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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병오년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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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41)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시작되었다. 60갑자에서 병오(丙午)를 보면 청명한 하늘이다. 하늘은 우리 한민족의 깊은 마음속에 들어있는 민족 신앙 원류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처럼 하늘은 그렇게 존재했다. 그런 하늘을 ‘하늘님’이라 생각했다. 하늘에는 ‘하늘님’이 땅에는 ‘산신’ 혹은 ‘지신’이 항상 인간들이 바르게 살기를 바란다고 생각했다. 가뭄이 드는 것은 인간이 바르게 살지 않아 하늘이 노하였다고 생각하여 임금이 절식을 하고 절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자가 처음 치과를 개원할 때 선모께서 “자식을 기르는 사람은 나쁜 짓 하고 살면 안 되고, 항상 조금씩 손해 보는 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마음이 우리 민족에게 있었던 가장 원천적인 경천애인사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한국전쟁을 겪은 부모님 세대는 이제 거의 돌아가셨다. 후진국과 개도국을 지나온 베이비부머는 은퇴했다. 개도국과 선진국을 지나는 50대는 은퇴를 시작했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MZ세대가 시대의 주역이 되어 가고 있다. 그들은 손안의 스마트폰 속에 모든 세상이 들어있는 시대를 사는 세대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투자도 하고,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 오는 것도 안다. 가뭄이 드는 것이 인간이 바르게 살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기우제를 지낸다고 비가 오지 않는 것도 안다. 원래 틀리는 것이 기상예보라는 말을 모르는 세대다.

 

최근 청문회까지 벌어지고 있는 ○○회사 사태를 보면서 요즘 세대에겐 하늘이 없음을 확인했다. 할 수 있는 모든 편법과 수단이 동원된 것을 보았다.

 

소설 상도에서 주인공이 말한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와는 반대로 ○○회사에서는 “장사는 사람을 파는 것이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상도는 장사꾼에게도 도(道)가 있다는 의미다. 장사꾼이지만 물욕에만 치우치지 않고, 의(義), 신(信), 실(實)을 바탕으로 한 개성상인의 정신과 도리가 있다고 했다. 결코 넘치지 않는 계영배(戒盈盃)를 보면서 과욕을 경계하고 겸손함을 잃지 않는 지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자는 도둑에게도 도가 있다고 하였다. “어디에든 도가 없는 곳이 있겠느냐. 방안에 감춰진 것을 짐작으로 아는 것이 성(聖)이고, 훔치러 들어갈 때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이며, 훔친 다음 맨 뒤에 나오는 것이 의(義)고, 훔칠 수 있을지 안 될지를 아는 것이 지(知)며, 훔친 것을 골고루 나누는 것이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않으면 큰 도둑이 못된다”라고 했다. 여기서 도는 사람의 도다.

 

동양사상에는 천지인(삼재:하늘, 땅, 사람)으로 만물이 구성되며, 서로 도(道)로서는 같다. 따라서 사람의 도리를 하지 않으면 하늘이나 땅의 노함을 받는다는 개념이 성립되었다. 결국 도둑의 도리나 상인의 도리나 사람의 도리로 하늘의 도리와 마찬가지다. ○○회사 청문회를 들으면 들을수록 道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없음을 대놓고 증명하려는 듯하다. ‘민심이 천심(民心이 天心)’이라 하였다. 이 또한 하늘이다. 요즘 민심인 하늘은 어찌 움직일지도 궁금하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한국전쟁과 4.19학생운동을 겪은 부모님 세대는 거의 돌아가셨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한 베이비부머세대도 거의 은퇴했다. 지금 시대의 주역이 될 MZ세대는 선진국에 태어나 광주민주화운동도 IMF도 임진왜란처럼 생각한다. 돈이면 많은 것이 해결되는 시대에 태어난 그들에게 하늘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간절하게 하늘에 기도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상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연 이들이 윤동주의 서시를 읽고 하늘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마치 훈민정음 같은 고서를 읽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동양사상에서 지금 시대를 금화교역(金火交易)의 시대라고 한다. 명예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시대라 해석된다. 하지만 사계절이 그렇듯이 현상은 변하지만, 근본적인 도리는 변하지 않는다. 훈민정음을 모른다고 한글이 없는 것이 아니듯이 하늘을 모른다고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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