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난 3년간 힘들었던 코로나-19를 잘 이겨낸 우리 모두에게 토닥토닥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한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다행히 이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것이 변화했겠지만 무엇보다도 큰 변화가 바로 ‘이제는 어디서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돼!’라는 것이겠지요? 마스크만 벗었는데도 우리가 겪었던 많은 불편에서 해방되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마스크를 벗는 것이 약간 불편하다고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적지않은 이유가 바로 입냄새에 대한 불안감 때문입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나의 입냄새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것 같아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마스크를 착용하면 나의 입냄새가 느껴져서 불편한 적도 있었지요? 그렇다면 과연 입냄새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입냄새는 왜 날까?
입냄새는 입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모두 통틀어서 이야기 합니다. 원인과 관계없이 냄새가 불편하면 다 입냄새입니다. 한자로 ‘구취’라고 표현하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입냄새는 왜 나는 것일까요?
사실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 몸에서도 냄새가 나지만 농도가 낮고 대기중으로 빨리 희석되니 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강은 폐쇄된 공간이면서도 말할 때, 음식 먹을 때, 호흡할 때 열린 공간이 되기 때문에 냄새가 잘 느껴지게 됩니다. 특히 입으로 숨이 드나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느끼기가 더욱 쉽지요.
하지만 입에서 나는 모든 냄새를 다 입냄새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고기를 맛있게 구워 마늘과 쌈장으로 쌈을 싸서 먹었다면 입에서 고기 냄새, 마늘 냄새, 쌈장 냄새가 나겠지요? 김치나 다른 향이 강한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음식을 섭취해서 나는 냄새는 음식 냄새일 뿐 입냄새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이러한 음식 냄새도 다른 사람에게 불편감을 줄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본격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입냄새는 구강에 존재하는 음식물 혹은 약물 자체의 냄새보다는 이것이 세균에 의해 대사돼 생성되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가스로 인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바로 대표적인 예가 충치나 치주질환인데요, 이러한 만성 구강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구강 내 ‘세균’이지요? 이러한 세균은 구강 내 남아 있는 음식물을 분해해서 영양소를 만들고 이 영양소를 대사하면서 우리가 불쾌하다고 느끼는 강한 가스를 만들어냅니다. 이 가스가 바로 입냄새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입냄새 원인의 대부분은 바로 구강에서
흔히 장이나 간이 좋지 않아서 입냄새가 난다고 아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사실 입냄새 원인 물질의 대부분(약 85% 정도)은 구강 내에서 생성됩니다. 호흡기나 구강 외 소화기 등에서 생성된 냄새는 주로 날숨(호기)에서 느껴지게 되는데, 날숨에서 냄새가 날 정도면 다른 장기들에서 질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한 상태라고 보여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냄새의 원인은 구강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입안에서 냄새가 생성되는 대부분의 원인은 바로 충치나 치주질환 같은 치과질환이 진행되었을 경우이고, 이가 잘 안 닦여서 치아나 혀에 세균막이 오랫동안 묵혀져 있으면 입냄새가 잘 납니다. 그리고 치아 치료를 받은 지 오래되어 수복물이나 보철물 틈에 이물질이 많이 끼어 있을 때에도 입냄새가 나고, 사랑니나 잇몸에 염증이 생겼을 때에도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강한 입냄새는 대부분 치과질환에서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런데 구강관리를 잘 했는데도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지요? 이런 경우를 ‘생리적 구취’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정상적인 구강건강 상태라도 생활 중에서 입 냄새가 나는 경우입니다.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아침에 바로 일어났을 때 느껴지는 입냄새고, 공복 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생리 중일 때 등 일시적으로 나는 냄새가 생리적 구취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생리적 구취 현상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악영향을 주는 조건이 해소되었을 때 입냄새도 사라지곤 합니다.
입냄새에 영향을 주는 타액
입냄새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조건은 무엇일까요? 바로 타액입니다. 타액이 잘 분비되고 입안을 촉촉하게 만들면 입냄새가 많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타액이 잘 분비되지 않고 입안이 마르면 입냄새가 더욱 강하게 납니다. 그래서 입냄새를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타액을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앞서 소개해드린 생리적 구취 발생이 타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밤새 타액 분비가 잘 안되어 아침에 냄새가 잘 나고, 오랜 시간 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타액도 많이 나오지 않으니 냄새가 심해지는 것입니다. 신체 활성이 떨어지는 고령자에서 입냄새가 잘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입냄새는 어떻게 진단할까?
대부분의 치과질환은 치과의사가 직접 관찰해서 판단하거나 X-ray 사진을 찍어서 시각적으로 판단하니 우리 눈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냄새는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입냄새가 나는지 여부는 별도의 검사를 통해서 판단합니다.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바로 치과의사가 직접 냄새를 맡아보는 것입니다.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치과의사의 후각은 생각보다 정확하고, 또 이에 대한 훈련을 충분히 받은 분들은 냄새를 맡아보고 그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눌 수 있습니다. 검사를 받는 분 입장에서는 나의 입냄새를 누군가가 일부러 맡아 보는 것이 좀 부끄럽고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입냄새 치료를 해야 하는 치과의사가 직접 냄새를 맡아서 확인하는 것은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과정이니 불편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근에는 입냄새를 직접 측정하는 장비, 즉 구취측정기가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입냄새를 유발하는 가스는 수 십 종에 달하는데, 이 중에서 약 2~3가지 성분이 대부분을 차지해서 최신의 구취측정기는 이 주요 가스의 구강 내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 입냄새가 나는 지도 판단하고, 가스의 종류별 농도에 따라 입냄새의 원인을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입냄새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타액의 특성도 검사합니다. 분비되는 타액의 양이나 점성, 타액 내 성분을 조사하여 현재 입냄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입냄새 치료의 시작은 치과치료
입냄새 원인의 대부분은 치과질환입니다. 따라서 치과치료를 잘 받는 것이 입냄새 치료의 가장 기본입니다. 충치가 있다면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하고, 숨겨진 충치는 없는지 방사선 사진 등을 이용해서 정밀하게 검사해 보아야 합니다. 잇몸질환이 있다면 단계별로 제대로 치료를 받고, 항균제나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해서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구강질환 세균을 줄여 입냄새 발생을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입냄새를 줄이거나 혹은 가려주는 구강관리용품을 사용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효과적입니다. 칫솔과 치약을 이용해서 치아와 잇몸을 잘 닦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여기에 치실과 치간솔을 이용해서 칫솔로 닦기 힘든 치아 틈새와 치아와 잇몸의 틈새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해야 입 냄새를 줄이는 데에 더 효과적입니다.
혀를 적절하게 세정하는 것은 입냄새를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칫솔로 혀를 강하게 문지르기 보다는 혀 전용 세정기를 이용해서 혀 표면의 이물질만 살살 제거해야 하는데, 혀 표면을 너무 강하게 세정하면 상처를 입히기 쉽고, 틈새로 이물질이 더 쉽게 쌓여 오히려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혀는 치아와 다르게 연약한 피부같은 조직이기 때문에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입냄새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치약은 입냄새를 줄이는 성분의 작용도 있지만 치약으로 이를 닦았을 때 나타나는 효과 혹은 치약 내의 향료가 작용하는 효과가 더 커서, 치약을 이용하여 이를 닦으면 어느 정도 입냄새가 줄어듭니다. 구강 내에 남아 있는 치약이 구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구강 내 남아있는 치약 성분은 타액이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치약을 헹궈 내기 위해 과도하게 입을 헹굴 필요도 없습니다.
구강양치액(가글, 구강청결제)을 잘 사용하면 입냄새를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염화아연(ZnCl2) 같은 성분은 입냄새 가스와 직접 결합하여 가스 농도를 낮춰주고, 항균성분이 있는 양치액은 구취 가스를 생성하는 구강세균을 줄여 입냄새를 줄일 수 있습니다. 구강양치액의 효과는 일시적인 것도 있고, 항균제재를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는 분들은 필요한 경우 양치액을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는 기능성 물질인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 박테리아는 구강 내에서 입냄새를 유발하는 질병 원인균을 줄여 입냄새 원인 가스의 생성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구강 내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 종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실제로 구취 증상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장기간 안정적으로 구취를 감소시키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입냄새를 줄이는 생활습관은?
입냄새가 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칫솔질을 과도하게 많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입안을 건조하게 만들어 입냄새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칫솔질은 하루에 2-3번 정도 정상적으로 시행해도 충분하고, 어느 때에 칫솔질을 해도 상관없지만 식사 후 음식 냄새가 날까 봐 걱정이라면 식후에 칫솔질을 시행하면 도움이 됩니다. 구강양치액도 너무 자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구강의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주어 자칫 더 악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흡연을 하면 구강과 온 몸에 불쾌한 담배냄새가 배어 입냄새와 함께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 구강 내 유해균의 증식을 도와 충치와 치주질환, 심지어는 구강암까지 유발할 수 있으니 입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술을 많이 그리고 자주 마시면 구강건강이 악화돼 구강질환이 발생하기 쉽고 이로 인해 입냄새가 잘 발생합니다. 그래서 술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나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은 입냄새 발생에도 동일하게 영향을 줍니다. 즉 균형 잡힌 음식을 규칙적으로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한 신체 활력을 유지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건강한 생활을 할수록 입냄새가 발생할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Q and A로 살펴보는 입냄새에 대한 오해와 진실
Q. 치약의 계면활성제 성분이 입냄새를 유발해서 계면활성제가 없는 치약을 사용해야 한다는데 사실인가요?
Q. 마늘이나 카레를 많이 먹으면 입냄새가 잘 발생한다는데?
Q. 입냄새에 좋다는 구강관리 용품을 다 사용해도 냄새가 잘 없어지지 않는데 왜 그렇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