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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콘클라베의 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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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42)

바티칸 시국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천지창조’와 벽화 ‘최후의 심판’으로 유명한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이 있다. 이 성당은 벽화로도 유명하지만 교황을 선출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2025년 5월 8일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올랐다. 2번의 검은 연기가 오른 뒤에 흰 연기가 오르며 새로운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었다.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 cum clave에서 나온 것으로 ‘열쇠로 잠긴 방에 함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전 세계 추기경은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투표를 진행하며 교황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추기경들은 비밀유지와 외부세력에 간섭받지 않을 것을 선서하고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가 부결되면 검은 연기가 나오고 선출되면 흰 연기가 나와서 외부에 선출 결과를 알린다. 이것이 콘클라베다. 이런 선출 방법을 보면서 참으로 탁월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첫째 날과 둘째 날에 2번 검은 연기가 올랐다는 것은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결국엔 의견이 도출되어 며칠 안에 흰 연기가 올랐다.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하는 것도 참으로 탁월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신비성이 유지된다. 투표가 끝나고도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는다. 종교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을 신도가 시시콜콜 아는 것은 종교적 신비성을 떨어뜨린다. 끝날 때까지 못 나오게 하는 방법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비록 콘클라베처럼 종교적인 것은 아니지만 공개되는 것보다는 폐쇄하는 편이 좋은 특수한 분야가 있다. 우선 교육계다. 교육은 그 특수성에서 전문가인 선생님에게 전권을 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최근 교권은 사실상 사라졌다. 학교 선생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소송이다. 학폭이 있어도 싸움한 친구끼리 화해를 시켜도 아동학대로 소송을 당한다. 과거엔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은 선생님 선에서 해결되었다. 학교 담을 넘어 밖으로 노출되는 일은 적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변했다. 학교 안에서 선생님이 교육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건이 재판이란 법적인 잣대에 의하여 판단되며 교육이 무너졌다. 뉴스에서 이런 소송 사건을 들을 때마다 콘클라베의 현명함이 생각난다. 사회의 최하위 체계인 법이 도덕과 윤리와 같은 최상위 체계인 교육을 판단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전문가 집단이다. 전문가 집단의 내부적 상황이 일반에 노출될수록 권위와 믿음이 사라진다. 이는 마치 공주는 이슬만 먹고사는 듯해야 하고 화장실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 권위를 상실한 전문가는 믿을 수 없게 된다. 언제부턴가 치과계 내용이 담을 넘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내부 사건이 외부 법에 의존하는 소송이 시작되었다. 전문가 집단의 내부 사정이 외부 사회로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공주가 화장실을 가는 것을 보이며 신비감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과 같다.

 

콘클라베의 차단의 지혜가 필요했으나 내부 내용은 담을 넘어 외부로 나갔다. 소송이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조율을 타인에게 맡기거나 불법적인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수단이다. 소송을 제기하는 편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 대립하는 각자가 자신만을 고집하다 보면 자칫 오버되어 불법적인 일이 생길 여지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눈에는 그저 치과의사라는 특수집단의 치부로만 비칠 우려도 있다. 공주의 화장실은 거론 자체로도 신비감을 떨어뜨린다.

 

요즘 치과계는 쉽지 않은 현실에 놓였다. 오늘 정회원 치과라는 마크를 받았다. 이는 협회에 등록하지 않는 치과의사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최근 ○튜브에 ‘○○구 20만원대 임플란트, 원가가 싸기 때문에 충분합니다’라는 광고가 매일 나온다. 치과의사 스스로 폭리를 취하는 집단이라 공고를 하는 모양새다. 신비감이 떨어지면 더이상 공주가 아니듯 치과의사가 인술을 잃은 모습을 보이면 장사꾼이 된다.

 

만약 치과의사회관에 치과의사 대의원 모두를 모아서 문을 잠그고 흰 연기가 나올 때까지 며칠을 토론하는 법을 만들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콘클라베의 지혜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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