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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직설과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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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논설위원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거센 폭풍우로 조난당한 작은 보트에 순한 오랑우탄과 다리를 다친 얼룩말, 그리고 굶주린 하이에나와 바닥에 숨어있던 무서운 벵갈 호랑이와 함께 227일간 표류하게 된 인도 소년 ‘피신 몰리터 파텔’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8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휩쓴 영상과 음악이나 영화가 이야기하는 인간 내면, 그것과 작용하는 주변에 대한 메시지의 강렬함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은유와 상징이 가지는 힘의 무한함에 대한 깨달음이다. 영화 마무리 즈음 ‘믿고 안 믿고를 넘어 어떤 것이 더 재미있냐’고 대놓고 묻는 주인공의 대사는 어쩌면 영화의 더 큰 화두는 은유와 상징에 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도 일으킨다.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중략)…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 이야길 하나 쓰것다.’

 

50여년 전 참여문학가 김지하는 월간지 『사상계』에 ‘오적’이라는 이름으로 권력과 사회 지배층의 부정·부패를 판소리 형식의 시와 그림을 빌어 직설적이면서도 노골적 표현과 한자 부수의 조어(造語)를 통해 비판의 대상들을 개, 원숭이, 돼지 등에 빗댐으로써 엄청난 사회·정치적 파급을 불러일으켰고(오적필화사건, 1970), 결국 당시 정인숙 피살사건과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불러온 물의와 선거를 목전에 둔 정부의 분위기로 인해 정조준 당해 반공법 위반혐의로 체포되어 고초를 겪었던 것을 보면 가히 ‘빗대어 이야기함’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 새삼 느껴진다. 이는 위트와 유머가 환영받는 지금 이 시대의 표현법이기도 한 바, 직선보다 곡선이 더 많은 느낌을 주고, 정박보다 엇박자로 귀를 더 기울이게 할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릇 사실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상당히 돌발적이고 무례한 느낌을 유발하기 쉬우나, 은유적 표현은 다소 완만하고 모호한 느낌을 준다. 즉각적이고 명확하며, 센세이셔널한 효과와 결론을 선호하는 이 시대는 칼날 같은 직설과 흑백가름의 표현에 일달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쏠리지만, 복잡한 모듬살이 속에 미묘한 관계들을 맺으며 포괄적 감각으로 생존하고 진화해온 인간의 인지와 정서는 과도한 레벨의 명도와 채도에 이내 피로감과 싫증을 느끼고, 점점 더 마우스를 자주 클릭하고, 리모컨을 누르며 새로운 내용을 찾아 끝없이 헤매는 새로운 종으로 진화인지 퇴화인지 모를 변이를 겪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소위 ‘예능프로’에서 다수의 패널을 등장시키는 포맷의 유행이 그러하고,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심층취재보다는 보도하지 않아도 될, 전달가치가 없는 사건들까지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인 양 심각하게 프롬프트를 읽어가는 앵커들의 목소리가 전혀 진지하게 들리지 않는 대다수의 뉴스 프로그램의 유행 또한 그러하다. 보고 듣는 이들에게 이내 피로감을 일으키고, 집중력과 판단력을 저하시키는, raw data에 불과한 과잉정보(information overlaod, Speier, 1999)들의 여과 없는 전달보다는, 좀 더 깊게 사유되고 신중히 선택된 말들을 따뜻이 정제하여 적절한 은유를 통해 전달하는 노력이 담긴 표현이 인간적이며, 보고 듣는 이의 인지와 정서에 더 포괄적인 ‘움직임’을 불러일으킨다는 믿음이 생긴다.

 

소통이란 완곡한 표현들로 더 나은 관계가 열리기도 하고, 정제된 은유와 나지막한 목소리에 더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이게 되기도 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 치과계는 한 가족처럼 서로 가깝고 좁기 때문에 인류학에서 말하는 소통분류 상 ‘고맥락문화(high-context culture)’ 공동체로 봄이 마땅한데, 여기서 우리가 오히려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서로 가깝고 잘 이해하는듯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배려하고 조심스러운 소통에 고민하고 노력해야 함이 그것이다. 종종 완전히 적대적 상황은 아니더라도 서로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을 치과계에서 조우하게 되는데, 이때 쉽게 선택하게 되는 직설적이고 강한 표현의 저맥락문화(low-context culture) 소통으로 더 나쁜 국면으로 치닫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것이 직설이든, 은유든 목적은 소통을 통한 상생(相生)이다. 너무 정확히 서로를 쏜다면 결국 모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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