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7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15~64세 인구는 3,631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23만6,000명 줄었고, 30·40대 취업자(6만4,000명)는 10%에 불과했다”
이제 더이상 치과계 구인난도 치과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치과유입 인력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인난의 본격적인 위기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치과계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구인난은 해결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진료실 내 변화를 시도하는 치과가 늘고 있다.
진료보조에 필수적인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는 고유 업무에 집중하고, 소독이나 치과관리 등은 치과환경관리사, 치과소독관리사 등 일반인을 고용해 충당한다. 그리고 진료스탭의 업무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석션은 장비의 도움을 받으면서 유기적인 운영을 이뤄가는 것.
높아진 관심을 입증이라도 하듯 SIDEX 등 치과계 주요 전시회에서도 1인 진료를 돕는 석션 프리 제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최근에는 석션 거치대가 부착돼 1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유니트체어부터, 스탠드형으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석션 거치대, 개구기에 석션팁을 연결한 제품까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기능 또한 개선되면서 진료실 환경을 바꾸고 인력구조의 다변화를 이끄는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인난 해소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동네치과 진료실을 따라가본다.
구인난 해결의 핵심은 ‘분업화’, 치과 조직구조부터 바꿔보자!
영등포구치과의사회 박경태 치무이사는 지난달 11일 개최된 영등포구 치과소독관리사 양성과정 실습치과설명회에서 현재 본인 치과에서 운영하고 있는 ‘반자율석션시스템’을 소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박경태 치무이사가 말하는 ‘반자율석션시스템’이란, 인적 분업화와 기구를 통한 분업화를 의미한다. 치과업무 중 노동강도가 높은 기구 세척 및 소독, 석션 업무를 대체해줄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치과 내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
치과 취업을 희망하는 일반인 대상 교육으로 양성한 치과소독관리사 등이 기구 세척과 소독 등 치과환경 관리를 돕고, 종일 서서 원장 진료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석션 업무는 장비가 대신하고, 기존 진료스탭들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구인난의 핵심인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의 구인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이 치과는 현재 치과위생사 3명, 간호조무사 1명, 치과소독관리사 1명(파트타임)을 고용하고 있고, 5대의 유니트체어 가운데 3대에 석션 거치 기구를 설치했다. 기존의 진료스탭이 퇴사하고 1명이 줄어든 상태지만 추가고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진료하는 원장은 대체로 혼자 진료에 전념한다. 프렙 등 대다수 진료에서 단순 석션은 장비가 도움을 준다. 물론, 진료스탭의 노하우가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치과의 모습대로 원장 옆에 스탭들이 자리한다.
석션에서 자유로워지다 보니, 진료스탭들은 본연의 업무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환자관리와 응대에 집중할 수 있고, 보험청구, 다음 진료에 필요한 세팅 등에 충실해졌다.
박경태 치무이사는 “스탭 없이 혼자 석션까지 하는 데 2주 정도 적응기가 필요했지만, 이후 나홀로 진료가 오히려 편해졌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원장 진료 시 늘 옆에서 석션을 해야 했던 스탭들은 예상치 않았던 시간 여유에 처음엔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는 결국 업무 만족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긴 하지만 별도의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도 가능하며, 구입한다 하더라도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소독-환경 관리사 등 일반인 유입 확대, 성공 키워드는 ‘업무 효율화’
박경태 치무이사는 “이러한 구조는 치과로 유입하는 일반인 양성 프로그램의 성공을 견인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치과계는 그간 구인구직난 해법을 찾기 위해 큰 틀의 변화를 시도해왔다.
치위생(학)과 정원확대 노력으로, 2010년에 비해 정원은 2배 늘었다. 그러나 활동률은 47%에 불과한 상황이다. 간호조무사의 경우도 매년 3만4,000여명 이상 배출되지만 치과의 경우 상대적으로 어렵고 힘들다는 인식이 크다는 것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치과의사회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치과취업과정 등을 통해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것이 일반인 유입이다. 8년 전 중구에서 처음으로 ‘치과환경관리사’ 양성과정이 시작됐고, 성남시에서는 ‘치과 위생 및 사무관리원’, 영등포구에서는 ‘치과소독관리사’, 경기지부에서는 ‘치과진료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운영한 바 있다. 대부분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치과 관련 기본 교육을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개월 가까이 진행하고 치과취업을 연계한다.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률을 높이는 지자체와 정부차원의 교육지원으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가장 큰 제약은 “진료실에서 석션은 잡을 수 있죠?”라고 물어오는 데 있다. 보조업무가 불가한 일반인 고용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박경태 치무이사가 제안하는 일반인 유입과 장비를 이용한 ‘반자율석션시스템’은 치과 내 인력구조를 다양화하고, 서로의 고유업무를 인정해줌으로써 업무의 효율을 기하고, 특정 직역에만 집중된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영등포구치과의사회 김석중 회장 또한 “최근 1인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는 치과가 늘고 있다”면서 “이와 더불어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 그리고 재료준비나 소독 등을 전담해주는 비자격자 인력으로 구성한다면 각자의 업무에 충실한 효율적인 운영뿐 아니라 구인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과 구성원들이 덜 힘들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절대적인 인력이 부족해지는 시대인 만큼 치과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고, 제도를 바꾸는 큰 틀의 변화보다는 내부의 인식개선과 변화 노력이 훨씬 빠르고 쉽다”, “석션 부담 없는 치과, 소독(환경)관리사가 도움을 주는 치과, 매력 있지 않나요?”라는 이야기에서 구인난 해법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