인 삶이 변화되었다. 자가DNA진단키트의 포장에 “예상치 못한 혈연관계를 알게 될 수도 있다. 흔치 않지만 이런 발견 때문에 당신과 가족에게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경고문이 붙여져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미 자가DNA진단키트를 간단하게 온라인 구매 가능한 세상이다.

 

미국의 유명한 SNS 회사인 F사는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제 증강현실을 넘어 메타그라운드에서 부동산을 팔고 사는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아마도 10년 안에 메타버스 안에 있는 은행이나 관공서를 방문하여 업무를 보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오프라인 방문을 요구하던 대면업무는 거의 없어질 것이다. 회사나 학교도 1주일에 한두 번은 메타버스에서 출근하고 등교하게 될 것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신세계가 시작되고 있다.

 

허슬러는 소설 속의 세계를 비꼬아 ‘멋진(Bravo)’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90년 전에 그런 사회가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제시하였다. 2011년 미국 영화 인타임(In time)도 멋진 신세계와 유사하다. 역시 가까운 미래에 인간 신체 노화의 비밀을 해결하여 25세 이후로 늙지 않는 사회다. 다만 왼팔에 장착된 시계의 시간이 죽는 시간을 결정한다.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시간을 돈처럼 벌고 매매를 한다. 국가는 시간을 통화처럼 관리하며 상위 지배계급이 하위계급을 시간으로 통제하는 세계다. 무한한 삶을 영유하는 상류층 여주인공은 무료한 삶은 죽은 삶이라 말하고, 노동으로 삶을 간신히 이어가는 하류층 남주인공은 연명하는 삶은 삶이 아니라 말한다. 멋진 신세계는 출생을 포함한 모든 것을 국가가 관리하는 반면 인타임은 국가가 개인의 죽음을 관장하는 시간을 관리하는 것만 다르다. 두 작품 모두 상류계층을 위한 하류계층의 존재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10년 안에 자율주행이 시행되면, 버스 차장이 사라졌듯이 택시기사를 포함해 운전과 관련된 모든 작업이 사라진다. 하이패스로 이미 통행료 징수원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

 

기술 문명이 극도로 발전한 새로운 신세계가 ‘멋진(bravo)’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문제를 지닌다. 극도의 개인화에 의한 외로움과 하류 업무의 필요성이다. 어떤 세계가 되었건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이 소유해도 외로운 이상 행복할 수 없다. 직업과 지위가 인간의 존엄성과 분리되지 않는 사회는 영속될 수 없다. 물질문명이 인간적 가치를 넘어서면 개인적 고립은 증가하고 사회적 갈등도 증폭되어 행복은 감소한다. 더불어 사는 지혜가 없다면 새로운 신세계가 결코 멋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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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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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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