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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업무상과실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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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하태헌·이정은 변호사의 법률칼럼-42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이정은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최근 대법원에서 선고된 사건으로, 성형수술 도중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한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에 대하여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었던 사건이라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국 대법원이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최종적으로 집도의인 의사는 징역 3년 실형과 벌금 1,000만 원, 마취의는 금고 2년(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 수술 당시 지혈을 담당한 의사는 금고 10월(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0만 원의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 관계법령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ㆍ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사실관계

피고인 A는 성형외과의원을 운영하며 사각턱 축소 수술, 광대 축소 수술 등 안면 부위 성형수술을 시행하는 성형외과 전문의이고, 피고인 B는 수술 환자에 대한 마취, 수술 중 환자 상태 관리, 수술 후 환자 회복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의사입니다. 그리고 피고인 C는 피고인 A가 절골을 마친 환자의 절골 부위 세척 및 구강 내 절개 부위 봉합 등을 담당하는 의사입니다.

 

위 성형외과의원에서는 피고인 B가 수술 대상 환자를 마취하면 피고인 A가 구강 내 절개를 한 후 환자의 하악골을 절제하고, 이어서 C가 절삭부위의 뼛조각을 세척하고 구강 내 절개 부위를 봉합한 후 C와 간호조무사들이 환자의 얼굴 부위를 압박 붕대로 감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특히 위 성형외과에서는 단시간 내에 많은 환자의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 피고인 B가 수술 대상 환자를 마취한 후 피고인 A의 집도가 시작되면 피고인 B는 옆 수술실로 이동하여 대기중인 다음 환자의 마취를 시작하고, 피고인 A의 앞선 환자에 대한 절골이 끝날 무렵까지 마취를 완료한 후 다른 수술실로 다시 이동하여 그 다음 환자를 마취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인 A는 앞선 환자의 절골까지만 진행한 후 피고인 B가 다음 환자를 마취하여 놓은 옆 수술실로 이동하여 다음 환자에 대한 수술을 개시하고, C는 피고인 A가 절골까지만 진행하여 놓은 환자가 있는 수술실로 들어가 절골 부위에 대한 세척을 하고 구강 내 절개 부위를 봉합한 후 환자의 얼굴 부위에 붕대를 감아 수술을 종료하고 옆 수술실로 이동하여 그 사이 피고인 A가 절골까지만 진행하여 둔 다음 환자에 대해 절골부위 세척 및 봉합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수술이 연이어 시행되었습니다. 즉 이러한 수술 진행방식에서는 수술에 관여하는 의사들이 환자의 출혈정도 등을 고려한 건강 상태에 대해 적절한 관리를 할 여유 없이 연속적으로 수술만 진행하게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위 성형외과의원에서 사각턱 축소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수술 과정에서 다른 환자들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출혈이 발생하였고, 피고인 C가 절골 부위에 대한 세척과 지혈 및 봉합수술을 하는 과정에서도 출혈이 반복되어 통상의 약 1시간보다 긴 약 2시간 30분 동안 세척과 지혈 및 봉합수술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도의인 피고인 A와 마취의인 피고인 B는 다른 환자들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느라 피해자의 상태와 출혈량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못하였고, 피고인 C는 세척, 지혈, 봉합 과정에서 피해자의 수술 부위에서 출혈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그 출혈량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간호조무사에게 지혈을 맡기고 수술실을 떠나기도 하여 피해자의 출혈량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빠졌으며, 피고인 A와 피고인 B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리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피해자에게 저혈량성 쇼크 증세가 발생하게 되었고, 뒤늦게 응급실로 이송되었지만 피해자는 출혈에 따른 순환혈액량 부족으로 뇌부종, 무산소성 뇌손상, 정맥의 색전증 및 혈전 등이 발생하여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

제1심 법원은 집도의인 피고인 A와 마취의사인 피고인 B는 피해자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이 인정된다고 보았으나, 수술 부위의 세척과 봉합, 지혈만을 분담한 피고인 C에게는 피해자에 대한 수술 및 수술 후 조치 과정에 어떤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업무상과실치사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제2심 법원은 한 명의 환자에 대한 수술을 여러 명의 의사가 단계적으로 분담하는 구조로 인하여 피해자의 단계별 출혈량과 총 출혈량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수혈의 필요성 인식과 수혈 여부 결정이 지연된 것이 피해자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인 C의 경우 피고인 A의 피용자로서, 피고인 A, B와의 내부적 관계에서는 수술 부위의 세척과 봉합, 지혈만을 분담하였으나, 피해자의 관계에서는 그 진료를 맡은 같은 의료진으로서 그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해 그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응급 시 피고인 A, B와 함께 수혈이나 전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민법상의 의무와 의료법상의 의무를 진다고 보면서, 피고인 C에게도 자신의 처치 과정에서 발생한 출혈량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이를 피고인 A, B에게 알려 필요한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제2심 법원은 피고인 C가 수술 부위의 세척과 봉합을 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경우보다 2배가 넘는 시간이 걸렸고, 그 단계에서의 출혈량도 많았으며, 이와 같이 피고인 C가 세척과 봉합, 지혈을 하는 동안 그 기간 중 발생한 출혈량은 피고인 C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를 피고인 A, B에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간호조무사에게 압박지혈을 지시하고 자신은 그 장소를 이탈한 점, 결국 이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제1심과 달리 피고인 C도 유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들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보면서,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6596 판결).

 

 

■ 시사점

위 사건에서 법원은 ‘집도의’로서 수술을 주도하는 수술책임자이자 병원 원장인 성형외과 의사와 마취방법 등을 결정하고 수술 전·후 환자의 신체에서 발생하는 각종 징후(vital sign)를 점검하는 마취과 의사, 수술 부위의 세척과 봉합, 지혈만을 분담한 의사에게 모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이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서는 한 명의 환자에 대한 수술을 여러 명의 의사가 단계별로 맡는 구조로 인하여 환자의 전체 출혈량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출혈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장비나 체계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의 출혈량이 수혈이 필요한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수혈을 위한 전원이 지연된 것이 피해자의 사망에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보면서, 그러한 구조와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한 피고인 A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진료과정에서의 구체적인 과실은 물론이고, 진료 효율만을 위해 환자 안전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병원을 운영한 것에 대하여도 매우 엄하게 책임을 물은 사안입니다. 나아가 비록 병원 내부적으로는 분업화된 특정 업무만 담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병원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할 뿐 환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의사로서 취하여야 할 모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여러 모로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이러한 사례들을 참고하여 병원을 운영하면서 환자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할 수 있는 구조와 방식을 택하도록 유의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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