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치과신문 창간 30주년 기념식이 개최됐다. 비록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원은 아니지만, 이미 전국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성장한 치과신문의 치과계를 위한 역할을 축하드리는 바다.
당일 치과신문 논설위원으로서 참석해 다른 위원들과 기고 논단의 ‘시의성(時宜性)’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또한 대선배님이신 양영태 논설위원님께서 치과신문 창간 축하의 덕담과 함께 최근 치협을 비롯한 치과계가 소송에 휘말리는 부분에 대한 걱정의 말씀을 해주셨다.
치협 회원의 일원으로서 충분히 공감이 가고, 얼마전 전·현직 의장단 선배님들의 성명서와 같이 매번 반복되는 선거 후유증에 대해서는 과연 우리 모두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치과신문 박태근 협회장 인터뷰 내용 중에서 ‘누가 독립군이고 누가 밀정이었는지 기록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을 접했던 기억이 있다.
영화 ‘암살’에서 소위 밀정 역할 배우의 명대사가 기억난다.
“몰랐으니까, 해방될지 몰랐으니까.”
해방이 되고 나서 누가 독립군이고 누가 밀정인지 대부분 판가름이 났지만, 영화 내용과 같이 결국 무죄로 판결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판결과는 무관하게 16년 전 임무인 밀정의 처단이 이뤄진 것으로 설정됐다.
물론 해방이 더 미뤄졌다면, 누가 독립군인지 누가 밀정인지의 판가름이 더 미뤄졌을 수도 있다. 아마도 동북아의 테러리스트와 내선일체 협조자로 기억됐을 수도 있었으리라.
3년 전의 일을 떠올리며 서로를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하기도 한다. 최근 치의신보에서는 ‘왜곡된 영웅심리’, ‘플레이 그라운드의 로컬룰’, ‘자격지심’ 등에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절대적 진실에 대해 조금은 겸손하거나 다양한 의견이 품어질 수 있다면, 언론이 너무 경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치협 회장단 선거가 비록 공직선거법의 적용대상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선거에 관한 기본이념이나 그 원칙들을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소송에 있어서는 수소법원은 소가 제기된 날 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
누가 독립군인지 누가 밀정인지의 판가름을 미루려는 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해방될지 몰랐을 사람들, 해방되기를 바라지 않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앞으로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라는 영화 속 대사도 떠오르고, 영화감독의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있고, 흔들림 없이 그 운명 속으로 걸어가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소감도 기억난다.
치과신문 창간 30주년 기념식에서 나눴던 ‘시의성(時宜性)’ 있는 논단과 편향되지 않는 치과계 언론을 생각하면서, 모두가 그렇듯이 치협이 잘 되기를 바라고, 올바르게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