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고요한 한밤중에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다 한 번씩 숨이 끊어질 듯한 정적이 이어지다가 “후~”하는 긴 호흡소리가 들리곤 한다. 이렇듯 오랜 시간 동안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그저 같이 자는 사람을 괴롭히는 수면습관 정도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수면무호흡증은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음이 밝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치료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란 무엇이며, 코골이장치는 어떻게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것일까?
코골이, 그리고 수면무호흡증이란?
수면무호흡증은 수면호흡장애(sleep-disordered breathing)의 하나로 발생 원인에 따라 중추성 수면무호흡증(central sleep apnea)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으로 구분된다. 이 중 일반적으로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하면 주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말한다.
코골이는 기도가 좁아지면서 상기도 부위 연조직이 진동하면서 발생하는 소리며,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상기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반복적으로 폐쇄되어 무호흡과 저호흡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지 않는 단순 코골이 환자도 있지만,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코골이가 동반되게 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유병율은 전체 인구의 2~4% 정도로 알려져 있고 수면 중 발생한다는 임상적 특징과 증상이 있지만, 병원에 내원하지 않는 인구를 고려한다면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그림 1, 2).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왜 발생하며,
이로 인한 우리 몸이 겪는 문제는?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상기도의 반복적인 폐쇄로 발생하는 것인데, 원인은 크게 해부학적 요인과 비해부학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해부학적 원인은 좁은 상기도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비만 등이 해당할 수 있으며, 코골이 장치로 알려져 있는 구강내장치는 바로 이러한 해부학적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원인으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하면 환자는 수면 중 각성이 일어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주간 졸림의 증가로 교통사고 또는 업무상 사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또한 반복적인 저산소증에 노출되어 뇌·신경계, 심혈관계 및 내분비계 등 산소를 사용하는 다양한 주요 신체 기관에 영향을 주어 인지기능 저하, 고혈압, 당뇨 등의 악화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인 수면 문제로 인하여 삶의 질 저하,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와 만성 통증의 증가가 동반되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폐쇄성 수면무흡증의 진단과 평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진단 기준은 무호흡-저호흡 지수(apnea-hypopnea index, AHI)가 5 이상으로 정확한 진단은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진행하는 표준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때 AHI는 한 시간 동안 발생한 무호흡 또는 저호흡의 수를 의미하는데, AHI 5~15는 경도(mild), 15~30은 중등도(moderate), 30 이상은 심한 정도(severe)로 평가한다.
이외에도 수면무호흡증을 인지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수면파트너가 인지한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 증상, 주간 졸림이나 피로감 또는 두통과 같은 증상의 증가뿐만 아니라 수면관련 설문지를 통하여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여부를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본인 및 가족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알 수 있고, 치료를 하면서 치료 결과를 평가할 수도 있다.
특히 STOP-BANG 설문지는 아래와 같이 4개의 기본질문과 4개의 추가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항목들의 첫 글자로 설문지 이름이 명명되었다. 평가 방법이 어렵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설문지 중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screening하는 데 훌륭한 도구로 알려져 있다.
Epworth sleepiness scale(ESS)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진단하기보다는 주간 졸림을 평가하는 설문지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피로감 등을 주간 졸림을 통해 평가해 볼 수 있다. 평가 기준은 아래와 같으며, 무호흡-저호흡 지수(AHI) 정도와 비례 관계를 보이지는 않지만 치료 전, 후 주간 졸림 정도의 감소를 평가해 볼 수 있다.
구강내장치 치료의 원리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치료에는 대표적으로 양압기(CPAP)를 이용한 치료, 구강내장치, 수술적 접근법, 그리고 혀밑신경자극술(hypoglossal nerve stimulation) 등이 있으며, 체중 감량, 자세 치료 (자세 변화) 등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다. 이 중 이번 지면을 통해서는 일반 치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강내장치 치료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사용되는 구강내장치는 크게 혀 유지장치(tongue retaining device), 연구개 거상 장치(soft palatal lifter) 및 하악 전방 이동 장치(mandibular advancement device, MAD)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일반적으로 코골이 장치로 알려져 있는 것은 하악 전방 이동장치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글에서 의미하는 구강내장치다.
하악 전방 이동 장치는 하악을 전방으로 이동시켜 상기도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는 것인데, 하악이 전방으로 위치하게 되면 상기도 확장근을 활성화하여 상기도 직경을 증가시켜 상기도 폐쇄를 감소시킨다(그림3, 4).
구강내장치 치료 시 고려해야 할 사항
구강내장치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하악을 앞으로 내밀어 구강내에 착용해야 하는 만큼 이와 관련한 주의점과 고려해야 할 점이 존재한다. 양압기 치료에 비하여 사용이 용이하고 휴대가 간편하여 장기적으로 치료를 유지하기가 더 쉽다고 알려져 있지만, 구강내장치 역시 치료 중 발생하는 불편감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치료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치료와 마찬가지로 구강내장치 치료에서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이 중 구강내장치는 해부학적 요인에 따라 발생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효과적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표4와 같은 특징을 가진 대상자에게서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자세성 수면무호흡증은 수면다원검사 결과지에서 supine AHI가 lateral AHI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똑바로 누웠을 때보다 옆으로 누웠을 때 수면 무호흡-저호흡 지수가 낮아지는 대상자를 의미하며, 두개악안면의 구조의 경우 좁은 기도 구조를 가진 경우라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림으로 비교해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그림 5, 6).
■ 적응증
일반적으로 단순 코골이 환자와 무호흡-저호흡 지수(AHI)를 기준으로 경도~중등도 이하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으나, 여러 연구에서 중등도 이상의 환자에서도 AHI의 현저한 감소 및 전신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어(그림7) 양압기 치료에 실패한 경우, 양압기 치료의 불편감으로 적응 할 수 없는 경우, 잦은 출장 등으로 휴대가 용이한 치료 방법을 선호하는 경우 또는 양압기 치료와의 복합치료(combination therapy)를 위하여 구강내장치 치료를 적용한다.
■ 금기증
하악을 내밀어 구강내에 착용해야 하는 만큼 심각한 치주질환이 있어 치아 동요도가 심한 환자, 심한 치아우식증 또는 치통의 존재, 잔존 치아수가 적은 경우, 이미 턱관절 장애 증상을 가지고 있거나 하악의 운동범위가 매우 적은 환자 또는 구토 반사가 심하여 장치 착용이 어려운 환자 등은 구강내장치 적용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병원에 내원하게 되면 구강내 검사와 턱관절 평가는 매우 중요하며, 장치 치료 전 상실 및 손상 위험이 큰 치아는 꼭 확인해야 한다.
이외에도 중추성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질환 발생 원인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구강내장치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으므로 수면다원검사를 통하여 이를 미리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구강내장치 장착 후 관리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진단받고 구강내장치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그것으로 모든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치료 효과가 최대한으로 나타나면서 부작용은 최소한으로 나타나는 전방 이동량(구강내장치를 앞으로 내미는 정도)을 결정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이 끝나면 2~3개월 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수면다원검사를 한 번 더 시행하는 것을 권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만큼 치료 중에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잘 확인하고 이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구강내장치 치료를 시작한 이후 규칙적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하악의 전방유도 조절
하악의 전방 이동량이 크면 치료 효과가 증가하지만 부작용의 위험성 또한 증가하기 때문에 초기 전방이동량은 최대 전방 이동량의 50~80% 정도로 하고, 내원 시마다 불편감을 고려하면서 0.5~1mm씩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치료 효과는 장치 장착 2~3개월 후 장치의 전방 이동 조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상태에서 수면다원검사를 재시행하여 평가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장치 조정 시마다 수면다원검사로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수면 파트너에게 증상 개선여부를 물어보거나, 녹음기를 사용하여 코골이 및 수면 시 호흡 소리를 녹음하여 평가하는 방법 또는 초진 시 시행한 설문지를 재작성하여 결과를 비교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그림 8).
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치아 및 잇몸의 통증, 턱관절과 저작근 부위의 통증이다. 이 외에도 타액분비증가, 구강건조감, 두통 등이 있다. 특히 턱관절장애의 경우 6~12개월까지 지속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증상에 따라 물리치료 시행, 장치의 전방이동량 조절 등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시 치과의사는 이를 잘 관리해야 하며, 환자의 경우에도 이는 대부분 해결 가능한 증상이므로 불편감을 진료의에게 알려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받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교합변화인데, 마찬가지로 하악을 앞으로 내밀어 착용하는 방법으로 인하여 수직피개(윗니가 아랫니는 덮는 정도) 감소가 나타날 수 있으며, 장치가 잘 맞지 않는 경우 구치부의 개교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교합변화는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 또는 진료의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료의는 초진 시 임상검사 자료를 잘 작성하고 내원 시마다 이를 확인하여 장치가 잘 맞는지(장치의 양측 접촉이 균등하지 못하거나, 헐거워서 장치가 움직이는 경우, 전방 이동 시 턱을 비틀어 내밀어지게 되는 경우 등)를 확인하고 환자는 발생하는 불편감에 대해 진료의에게 알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구강내장치 착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작용과 관리방법은 아래와 같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나타나는 질환의 특성으로 환자가 이를 인지하고 병원을 내원하기란 쉽지 않으며, 코골이라는 증상의 특성으로 어느 병원을 가야할 지 막막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상기도에서 발생하는 문제며, 반복적인 저산소증을 야기하는 만큼 꼭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여러 가지 치료 방법 중 구강내장치 치료는 다른 치료 방법에 비하여 사용이 간편하고 휴대가 용이한 특징이 있다. 하지만 구강내에 장착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여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진단받고 구강내장치 치료가 고려된다면 치과에 내원하여 치료를 계획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