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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미운오리새끼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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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71)

The Ugly Duckling은 안데르센 동화의 대표적인 작품이고 치과의사에게는 친숙한 단어다. 동화는 오리 둥지의 여러 개 알 중에 유독 크고 못생긴 알 하나가 끼어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알에서 부화된 새끼는 다른 오리와는 달리 회색에 몸집도 크고 못생겼다. 모습이 다른 이유로 형제 오리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다가 엄마오리에게까지 야단을 맞고는 집을 떠난다. 가출 후에 많은 고난을 겪고는 어느 날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름답고 우아한 백조인 것을 알고 백조무리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안데르센은 어려서 다른 학생들보다 유독 마르고 키가 컸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동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동화와 달리 현실이었다면 내용은 완전히 달라진다. 조류는 각인과 모성 본능이 있고 오리는 집단행동을 하기때문에 미운오리새끼는 형제 오리들과 엄마오리에게 차별받을 일도 없고 백조가 되어도 독립 전까지 무리를 떠날 일도 없다. 이 동화는 자연계가 아닌 사람들 마음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완도서 실종된 초등학생가족사건이 경제적 어려움에 의한 극단적 선택이란 결론이 나는 것이 안타깝다. 아이도 어리고 아직 젊은 부부여서 더욱 안타깝다. 타고 있던 아우디A6를 팔아 빚을 청산하고, 개인회생신청을 하고, 적극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 안 되었을까. 살다 보면 어느 날인가 자신이 미운오리새끼가 되는 상황이 있다. 이때 미래가 끝없이 미운오리로 남는다고 생각하면 절망에 빠진다. 미운오리가 스스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정체성을 찾을 수는 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미운오리새끼의 딜레마는 나중에 백조가 될지 거위가 될지 모르는 것에 있다. 버티고 살다가 백조가 아닌 거위가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한다. 미운오리는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 나서 거위든 백조든 오리든 모두 같은 조류라는 깨달음을 얻으면 된다. 세상은 우아한 백조도 있지만, 거위도 있고 오리도 있고 기러기도 있다. 수많은 꽃들이 색깔도 다르고 모양도 크기도 다르지만, 그냥 꽃이라 부른다. 나뭇잎도 똑같이 생긴 것이 없지만 크게 다른 것도 없다. 세상이 그렇게 되어있는 것을 모른 어린 부부가 못내 안타깝다.

 

필자가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양적 축소 등으로 경제적 상황이 점점 나빠지면서 영끌한 MZ세대를 걱정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많이 쓴 이유가 있다. 행여 가난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에 대한 우려였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 마음이 아프다. 어려서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경험한 필자세대는 삶의 대부분이 늘 미운오리였기 때문에 선진국이 된 지금도 백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려서 가난을 경험했기 때문에 비록 불편하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이라 믿고 살아온 MZ세대는 다르다. 경험하지 못한 가난이 죽음보다 더 두려울 수도 있고, 구질구질하게 사는 것보다 한번 용기내서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사건에서 아이에 대한 선택이 더욱 아쉽다.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부모들이 자식들과 헤어지거나 죽음으로 사수하면서 꼭 살아남으라고 하던 모습과 너무 대조되기 때문이다. 전쟁 당시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후진국이었고 더욱 미래가 없었지만, 부모는 그래도 살아남으라고 했다. 지금 아이가 살 세상은 선진국이다.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같은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세월이 머물지 않기 때문에 삶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다. 미운오리든 예쁜 오리든 그냥 오리다. 오리든 거위든 백조든 모두 조류일 뿐이다. 포르쉐를 타든 아우디를 타든 벤츠를 타든 그냥 차라는 것을 알면 마음이 걸리지 않는다. ‘어리다’라는 표현이 있다. 아직 통찰에 의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맛이 있든 없든 무엇을 먹든 배는 불러진다. 삶의 공평성이다. 배부르기 위해 굳이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할 이유가 없음을 아는 것이 통찰이고 깨달음이다. 들판에 예쁜 꽃이 굳이 우리 집 거실 화병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음을 알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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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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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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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